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가도 운전을 하다가도 상념에 곧잘 빠지는 시기가 있었다. 여기저기 뚜껑이 없는 맨홀이 있고 어김없이 그곳에 빠졌다. 무언가에 열중하지 않으면 끊임없이 과거로 돌아가 헤집고 다녔던 시기였다. 머리가 지끈거릴 때까지 후회가 되는 일들을 마주했다. 똑같은 장면 속에서 똑같은 상대의 말에 매번 나 혼자 다른 말로 답하는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글을 쓰면서 차츰차츰 좋아지고 있었지만 습관은 정말 무섭다. 회중시계의 커다란 시계추처럼 이리저리 움직이다가도 전원이 꺼지면 어김없이 툭 무겁게 제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시를 알게 된 후 머릿속이 한결 가벼워졌다. 인간은 한 번에 한 가지 생각만 할 수 있다. 두 가지 다른 생각을 동시에 하기란 불가능하다. 하나를 다른 하나가 빠르게 바꿔치기하기는 가능하다. 수업에서 함께 읽은 시를 곱씹어 생각하자면 부정적인 생각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물론 긍정적인 생각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시에 나온 한 마디를 붙잡고 곱씹어 생각해 보는 일은 그 자체로 긍정에 가깝기에 정신건강에 파란불이 켜지는 순간이다. 시는 정신건강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