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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명심보감

-추적 엮음 「홍익출판사」

by 바람


이런저런 욕심이 덕지덕지 붙어가는 내 마음에 글귀 하나가 박혔다.



‘천 칸짜리 고대광실이라도 밤에 누울 자리는 여덟 자면 충분하고


기름진 밭이 만경이라도 하루에 먹는 쌀은 두 되면 충분하다.’



더 큰 이로움을 얻기 위해 현재의 내가 불안하고 고군분투하며 살아야 할 것 같은 조바심과 힘겨움이 가득할 때

이 글은 나를 조금이라도 안심시켜 주었다.


저 말이 세상 물정 모르는 속 편한 소리일 뿐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상대적 결핍으로 괴로워하는 사람에게는 위로가 되기도 할 것이다.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며 살아왔는데 나에게 남은 게 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초반에 너무 달린 기분이라 지금은 많이 지쳐있기도 하다.

하지만 경제적 자립이 꼭 필요하니 여전히 뭔가 해야 한다.

직장생활은 나를 너무 소진시켜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

월급 대신 월세 받기를 도전하려고 부동산 관련 책을 읽고 있다.

아이러니는 종잣돈이 있어야 투자도 할 수 있으니 그걸 모으기 위해서 다시 월급을 받는 조직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리랜서로 돈 버는 재능이나 사업수완이 없으니 원.


다시 자기 합리화를 한다.

괜히 부동산투자를 했다가 대출이자 내느라 월급노예가 되느니 그냥 조금 벌고 최소한으로 쓰면서 살자고 혼자 소심한 다짐을 한다.

그러니 저 위의 구절이 내편을 들어준 것처럼 느껴진 거다.

명심보감은 논어, 맹자처럼 어느 한 사람의 말을 정리한 것이 아니라 사백여 년 전의 학자, 사상가, 정치가의 어록들을 모아 놓은

‘마음을 밝혀주는 보배로운 거울’이다.

유교 사상가나 학자들의 말이라 군신, 부자, 충효, 남존여비 등의 내용들이 가끔 헛웃음과 반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인간의 부족함을 늘 생각하고 스스로 경계하라는 내용들은 작은 촛불이 되어 내 마음을 밝혀 주었다.


길가의 배롱나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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