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29. - 2021. 7. 1.
몰타의 세 군데 섬 중 Gozo 섬의 Xlendi bay에 다녀왔다.
몰타를 베이스캠프로 삼고 유럽여행을 다닌다는 다른 학생들처럼 가까운 이탈리아나 스위스에 가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긴 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일주일간의 방학동안 이곳에서 내 페이스대로 지내기로 했다.
Ferry를 타고 50분 정도 가면 고조섬이다.
어린아이들부터 나이 든 사람들까지 한낮의 강렬한 태양 아래에서 수영 하고 돌바닥과 벤치에 드러누워 선탠 하며 낮잠을 자는 모습에 sunburn으로 고생한 나는 그저 놀랄 뿐이다.
뜨거운 태양에 적응하고 한껏 즐기는 사람들.
바다보다 산을 좋아하는 나는 몰타의 숙소 근처에 해변이 많아도 수영할 생각을 하지 않았었는데 다른 섬까지 와서 3개월만에 드디어 수영을 했다.
밀린 숙제 하나 한 기분.
내일은 코미노섬과 블루라군 크루즈 여행을 할까 생각하는중에 같은 반의 Y가 블루 그로토에 가자고 왓츠앱으로 연락이 왔다.
오케이 라고 답장하고 사진으로만 봤던 멋진 풍경을 상상한다.
반절이 지났다.
랭귀지스쿨에 매어있는 것이 싫증 나면서 그냥 자유롭게 외국살이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한국의 산길이 그립다.
시한부 기간이면 더 가볍고 알차게 즐길 수 있을 거라 여겼는데 이곳에서의 생활이 끝난 다음 일을 떠올리느라 지금 이 시간들이 무겁고 어지럽다.
더 멀리 생각하면 인생도 어차피 떠나기 전의 삶일 뿐이다.
너무 버둥거리지 말고 천천히 세상구경 하면서 가자.
오늘은 블루 그로토 근처에 있는 므나이드라 신전에 가려고 한다.
그전에 집에서 땀 삐질 거리며 ‘불안’을 마저 읽었다.
아침 일찍 나와도 차를 두 번 갈아타고 기다리고 하면 가장 뜨거운 시간대일 것 같아 책 읽고 카페로 왔다.
참다가 3일 만에 왔더니 카푸치노의 맛이 진하고 풍미가 좋은게 훅 느껴진다.
결핍이 더 큰 만족을 주기도 한다.
다만 나중에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결핍이어야 좀 참을만하다.
블루 그로토(Blue Grotto).
푸른 동굴이란 뜻이다.
세 명이 타면 꽉 차는 작은 배를 타고 바다 옆 절벽 동굴에 들어가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을 만큼 푸르디푸른 물과 딴 세상에 온 듯한 느낌을 경험했다.
함께 간 Y가 지난번에 갔던 곳이라며 블루 그루토 다음 코스로 데려간 Xaqqa Cliff에서 석양을 감상하다가 깎아지른 듯한 그 절벽에 누군가가 붙어 있는 걸 봤다. 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수행하고 있는 사람 같다.
정말 외진 곳이라 올 수 있을지 걱정 하면서 Bolt 택시를 앱으로 호출했더니 전화가 왔다.
현재 위치가 표시될 텐데 어디냐고 물어본다. 이탈리아어 같은 영어를 전화로 들으니까 무슨 말인지 더 못 알아듣겠다.
그냥 허허벌판인 이곳을 내 맘대로 설명하고 끊었는데 다행히 잘 찾아와 줘서 30분 만에 편히 집에 왔다. 기분 좋은 노곤함이 몰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