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게

-미정도 어쩌면...

by 성성이

코코가 밥을 다 먹을 때까지 문에서 느껴지는 진동은 끊이지 않았다. 공사장 드릴이 바닥을 뚫는 것처럼 바닥이 뚫릴 때까지 끊임없이 문을 두드렸다. 내가 진동과 싸우는 사이 코코는 밥을 다 먹고 배가 부르지도 않은지 수제 개 육포 다섯 덩이를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코코는 깨끗한 물로 목을 축이고 나서야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환하게 웃는 얼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지수와 경비 아저씨가 서 있었다.

“차미정, 이 더러운년아!”

지수와 경비 아저씨가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바닥에 눌려 두 손을 뒤로 포박당했다. 머리채를 잡히고 바닥에 눌려 움직이기 힘들었다. 있는 힘껏 고개를 돌려 코코를 찾았다. 겁에 질린 코코는 저 구석에 틀어박혀 달달 떨며 소리치고 있었다. 끼잉 끼잉. 태어나서 한 번도 소리 낸 적 없는 코코가 큰 소리로 울고 있었다. 아까 시위에서 울부짖던 커다란 돼지처럼.

“경찰 아저씨! 여기요 여기!”

어느새 달려온 경찰들은 나를 지나쳐 코코를 향해 달려갔다. 구석에서 달달 떨고 있는 작고 하얀 코코에게. 한 손에는 장전까지 한 총구를 신중하게 겨눴고, 한 손에는 두꺼운 경찰봉을 꽉 쥐고서 빠르게 달려갔다. 경찰들이 둘러싸도, 두꺼운 경찰봉으로 일제히 내려쳐도 코코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입을 크게 벌리고 날카로운 이빨로 강하게 깨무는 입질조차, 이리저리 달리며 도망치는 것조차… 무기력하게 맞았고 온몸에 멍이 든 채로 힘없이 잡혔다. 경찰들은 축 처진 코코를 들고 내 위를 지나갔다.

“차미정 씨. 개가 사람을 물었다는 신고 받고 왔습니다. 서까지 같이 가주시죠.”

“어우 더러운년.”

지수와 경비아저씨는 그 말을 뒤로 사라졌다. 자유로워진 손으로 신발장의 거울을 잡고 일어났다. 거울이 손 얼룩으로 더러워졌다. 집 안은 텅 비어 있었다. 늘 부지런히 뛰어다니던 하얀 솜뭉치는 사라졌고 텅 빈 밥그릇만이 자리를 지켰다. 손을 잡아끄는 힘에 이끌려 무기력하게 끌려 나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경찰차에 올랐다.

“사람을 문 개는 안락사가 원칙이라, 키우시던 개는 안락사 처리될 겁니다.”

코코는 길고 뾰족한 주사에 찔려 액체가 들어가면 채 5분도 되지 않아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의식을 잃고, 숨을 멈추고, 이내 사망할 것이다. 눈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흐르다 나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며 울었다. 코코가 자유롭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잡아 먹힐 걱정 하지 않고 편안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눈물을 닦다 룸미러에 비친 나와 마주했다. 머리는 미친 듯이 헝클어져 있었고,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서에 가서 사인만 하시면 귀가조치 되실 겁니다.”

코코가 없는 텅 빈 집이 떠올랐다. 코코를 줄 사료가 텅 비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나도 모르게 올라가는 입꼬리.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었지만, 내가 제어할 수 없는 입꼬리는 자꾸만 올라갔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나는 경찰서에 가서 사인만 하면 자유의 몸이 될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 텅 빈 집에 친구들을 잔뜩 불러 시끄럽게 술파티를 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늦은 밤까지 술을 마시고 우리 집으로 데려와 지칠 때까지 섹스를 할 것이다. 아무도 없는 내 집에서 자유롭게, 아주 자유롭게. (*)

작가의 이전글코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