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

-구체적으로ㅡ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바라보는 것

by 성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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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울리는 휴대전화 알람을 짜증스럽게 끄고 침대에서 겨우 일어났습니다. 어느새 이불 속이 따듯해져 바로 나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빨간 콩나물국을 데워 밥을 말아 먹었고 어제 밤 꺼내 놓은 벌룬핏 진청바지와 이너로 흰 반팔티를 입고 네이비색 긴팔 셔츠를 위에 입었습니다. 찬물을 손에 가득 담아 얼굴을 적시자 정신이 조금 들었습니다. 초록색 칫솔을 찾아 치약을 절반가량 묻히고 아무 생각 없이 거울을 보며 양치했습니다. 준비를 마치고 버스 앱을 켜 버스 시간을 확인했습니다. 7분가량. 서둘러 검은색 코듀로이 가방을 둘러메고 엘리베이터에 올랐습니다. 오늘도 겨우 버스를 타고 읽는 둥 마는 둥 김영하의 <호출>을 읽으며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체감상 경사 70도는 되는 듯한 언덕을 걸어가자 몸에 피가 돌며 정신이 들었습니다. 10분가량 언덕을 올라, 또 계단을 올라 4층 강의실에 도착했습니다. 안에 노트북이 들어있어 조심해야 하지만 힘든 나머지 대충 던져놓고 800ml 크기의 커다란 파랑 텀블러를 꺼내 정수기로 향했습니다. 콜드브루 원액 커피와 얼음이 가득 담겨 있는 텀블러에 물을 받아 커피를 완성했습니다. 힘껏 흔들어 한 입 크게 들이키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자리에 앉아 방금 읽었지만 기억나지 않는 책을 다시 톺아보며 교수님을 기다립니다.


매일 똑같은 일상, 지루하기 짝이 없어 어떤 이야기로도 뽑아낼 수 없는 반복. 글을 쓰기 위해서는 조금 더 들여다봐야합니다. 휴대전화 알람이 울릴 때 내 얼굴은 어땠을까, 버스를 타고 등교하는 길 버스 내부에 있는 사람들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정수기에서 물을 담을 때 내 뒤에서 오래 기다리던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가만히 책상에 앉아 하루를 돌려봅니다. 휴대전화에 찍어 놓은 사진을 살펴보기도 합니다. 정적인 사진이지만 그 속에 담긴 감정을 느끼다 보면 무언가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많은 사진을 내리다 단단한 돌과 거친 흙 속에서 피어난 자줏빛 꽃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버스를 놓칠까 노심초사하며 도착한 버스정류장에서, 버스가 오고 있는 찰나에 촬영한 사진이었죠. 조금 더 들어가 볼까요. 사진을 찍고 있는 내가 보입니다. 버스가 오고 있는 것을 발견해 빠르게 몸을 숙여 사진을 찍었습니다. 정신없는 그 순간에 꽃을 찍은 나는 어떤 생각으로 사진을 찍었을까요.

어떻게 생각해 보면 아무 의미 없는 일일 수 있습니다. 울리는 휴대전화에 침대에서 일어나고, 배가 고프면 음식을 찾는 것처럼 어쩌면 마땅히 그러한 큰 의미 없는 행동일 수 있습니다. 그런 행동에, 그런 일상에서 의미를 찾아내고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글을 쓰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던 것에 왜 당연한 것일까 라는 물음을 던지고,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을 사유하며 어떤 기분인지 천천히 음미하는 것 말이죠.

이를테면 어제 저는 기뻤습니다. 내가 왜 기뻤는지, 무엇을 어떻게 할 때 기뻤는지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기뻤다는 이 감정을 조금 더 들여다볼까요.

‘아침에 늦게 일어나 강의에 늦었다. 내 잘못이기에 누구를 탓할 수도 없지만 늦었다는 사실에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아무것도 먹지 못해 11시쯤 몹시 배가 고팠다. 강의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배를 움켜쥐었다. 11시 40분 강의가 끝나고 내려가는 길. 올라왔던 언덕은 이제 내리막이었고 올라왔을 때보다 절반은 빨리 내려왔다. 조금 더 걸어 보이는 만둣집. 서둘러 들어갔다. “비빔냉면 하나 부탁드립니다.” 얼음이 띄어져 있는 육수와 검은 면발 위에 덮인 빨간 양념 이불. 감칠맛 나는 육수를 한입 마시고 서둘러 면발에 부었다. 되직했던 양념은 육수와 만나 면발에 스며들었다. 식초를 두 번 두르고 겨자를 한 번 뿌려 크게 한 젓가락 들어 올렸다. 입이 가득 차도록 밀어 넣고 한껏 부푼 입으로 우물우물 씹었다.’


기쁘다라는 감정을 단순히 ‘기쁘다.’라고 적을 수도 있습니다. 묻고 싶습니다. 정말 기쁨이 느껴지나요. 거의 8줄에 걸쳐 설명하는 일. 무슨 이야기인지 하나하나 따라가다 배가 고픈 주인공에 감정이입하고 그 고통의 순간에 한 입 크게 냉면을 씹었을 때 느껴지는 감각을 전달하는 일. 글쓰기라고 생각합니다. 읽는 이가 무언가를 느끼고, 잔잔했던 마음에 잔잔한 파동을 만드는 일. 제가 생각하는 글의 존재 이유자, 글을 쓰고 싶은 깊은 열망이기도 합니다. 예전에 작가는 신이 내린 직업이라 생각했습니다. 전혀 몰랐어서, 들여다본 적도 없어서 막연히 단정 지었죠. 소설가 김연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매일 쓴다. 그리고 한순간 작가가 된다.” 매일 글을 쓰고 매일 느끼고 매일 사유하다 보면 이 수많은 일상을 반복하다 보면 한순간 작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기쁘다는 감각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을 때까지 매일 쓰고 매일 느끼고 매일 사유하겠습니다. 그리고 한순간 작가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