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가 보고 싶었다.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면 꼬리를 헬리콥터처럼 돌리며 나에게 달려와 배를 뒤집어 깐 채로 잔뜩 애교를 부릴 코코. 서둘러 계단을 올랐다. 힘을 모두 쓴 탓인지 한층 한층 오를 때마다 고꾸라지지 않기 위해 힘을 잔뜩 주어야 했다. 남아 있는 힘이 없어 아직 위 속에 남아있을 개고기에게 힘을 빌렸다. 입에 들어가자마자 찢어지며 퍼졌던, 누린내 가득한 즙을 한가득 뿜어냈던 개고기. 코코를 보기 위해 나는 힘을 내야 했다.
마침내 3층에 도착했다. 오늘따라 더 간절했던 집. 복도는 여느 때처럼 조용하고 또 한산했다. 코코가 온 이후 누구도 온 적 없는 나만의 공간. 침묵 속 나와 코코, 우리만의 신나는 춤을 출 수 있는 아주 고요한 공간. 비밀번호를 눌렀다. ‘0711’ 굳게 닫혀 있던 두꺼운 문을 활짝 열었다.
‘코코야!’ 침묵 속 나는 무릎을 접고 앉아 그토록 보고 싶던 코코를 목 놓아 불렀다. 창가에서 나를 발견한 코코는 짧은 네발로 귀가 펄럭이며 열심히 달려오고 있었다. 어느새 커진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세상에 나 하나밖에 없다는 듯한 해맑은 얼굴로. 나는 오늘따라 너무도 보고 싶던 코코를 껴안았다. 부드럽고 꼬순내 나는 흰털 뭉치 속에 얼굴을 파묻었다. 흰 털은 축축이 젖어 들어갔다.
“언… 언니…”
등 뒤로 들려오는 낯섦. 오랜 시간 가득했던 침묵의 공간에 목소리가 침투했다.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를 들으며 우아하게 춤추던 코코와 나의 공간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나는 코코를 품에 안고 천천히 고개를 돌리다 신발장에 붙어있는 거울과 마주했다. 시위 현장 속 미니미 돼지를 품에 안고 돼지가 음식이냐고 울며 외치던 사람이 떠올랐다.
“수진아… 네가 여길 어떻게…”
“어… 나는 언니 몸 안 좋다길래 약 사왔지… 근데 혹시 그게 코코야…?”
“코코… 어… 코코야.”
“아 그렇구나…”
익숙한 침묵. 침묵이 다시 우리를 찾아왔다. 코코와 나 그리고 수진이에게도 어쩐지 반갑지 않은 침묵. 우리는 침묵 속에서 서로를 가만히 바라봤다. 코코는 쉬지 않고 꼬물거렸다. 내가 돌아와 그저 좋아서,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의 냄새를 맡고 싶어 계속해서 움직였다.
“아 언니. 나 먼저 가볼게.”
“어… 알았어. 어서 가.”
“몸조리 잘하고. 또 연락… 갈게 언니.”
뒤돌아 떠나가던 수진이의 찰나의 눈빛. 나는 그 눈빛에 몸을 움츠렸다. 여름철 쓰레기를 아무 곳이나 던지며 흐르는 오물에서 풍기는 악취를 바라보는 눈빛. 큰 대로에서 자연스럽게 가랑이를 벌리고 앉아 흰 팬티를 적나라하게 보이며 담배를 피워대는 중고등학생들을 바라보는, 짙은 말보루 레드 연기를 가득 뿜으며 걸어가는 그런 어른의 눈빛.
문을 닫았다. 나는 코코를 바닥에 내려놓고 미니미 돼지가 크게 그려져 있는 사료를 꺼내 왔다. 코코는 밥 주는 것을 눈치챘는지 새로 개업한 식당 앞 바람 인형처럼 꼬리를 빠르게 움직였다. 나는 그릇 가득 사료를 부어주었다. 산 모양을 그리며 수북이 쌓인 사료가 넘쳐 그릇 옆으로 떨어졌다. 아껴둔 비싼 간식을 꺼내 코코 그릇 옆에 두었고 물그릇도 깨끗이 씻어 가득 채워주었다. 그리고 문에 기대고 앉아 코코가 맛있게 먹는 것을 바라보았다. 코코는 배가 고팠는지 얼굴을 파묻고 열심히 먹었다.
“아가씨! 거기 있는 거 다 아니깨 빨리 문 좀 여소. 다 듣고 왔으니까 숨길 생각 말고! 아가씨! 빨리 문 열라니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