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 아르카나, 컵5번(Five of Cups)

by 흐르는 물

컵 5번

ㅡ 상실 속에서 남아 있는 것.


아침 창가에 앉아 숨을 고릅니다.

어제까지의 일과, 채워지지 않은 바람,

관계의 미묘한 균열이 여전히 어깨를 누르지만,

먼저 그 무게를 바라봅니다.


억지로 떨쳐내지 않습니다.

바라봄만으로도 그것들은 조금씩 모양을 바꾸며

긴장하던 마음을 풀어 줍니다.


명상은 도피가 아니에요.

마음속 컵 다섯 개 중 세 개가 엎질러져 있어도,

아직 남은 두 개가 있음을 깨닫는 일이에요.


상실의 자리에 서면 우리는 잃어버린 것만 세고

그 아픔에 시선을 고정하지요.


그러나 명상은 잃은 것 너머를 보게 합니다.

남아 있는 컵을 보는 연습,

그것이 삶을 지탱합니다.


상실은 마음을 무너뜨리기도 하지만

동시에 투명하게 만들어요.


명상 중에 호흡과 함께 비워진 공간을 느낍니다.

비워짐 속에서 들려오는 작은 울림,

지금 여기에 여전히 살아 있는 것들의 숨결을 알아차립니다.


한 모금의 공기, 미묘한 빛, 몸의 기,

함께 걷는 이들의 발자국이 남아 있어요.


그것들은 상실이 데려가지 못한 것들이에요.


이 자리에서 놓는다는 것은 포기와 다릅니다.

놓음은 잃음이 아니라, 더 이상 붙들지 않는 자유예요.


무너진 컵을 일으켜 세우려 애쓰지 않고,

엎질러진 물을 흘려보내며 남은 두 컵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일,

그것이 살아 있음의 고요한 힘을 되살립니다.


오늘도 나는 그 두 개의 컵을 바라봅니다.

비록 모양이 제각각이고 내용물이 적어도,

그 안의 빛과 온기를 봅니다.


명상은 그 빛을 내 안으로 받아들이는 길이에요.

상실이 남긴 빈자리와 함께,

여전히 나를 지탱하는 것들과 함께,


나는 다시 일상 속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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