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변한다는 것.

-세상을 너무 순진하게 바라봤던 나에게.

by 성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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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바뀐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일입니다. 소설 ⌜1984⌟의 주인공 스미스가 변화한 것처럼 말이죠. 전체주의에 대항하다 비밀경찰들에게 잡힌 스미스는 내부당원(임원)인 오브라이언에게 고문당하고 하지도 않은 자백을 합니다. 스미스가 이해할 수 없던 점은 반역자는 그냥 죽이면 될텐데 죽이지 않고 좋은 밥을 제공하고 잠자리를 제공했다는 것입니다. 오브라이언은 스미스를 끝까지 세뇌시킬 때까지 그를 죽이지 않겠다고 까지 말했습니다. 도대체 무엇하러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써가며 그렇게 까지 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아무리 세뇌를 하고 고통을 준다고 한 들 그것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마음과 생각은 보이지도 않는 것인데 말이죠. 고통과 온갖 고문이 시작됐고 스미스는 오브라이언이 시키는 대로 자백을 했고, 당을 사랑한다고 외치고, 그가 시키는 모든 행위를 했습니다. 2+2가 무엇이냐는 그의 질문에 결국 그가 시키는 대로 5라고도 말했죠. 그런데도 오브라이언은 ‘아직 덜됐군.’ 이라는 말과 함께 돌연 사라졌습니다.

평소처럼 밖에서는 볼 수도 없는 좋은 음식을 먹고 침대에서 잠에 들었던 스미스는 자던 도중 갑자기 납치를 당했습니다. 순간 갑자기 불이 켜지더니 입에 기다란 투명 통이 끼워졌습니다. 그 통에는 나무로 막아진 몇개의 가림막이 있었죠. 그 순간 저 멀리 엄청나게 크고 더러운 쥐가 나타났습니다. 스미스는 극한의 공포에 휩싸였죠. 그가 가장 무서워했던 것이 쥐였기 때문입니다. 온몸을 떨었고 도저히 눈을 뜨고 쥐가 다가오는 것을 기다릴 수 없었죠. 오브라이언은 진실을 말하라고 했습니다. 스미스는 도대체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몰랐고 그저 살려 달라고만 외쳤죠. 그 사이 나무 가림막은 하나 둘 열리기 시작했고 커다란 쥐는 점점 다가왔습니다. 보이지 않는 쥐라는 공포에 스미스는 정신을 놓을 것처럼 몸을 떨었고 기절할 듯 경련을 일으켰습니다. 마침내 마지막 나무 가림막이 열리기 직전 그는 말했습니다. “씨발 당장 이 더러운 쥐를 줄리아한테 먹여버려요. 씨발 당장!” 순간 불은 꺼졌고 유리통과 쥐는 사라졌습니다. 스미스는 그 날 이후 완전 다른 사람이 됐습니다. 2+2가 4든 5든 더이상 그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빅 브라더가 통치하는 당을 사랑했고 당은 언제나 옳았습니다. 그는 아무 생각없이 자신이 죽을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는 변했습니다.


익숙함을 좋아하는 인간은, 안전의 욕구를 좇는 인간은 변화를 본능적으로 거부합니다. 단순히 ‘내일부터 열심히 살아야지.’같은 단순한 다짐이 아니라 자신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어제와는 완전히 뒤바뀐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람이 변하는 것입니다.

2년전 11월 9일이 그랬습니다. 누군가에게 진심을 전했고, 지금까지 살아온 적 없는 삶을 살아가고자 선택했습니다. 나로 살아가던 인생이 우리로 변했고 매 순간 새로운 선택이 기다렸습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많은 신경을 쏟아야 했고, 세심하게 그 사람의 반응을 살펴야만 했죠.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아니고, 그렇게 바뀌어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날 당신이 나를 받아주었고 그 순간 나는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스미스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했던 엄청난 사건처럼, 그날은 나에게 엄청난 날이었습니다. 일종의 ‘극적사건’이었죠. 그 사건으로부터 벌써 730일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습니다. 여전히 그대와 함께하고 있기에 나는 변하고 있지만 그 변화를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죠.

내일부터 공부 해야지 같은 아무 의미 없는 변화가 아니라 진짜 변화를 매일매일 겪고 있습니다. 번개가 온몸을 관통하는 짜릿한 순간이라고 거짓을 말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태어났어 라는 허풍을 떨지 않겠습니다. 나도 모르게 나는 스며들었고 변하고 있었습니다. 긴 시간이 지나서야 그것을 깨달았고 내가 얼마나 큰 영향을 받고 있는지 세삼 느낍니다. 큰 쥐가 다가올 때 눈이 뒤집히고 경련이 일어난 정도로 온몸을 떠는, 변화를 싫어하는 인간이 기꺼이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게끔 큰 마음을 아낌없이 준 그대에게 이 글을 바치고 싶습니다. 긴 시간 한결 같이 옆에 있어줘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또 다른 스미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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