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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시작_ 작가가 되고 싶은 이유

배움과 성장, 그리고 삶의 기록이 누군가에게 닿아 빛이 될 수 있다면

by 지감성장

"석사보다는 박사, 박사보다는 책사, 책사보다는 밥사! 내 좋은 거 알려 줬으니 밥 사요."


석사 졸업을 하고 박사과정 등록을 하다가 뱅킹 오류로 전형료가 입금되지 않았다. 정말 어이없게 바로이어서 박사과정을 진행할 수 없게 되어 낙심하고 있는 나에게 목사님이 한 말이다. 박사보다 책사라... 이전부터 책을 쓰고 싶어서 책 쓰기 워크숍을 기웃거리던 나로서는 듣기에 솔깃한 말이었다.


20대 초반에 오픈하는 한방병원에 채용되어 오픈멤버 직원교육을 받는 중이었다. 선정된 책을 읽고 정리해서 제출하는 미션을 하면서 <심주섭할아버지의 뜸 이야기>라는 책을 읽었다. 그 책을 읽고 정리해야 하는 이유와 책의 중심 내용은 뜸치료에 관한 것이지만 나는 심주섭할아버지처럼 언젠가 나도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심미경의 **이야기>라는 책을 쓸 수 있기를 바라며 열심히 살다 보면 언젠가는 가능하겠지 했었다. 책을 쓰겠다는 마음은 아니었지만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중학생 때부터였다. 그 당시에는 시를 쓰면서 혼자의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지금까지 그 노트를 간직하고 있다. 다시 펼쳐 써놓은 시를 읽으며 알게 된 사실은 어쩌면 내가 작가가 되고 싶은 이유를 중학생 시절에 정해 놓았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부끄럽지만 중학생 심미경이 쓴 시 중 하나를 옮겨본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이고 싶다

나로 인해 믿음이 굳어지고

나로 인해 사랑이 뜨거워지며

나로 인해 소망이 커지는

그런

기쁨이고 싶다

누구나 나를 필요로 하고

나를 원하는

그런

큰 기쁨이고 싶다

나를 봄으로써

눈물이 미소가 되고

나를 만남으로써

슬픔이 기쁨이 되는

그런

큰 행복이고 싶다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 싶다'는 마음이다. 이 마음이 내가 책을 쓰고 작가가 되고 싶은 세 가지 이유의 핵심이다. <심주섭할아버지의 뜸 이야기>를 읽고 나는 친구에게 같은 심 씨로서 나도 <심미경의 **이야기>라는 책을 쓸 거라는 말을 했을 때 친구가 물었다. 책이 왜 쓰고 싶냐고. 순간 그 질문에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두서없이 말했던 기억이 선명한데 그 답의 시작은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크림빵은 죽어서 크림을 남긴다. 네 놈 입 좀 닦아라!"라고 말한 고등학교 때 선생님의 말을 인용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지.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그런데 그 이름이 오래 기억되지 않아. 내가 우리 엄마의 엄마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그럼 이름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하는 방법은 뭘까? 아마도 나는 죽을 때까지 심주섭할아버지의 이름을 기억할걸. 이렇게 기억에 남는 사람이고 싶어. 이왕이면 도움이 되는, 할아버지처럼 좋은 이야기를 담은 책을 쓰고 싶어."


책을 쓰고 싶은 이유 세 가지는 이렇다.

첫 번째 내가 경험하고 배우고 성장한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두 번째 엄마는 없어도 엄마와 이야기 나누고 싶을 때 책을 통해 언제든 대화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세 번째 죽음 끝에 나는 사라져도 나의 배움과 성장 그리고 삶은 남아 빛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


이런 마음으로 나의 첫 번째 종이책 <엄마의 말투>가 세상에 나왔고, 두 번째 전자책 <나는 유치원생 엄마입니다>, 함께 쓴 옴니버스 에세이 <엄마가 보고 싶은 날엔 코티분 뚜껑을 열었다>, <삶이 레몬을 준다면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까지 책을 쓰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 책을 쓰고 있는 중이다. 글을 쓰고 또 쓰면서 작가가 되고 싶은 이유 세 가지에서 한 가지 이유에 맞는 책 서른 권씩 쓸 수 있다면 나의 꿈은 '다 이루었다'가 되지 않을까.


책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마다 제각각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는 어떤 이유이건 그 꿈을 응원한다. 혹여나에게 책을 쓰고 '작가가 되고 싶은 이유'를 들려준다면 두 손 모아 간절히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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