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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관계의 힘

-레이먼드 조 「한국경제신문」

by 바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책을 다 읽고 생각나는 건 김춘수의 시 ‘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갈구하고 원하지만 선뜻 먼저 손 내밀고 관심 가져주며 관계를 유지하는 건 힘든 것 같다.

이 책 속의 주인공도 사람을 좋아하고 원하면서도 가족이든 친구든 자기가 정을 주면 나중에 상처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도 그렇다. 사람들의 좋은 면이 먼저 보이고 이해하고 함께 어울리며 재미있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한번 마음에 거슬리는 걸 경험하면 정이 뚝 떨어져서 그냥 안 보고 사는 게 편해져 버린다. 가족조차도.


내 본질적인 성향과 유년시절의 환경이 나를 점점 외투막이 두꺼운 사람으로 만들어 갔다.

남에게 선뜻 말도 걸지 못하고 누가 날 싫어하는 것 같으면 먼저 냉정해진다.

요즘은 산수와 감정의 골이 자꾸 깊어지는 것 같아 두렵다. 못난 엄마가 되어 가고 있다.

푸근하고 여유 있는 엄마가 되고 싶은데...


이 책을 읽고 오랜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댔다. 26년 만에 우연히 연락된 친구들과 통화도 하게 되었다.

마치 이 책의 에너지가 나의 무의식 속 관계를 원하는 마음에 흡수되어 영향력을 행사한 것 같은 느낌이다.


창경궁의 연리목처럼 된 회화나무와 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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