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기다리던 아기의 자전거 안장이 도착했다. 같은 제품인데도 한국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동일한 물건은 가격차이가 꽤 나가서 중국에서 해외배송을 받았다. 언제 오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드디어 제품을 받아 들고 나니 신나는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아기도 제 것인 줄 어떻게 아는지 조립하고 있는 안장 위에 올라앉아 안전 손잡이를 잡고 다리를 흔들어댔다. 조립이 끝난 안장을 자전거 뒷 좌석에 설치하고 5 점식 안전벨트도 추가로 달았다. 아기를 안아 올려 자전거에 태우고 신나게 출발했다. 맑고 얕은 물이 흐르는 뜰 천을 따라 산책로를 달렸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연두색 하트모양의 풀들. 다른 식물에 여기저기 엉키면서 무더기의 하트를 달고 있는 풀, 그 풀의 잎은 얇아서 햇살이 그대로 투영되어 더욱 연한 연둣빛을 띄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강아지와 산책하는 길이다. 이곳으로 이사 온 지도 벌써 햇수로 4년째다. 그런데 오늘에서야 이 풀을 알아차린 일에 대해서도 의아했다. 자전거를 내달려 미지근한 바람을 맞았다. 이마에 맺힌 땀을 씻어주기에 충분했다. 생전 처음 자전거를 타고 있는 아기는 신이 나서 흥얼거렸다. 시적인 순간이 나에게 왔다.
사랑은 이곳에 있다
우리가 잘 놓치기 쉽지
늘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데
연둣빛이다
우리가 사랑은 어디에 있는가 한탄할 때, 찾아 나설 때, 여전히 없다고 낙담할 때, 여기 풀숲에 있지 않느냐 바로 현관문을 열고 조금만 걸어 나가면 누구나 볼 수 있는 개방된 장소에 조금만 천천히 걸으면 금방 눈에 띄는 모습을 하고 이곳에 있었다. 그동안은 눈여겨보지 않아서 인지 아마도 한 손으로는 강아지 리드줄을 잡고 나머지 한 손에 든 스마트 폰을 쳐다보고 걸어 다녔기 때문인지, 나는 이 풀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사랑은 얇고 연하고 연둣빛이었으며 주렁주렁 매달려 아낌없이 표현하고 있었다.
물론 이렇게 '탁'하고 찾아오는 시적인 순간은 시작에 불과하다. 시적언어로 많이 다듬고 미학적으로 형상화시키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렇다 해도 이런 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내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