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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수진 Aug 28. 2023

나의 쾌락은 글쓰기

창작에 대한 갈망

 아이가 하나 있고 맞벌이 부부다. 그리고 산책을 하루 네다섯번은 꼭 나가야 하는 몰티즈 한 마리도 있다. 몸이 하나로 모자라다 느끼는 일상을 보내는 와중에 잠을 충분히 자고, 잘 챙겨 먹으려고 노력 중이다. 그런데 일을 줄이고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늘려도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느낀다. 괜한 신경질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짜증이 난다. 그건 쾌락의 뇌가 보내는 신호다.  평소와 다름없이 아기를 안아 올리며 활짝 웃었고, 강아지 산책을 꼬박꼬박 나간다. 온 가족이 함께다. 하루 저절로 만보가 채워지고 햇볕을 원 없이 쬔다. 오후에는 아이들을 가르친다. 남편이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사이 나는 아기 이유식을 만든다. 아이가 나에게 오고 난 뒤 내 인생은 특별하고 소중해졌다. 아기가 오기 전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이 필요불가결한 것으로 느껴졌다. 아이와 만나는 지금을 가능케 한 지나온 시간들을 축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남았다. 쾌락. 생각해 보면 나는 예전부터 글 쓰는 행위로 한 때를 잘 버틸 수 있었다.  성인영어수업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을 때는 성인이 영어식 사고를 가지게 되는 원리와 훈련에 대해서 블로그에 글을 썼다. 블로그로도 모자라 책쓰기에도 도전했는데 A4  100장에 달하는 분량의 글을 한 가지 큰 주제 아래 써내려 가는 일은 고되었지만 꽤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비유하자면, 빈 화면에 타자를 두들겨 아파트를 지었다. 숲도 만들고 꽃도 피고 우체국도 세웠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행위를 한다. 뇌 속에서 도파민이 퐁퐁 뿜어져 나왔다. 새로운 곳으로 이사 오고, 남편이 영어학원을 운영하기 시작하면서는 인근 대학의 철학과에 편입했다. 수업시간에 받아온 과제를 열심히 했다. 리포트를 써내고 점수로 매겨지는 일련의 과정이 꽤 재밌었다. 아기가 태어나고 나서는 대학에 휴학계를 냈다. 100일쯤 지났을 때부터 동네 도서관의 문화강좌를 수강하기 시작했다. 시 수업 하나와 수필 수업 하나였다. 수업에서 돌아오는 길에 정신적 에너지의 게이지가 쭉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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