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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자기 앞의 生

-에밀 아자르 「문학동네」

by 바람


프랑스 소설가 로맹 가리가 에밀 아자르라는 가명으로 쓴 소설이다.

지난번에 ‘관계의 힘’을 읽고 누군가가 그리운 상태에서 뒷날개에 설명된 조경란 작가의 평을 읽고 고른 책이다.


사람이 그립지만 딱히 대상이 없을 때,

혼자 있는 게 편하지만 갑자기 외로움이 밀려들 때 좋은 책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또 한 번 느꼈다.


이 책은 작가가 61세에 발표했다.

그전에 썼다고 해도 열네 살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그린 이 소설은 도저히 할아버지 작가의 글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내가 원하고 노력하는 일이다.




주인공 모모는 창녀의 아이를 돈을 받고 키워주는 로자 아주머니와 살아왔다.

거칠고 힘겨운 삶을 사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 모모를 통해 흘러나온다.


당시 프랑스는 아이들을 너무 중요하게 여기고 그들을 과잉보호하느라 키워줄 어른이 없는 아이들을 기꺼이 감옥으로 보내 버리려 한다던 표현은 정말 역설적이다.


사람들이 생을 조금이라도 늘리고 싶어 의학에 의지하는 것도 모모와 로자 아주머니는 반대로 생각한다.

식물인간으로서 생명을 연장하는 것은 단지 의학기술을 검증하기 위한 실험용이라는 둥.

배 속의 아이에게도 허락된 안락사가 고난한 삶을 살아온 늙은 여자에겐 왜 허용이 안되냐고 항변하며 기어이 둘은 ‘유대인의 동굴’인 지하에서 생활한다.


결국 로자 아주머니는 죽지만 그걸 인정하지 못하고 사랑하는 사람 없이 살 수 없는 모모는

로자 아주머니의 몸이 자연의 법칙대로 부패될 때까지 옆에서 지낸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가 자신을 돌봐주던 사람을 다시 돌보게 되는 모습이 인상 깊다.

책을 읽는 내내 느꼈던 구구절절한 감정을 글로 옮기지 못하는 내 필력이 참 안타깝고..


길가의 꽃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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