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 누워 휴대전화를 하다 건너편에 있는 거울을 발견했다. 움직이기 싫어 몸을 최소한으로 움직였다. 꿈틀 꿈틀. 꿈틀거리며 거울 쪽으로 다가갔다. 거울을 보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고개만 거울 쪽으로 돌렸다. 침대의 가로가 좁다 보니 머리가 침대 측면으로 떨어졌다. 높은 탑에서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라푼젤처럼 순식간에 머리가 쏟아졌다. 열매처럼 침대에 달린 머리에 피가 쏠렸다. 느껴지는 압박, 쏠림. 갑자기 쏠린 피는 몸에 압력을 가했고, 점점 자세를 유지하기 힘들어졌다. 머리가 아득해져 자세에서 탈출하려는 순간 거울과 눈이 마주쳤다. 정확히는 거울 속 잔뜩 쏟아져 있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를 거꾸로 바라본 것은 처음이었다.
처음 바라본 거꾸로 본 세상 속 내가 반대로, 아니 세상이 거꾸로 보였다. 늘 하늘 높이 솟구쳐 올라가던 나는 땅으로 땅으로 꺼져가고 있었다. 가장 위에 머리가 있고 눈썹 그리고 눈으로 이어져 코 그리고 입으로 완성되는 얼굴이 아니라 정반대였다. 얼굴의 시작은 턱이었다. 턱 다음 입 코 눈 그리고 눈썹과 머리로 완성되는 얼굴.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조금은 기괴한 나의 모습. 땅으로 향하는 나, 뾰족한 턱으로 시작하는 내 얼굴.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는 나임에도 나는 나를 기괴하다고 느꼈다. 평소랑 조금 달랐을 뿐인데 나는 나를 기괴하다고 느꼈다. 기괴한 나.
어째서 나는, 그것도 나를 기괴하다고 느꼈을까. 처음 본 자신에게 사랑에 빠져 죽음까지 이르렀던 나르시스와 달리 나는 나를 괴상하다고 느꼈다. 단지 거꾸로 바라봤을 뿐인데. 겨우 위와 아래가 바뀌었을 뿐인데. 늘 똑바로 바라보던 거울 늘 올바른 자세로 바라봤던 거울. 거울을 이리저리 뒤집고 흔들긴 했어도 나를 흔들고 뒤집어 본 적은 없었다. 거울을 바라보던 나는 늘 올곧고 올바른 자세였다. 몸을 기울여 바라보지도 몸을 뒤집어 바라보지도 않았다. 처음이라서 지금까지 본 것과 다른 것을 기괴하다고 느꼈나. 그리고 당연히 ‘이렇게’ 생겼어야 하는 그 무언가가 그렇지 않음에서 다가오는 신선함을 받아들이지 못해 공포와 두려움으로 도망쳤나. 겁쟁이.
거울을 거꾸로 바라보자. 거꾸로 거울을 바라보자. 의자가 하늘에 붙어있고, 턱으로부터 얼굴이 시작된다. 거울을 다르게 바라보자. 늘 보던 것처럼 똑바로 서서 보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 누워서도 바라보고 얼굴을 가로로 돌려서도 바라보자. 세상은 왼쪽으로 돌려지기도, 오른쪽으로 돌려지기도 내가 뒤집어 봤을 때처럼 거꾸로 뒤집어지기도 한다. 변함없는 세상 바뀌지 않은 세상.
알고 있다. 세상은 그 무엇도 바뀌지 않았음을. 거울 속 세상도, 거울 밖 세상도 어떤 것도 바뀌지 않았다. 배가 고플 때 사과 하나를 바라보는 것과 배가 부를 때 사과 하나를 바라보는 것. 결국 바뀐 것은 그저 바라보는 내 시선의 방향일 뿐이라는 것을. 바뀐 것은 결국 나라는 것. 몸을 거꾸로 뒤집어 거울을 바라봐도 세상은 그대로다. 거꾸로 바라보자. 거꾸로, 거꾸로, 거꾸로. 세상을 마음껏 뒤집고 돌려도 보자. 두려움에 익숙해지고, 공포에 맞서자. 다시는 익숙하지 않은 것이 기괴한 것이라 느끼는 내 감정의 무례함을 직시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거울 앞에서 몸을 뒤집는다. 피가 머리에 쏠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