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7일 금요일

-타인의 인정

by 성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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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적으로 반성하는 것 같아.”


글을 쓰다 보면 특히 에세이를 쓰다 보면 항상 그런 쪽으로 이야기가 마무리 되곤 했다. 크게 반성할 일이 아님에도, 의식하고 그렇게 쓰지 않았음에도 글의 마지막은 대부분 그랬다. 슬퍼했고, 다시 일어나고자 노력했고, 지금까지와 같지 않을 것임을 다짐했다. 막상 위로 거슬러 올라가 내가 어째서 다짐하고, 슬퍼했는지 살펴보면 마땅한 이유가 없다. 큰 잘못을 저질렀다거나, ‘그렇게까지’ 나태하게 하루를 보내지 않았다. 나는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쾌락’이라는 A4 한 장 에세이를 썼다. 시험을 망치고 돌아와 공부가 영 손에 잡히지 않아 무작정 쓴 글이었다. 끝에 나는 이렇게 마무리했다. ‘한밤중에 떨어지는 눈물을 닦으며..’ 연어처럼 다시 거슬러 올라가 글 속 내가 울었던 이유를 살펴봤다. 3시간 내내 게임을 했고, 유튜브를 시청했고,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적혀있다. 비겁했다. 사실 시험을 망쳐서 그랬고, 사실 공부가 하기 싫어서 그랬다. ‘쾌락’이 아니라 그저 시험 기간에 공부가 하기 싫은 ‘게으름’ 정도였다. 나는 솔직하지 못했다. 나는 나를 속였다.


상을 받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한 이후 처음으로 다른 누군가에게 인정받았다. 이름 석 자를 빼고 오로지 내 창작물로, 내가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글만으로. 경상남도 창원으로 내려갔다. 시상식 시간이 가까워져 갔지만 떨린다거나, 두근거린다는 감정은 솔직히 없었다. 주변에서 축하한다고, 작가님 되는 거 아니냐고 진심 어린 축하를 해줘도 ‘아이 뭘.’, ‘운이 좋았지.’ 얼버무렸다. ‘그래 뭘.’ 속으로 뇌까렸다. 스스로 박하다는 말을 주변으로부터 많이 들었다. 세상엔 열심히 사는 사람, 글을 잘 쓰는 사람*자기 일에 몰두해 많은 것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7월 7일 금요일 14시. 시상식이 열렸고, 많은 사람이 왔다. 총장님, 회장님, 다른 당선자들까지. ‘동화 부문 이재성’. 내 이름이 불렸고 앞으로 나갔다. 상과 상패를 받았다. ‘315 정신을 이어받아 앞으로 큰 작가가 되기를 기대한다.’는 격려의 말까지 들었다. ‘아이 뭘.’ 속으로 생각하며 사진을 찍었다. 아직 한참 부족하다는 생각이 머리를 채울 뿐이었다.


후에 시상식이 동생에게 사진을 보내 달라고 했다. 잘 나왔는지, 나는 어땠는지 궁금했다. 사진 속 그는 웃고 있었다. 충분히 기뻐하고 있었다. 나는 왜 나를 깎아내리고 있었나. 나는 왜 다른 사람도 아닌, 나의 기쁜 일을 별거 아닌 것처럼 하대했을까. 좋아한다고 말하는 ‘글’에, 가시적인 그토록 바라던 인정과 상을 받은 사진 속 나의 입꼬리는 충분히 올라가 있었다. 심지어 조금은 오만해 보이기까지 했다. ‘아이 뭘.’, ‘운이 좋았지.’가 왜 튀어나온 말인지 고민해 보았다. 그래. 나는 나를 속이고 있었다. 습관적 반성. 나태해지지 않기 위한 스스로의 채찍질. 상을 받은 후 집에 돌아오는 길, 망친 시험의 결과를 확인했다. A+였다.

‘기쁘다.’, ‘상과 상패를 움켜쥐고 사진 찍었을 때 짜릿했다.’

솔직해지자. 내가 나를 속이는 머쓱한 모순. 블랙 코미디적 상황을 벗어 던지고, 나르키소스처럼은 아니더라도 나를 사랑하자. 내가 나를 사랑하는데 어떠한 이유가 필요할까. 나이기에 나는 나를 사랑해 주어야 한다. 내가 나를 사랑해주지 않으면 누가 나를 사랑해줄 수 있을까. 모든 이를 사랑으로 가득 채워주시는 하나님처럼 내가 나를 충만하게 채워보자.

힘겨운 길을 걷다 잠시 따듯한 주유소에 들러 연료를 ‘만땅’으로 충전했다. 앞으로 나아갈 추진력은 이것으로 충분해졌다. 내가 받았던 이 숭고한 사유와 행복감을 다른 누군가에게도 전해주고 싶다. 다른 누군가가 가득 찰 수 있도록 책임감을 느끼고 주유소를 건설해야겠다.


2023년 7월 7일 금요일,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 나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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