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아갈 수 없는 우리는 어째서 자꾸 혼자가 되길 열망하는 걸까.
운동을 하며 땀을 흘리니 배가 고팠다. 일주일에 네 번도 먹을 수 있다고 큰 소리 떵떵 치던 닭칼국수 집이 생각났다. 사실 한동안 닭칼국수 집에 가지 않고 있었다. 2년도 넘게 자주 가던 닭칼국수 집, 김치는 꼭 2번은 더 달라고 했던 매콤한 겉절이 맛집. 앉던 자리에 앉아 늘 먹던 메뉴를 시켰다. ‘일반 하나 주세요.’ 국수를 받고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피니 미묘하게 달라져 있었다. 배치도 달라져 있었고, 늘 보이시던 사장님 부부도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심스레 국물을 떠먹었다. 후루룩. 다행히 맛은 그대로였다. 배가 고파 우선 맛있게 먹었다. 닭 뼈도 씹어먹을 기세로 국물까지 먹어 치우고 계산하며 알바생에게 물었다.
“사장님 바뀌었어요?”
“네 어제부터 바뀌었어요.”
일주일에 세 번은 갔던 발걸음이 두 번으로 한번으로.. 그렇게 한 달 동안 닭칼국수 집에 가지 않았다. 매콤한 김치가 떠올라 입에 침이 돌지도 않았고, 따듯한 국물에 담긴 닭 반 마리가 떠오르지도 않았다.
식당에 들어가 처음 보는 메뉴를 시키는 일. 더러운 변기를 깨끗하게 닦는 솔을 맨손으로 턱턱 잡아 청소하는 일. 불쑥 태국으로 떠나 혼자 거리를 걸어보는 일. 모든 경험을 중요시한다. 특히 새로 겪는 어떤 것을 환영한다. 처음은 늘 낯설고 그 낯섦에서 다가오는 자극은 나를 발전시키니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음식은 꼭 먹던 걸 선호한다. 피자스쿨을 먹기 시작한 이후 포테이토 피자를 처음 먹은 순간부터 나는 쭉 포테이토 피자만 먹고 있다. 동네에 매일 가던 식당을 친구들 모두 지겹다고 하지만 나는 갈 때마다 맛있고 새로워한다. 새로운 경험도 좋지만, 음식에서만큼은 이상하게 늘 경험하던 경험을 찾는다.
그런 내가, 특히 내가 정말 좋아했던 닭칼국수를 찾지 않는다는 것은 꽤(?) 큰일이었다. 매일 해오던 일을 하지 않았을 때 느껴지는 오묘한 불편함. 오랜만에 닭칼국수 집을 찾았다. 알바생이 바뀌었고, 가구 배치가 달라졌고, 가게를 휘감고 있는 공기가 달라졌다. 상에 앉자마자 처음 보는 기계를 발견했다. 테이블에서 바로 주문하고 결제까지 할 수 있는 기계였다. 나에게 오지 않는 알바생을 머뭇거리며 불렀다.
“여기서 바로 주문하면 되나요?”
“네.”
화면을 내려 늘 먹던 닭칼국수를 주문했다. 카드를 넣어달라 기계가 외치길래 카드를 넣었다. 주문이 끝났고 조금 기다리자 국수가 나왔다. 오랜만에 보는 녀석. 숟가락으로 먼저 국물을 떠먹었다. 맛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국물을 다 비우지 못한 채, 계산대로 가 계산을 할 필요도 없던 나는 바로 집으로 갔다.
언젠가부터 ‘편하다’는 것이 사람 사이의 마찰, 만남을 줄이는 의미가 된 듯하다. 예전에는 반드시 만나서 해야 했던 회의도 이제는 온라인으로 비대면으로 화면에 보이는 작은 얼굴을 보며 회의를 진행한다. 예전에는 반드시 가게에 들러 주문하고 기다려야 했던 주문이 이제는 휴대전화로 미리 주문과 결제가 가능해졌고 시간에 맞춰 찾아가기만 하면 된다. 기다릴 필요도 없고, 서로 이동하는 시간을 아껴서 효율적이고 ‘편리한.’ 편리함에 거부감이 들기 시작했다. 식당에 들어가면 들려오던 따뜻한 인사대신 들려오는 힘없고 형식적인 인사. 주문할게요를 외칠 필요도 없는데 왜 부르느냐고 하며 잔뜩 화가 난 알바생의 얼굴. 가게에 들어가 사장님이 만드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고 대화도 나누곤 했던 그렇게 단골이 되곤 했던 순간들.
많은 순간이 사라졌다. 시간을 아끼고 노동을 아끼고 효율적인 편리함은 분명 맞지만, 관계가 사라진 듯하다. 서로 원하는 정말 것만 주고받는 일의 연속. 주문받고, 음식을 만들고, 배를 채운다는 목적을 달성하면 돈을 지불하고 나간다. 어떠한 접촉도 필요 없다. 사장님 얼굴을 보며 또 왔냐고 인사하던 작은 웃음, 김치를 많이 먹는 것을 알기에 남들보다 두 배는 넘치게 주던 푸짐한 인심까지. 내가 로봇이 된 듯하다. 아니 지금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로봇이 된 듯하다. 사회의 동물인 우리 인간이 개인의 동물로 점점 진화하는 듯하다. 서로의 목적만 충족시키면 끝나는. 그 주고받음 사이에 관계는 없다. 회색 도시가 되는 듯하다. 거대한 공장으로 변해 입력한 값을 추출하면 끝나는 공장.
밥을 먹고 돌아가는 길. 오랜만에 먹은 맛있는 닭칼국수였음에도 배가 부르지 않았다. 국물을 다 먹지 않기는 했지만 국수며 닭은 모조리 다 먹었음에도 배가 부르지 않았다. 내가 나갈 때까지 나를 쳐다보지 않은 알바생의 얼굴이 그려지지 않았다. 주방에서 나오지 않아 얼굴이 보이지 않은 사장님의 얼굴을 떠올릴 수 없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왔는지 잘 기억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