당신의 삶이 무의미하다면
이제 나한테 하찮고 의미 없다는 것은 그때와는 완전히 다르게, 더 강력하고 더 의미심장하게 보여요. 하찮고 의미 없다는 것은 말입니다, 존재의 본질이에요. 언제 어디서나 우리와 함께 있어요. 심지어 아무도 그걸 보려 하지 않는 곳에도, 그러니까 공포 속에도, 참혹한 전투 속에도, 최악의 불행 속에도 말이에요. 그렇게 극적인 상황에서 그걸 인정하려면, 그리고 그걸 무의미라는 이름 그대로 부르려면 대체로 용기가 필요하죠. 하지만 단지 그것을 인정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고, 사랑해야 해요,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여기, 이 공원에, 우리 앞에, 무의미는 절대적으로 명백하게, 절대적으로 무구하게, 절대적으로 아름답게 존재하고 있어요. 그래요. 아름답게요. 바로 당신 입으로, 완벽한, 그리고 전혀 쓸모없는 공연…… 이유도 모른 채 까르르 웃는 아이들…… 아름답지 않나요 라고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들이마셔 봐요, 다르델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 무의미를 들이마셔 봐요.
집 밖을 나서는 당신은 버스를 놓칠 뻔한 바람에 달려가다가 신발 끈이 풀렸다. 그리고 곧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탔다.’는 안심에 신발 끈이 풀린 건 대수롭지 않게 느끼고 고개를 숙여 신발 끈을 묶는다. 그리고선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운 좋게 두 번밖에 꼬이지 않은 이어폰을 귀에 대충 쑤셔 넣고는 벚꽃이 떨어지는 창밖을 멍하니 바라본다. 당신은 귓가를 타고 울리는 노래의 작은 진동에 움찔하며 우연히 맞아떨어지는 벚꽃 가사를 뒤로한 채 어제와 다를 바 없는 무의미한 하루를 걱정함과 동시에 당신의 오늘을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린다.
2016.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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