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피카소가 아이처럼 그림을 그린 것처럼 써야 한다
위 사진은 매일 아침 글을 쓰는 자리이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렇게 실천하다가 습관이 되어 버렸다.
아침에 같은 자리에 앉아 될 수 있으면 매일 한 페이지의 글을 쓴다. 이 글은 어떤 검열도 없는 날 것의 쓰기이다. 이것을 ‘몽롱 글쓰기, 무의식적 글쓰기’라고도 하고, ‘마음 글쓰기’라고도 한다. 최근에는 아침글쓰기를 '기도 쓰기'로 하고 있다. 처음 글을 쓸 때는 한 두줄을 쓰고 나면 다시 첫 글자로 돌아가 읽어보기를 했다. 앞 글을 읽고 이어 쓰면서 끊임없이 점검했다. 그렇게 쓰는 글은 재미도 없고 긴 시간 글을 쓰고 앉아 있어도 몇 줄 쓰지 못하고 그만두게 된다. 이처럼 점검하며 글을 쓰는 습관이 있는 사람은 글쓰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초등학생들과 나란히 앉아 10분 알람을 맞춰두고 글을 썼다. 주제는 '생각의 꼬리잡기'이고, 규칙은 '쉬지 않고 이어 쓰기'와 '감정과 기분은 그대로 쓰고, 욕은 띠리리리리로 쓰기', '알람이 울릴 때까지 쓰기'이다. '삐릭'하는 시작 소리와 함께 연필소리가 요란하게 나기 시작했다. 10분 동안 그 순간 하고 싶은 말도 글로 쓰면서 아이들은 내가 글을 쓰는 속도보다 빠르게 써서 종이 한 장을 다 채우고 뒤집어 글을 더 쓴다. 알람이 울리면 몇몇 아이들은 "시간 조금만 더 맞춰 주세요!"라고 외친다. 참 진귀한 풍경이다. 분명 글쓰기는 어렵고, 재미없다고 했던 아이들인데 말이다. 글을 다 쓰고 나면 각자 그림을 그려 만든 똥봉투에 담아 봉해둔다. 그리고 한 마디를 더한다.
"아! 속 시원하다."
처음 글쓰기를 한다고 할 때 이 아이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글 쓰는 것 정말 재미없는데요?"라고 말했었다. 한데 맞춤법, 띄어쓰기, 바른말∙고운 말... 그런 건 다 필요 없는 글을 쓸 것이며, 욕을 써도 괜찮다고 자유를 주었더니 그럼 한 번 해보겠다고 했다. 이런 자유로움은 글을 쓸 수 있게 한다. 우리가 배워서 알고 있는 규칙들을 모두 내려놓고 떠오르는 생각을 마구마구 쓰다 보면 글을 쓰는 재미에 포옥 빠지게 된다. 아이나 어른이나 매 한 가지로 똑같이 자유로이 글을 쓰면 써지고, 쓰다 보면 더 쓰고 싶어진다.
나는 글을 쓸 때 정말 자유롭게 마음껏 써도 괜찮다는 사실을 첫 책을 쓰고 난 후 깨달았다. 원고를 쓰고 나면 퇴고과정을 여러 번 거치게 된다. 그렇게 퇴고한 원고를 편집전문가가 다시 작업을 하고, 작가가 또다시 수정을 한다. 그렇게 여러 번 원고가 왔다 갔다 하다 마지막에 또 수정, 수정, 수정을 한다. 그 과정에서 처음 쓴 글은 깎이고 다듬어져 완성이 된다. 이 사실을 경험하기 전에는 쓰면서 고치기를 하느라 헛된 시간만 낭비하기를 했었다. 이제는 글을 쓰는 이는 글만 쓰면 되지 편집전문가의 일까지 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알기에 굳이 애쓰지 않는다. 말 그대로 쓸 글에 집중해 '무의식적 글쓰기'를 하면 되는 것이다.
때로는 글을 쓰다가 점검하려는 나를 발견하거나, 발행해야 하는 글을 쓰다가 막히는 순간에는 "아! 글은 이렇게 써야 하는 거구나!"하고 깨닫게 한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쓴 글을 가끔 찾아본다. 이 글을 보고 나면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