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해서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내려놓기만 해도 좋은 것들이 있다.

by 에이미

우리는 우리 자녀들을 너무나 사랑한다.

어떻게 된 일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에게 씌인 콩깍지가 벗겨지기는커녕 더 이쁘고 사랑스럽다.

그래서인지 욕심도 많이 난다.
더 잘해주고 싶고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해 주고 싶다.

표현되는 방법은 가지각색이지만 그 내면에 아이를 향한 사랑과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은 모두 동일하다.
혹시나 엄마가 놓쳐서, 엄마가 잘 몰라서 아이에게 아쉬움을 만들어 주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엄마로서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그런데 우리가 우리의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을 생각해보면

결코 그들이 완벽하게 우리를 키워주었기 때문은 아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아이도 우리가 완벽하기 때문에 우리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육아가 가장 사랑하는 존재를 대상으로 정말 잘 해내고 싶은 욕심나는 일이긴 하지만

완벽주의가 우리의 표정을 험상 굳게 만들도록 두어서는 안 된다.


사랑이 만들어 낸 완벽주의를 내려놓아야 한다.



무의식 속에 이마에 힘을 잔뜩 준 채 인터넷 사이트를 놓칠세라 들여다보는 엄마의 모습은

아이에게 따듯함으로 전해지지 않는다.

그렇게 검색해서 알아낸 교육기관에 선착순에 들어 등록하고 아이에게 가장 무해하다는 구하기 어려운 식기세트를 구입했다고 해서 아이가 더 잘 크는 것이 아니다.

잘하려고 애를 쓰다 터져버린 엄마의 번아웃도 아이가 받아들이기엔 어렵기만 하다.



충분한 정서적 교감, 그것이면 충분하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가장 좋은 것을 제공해줘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엄마가 찾아낸 육아정보나 때에 맞게 제공되는 학습, 도구, 환경의 탁월함이 아이를 훌륭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아이와의 충분한 정서적 교감, 그것이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좋을 때에는 좋은 표현을 나누고 힘들거나 슬플 때에는 또 그 상태를 자연스럽게 아이와 공유하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다.


“오늘은 엄마가 너무 피곤하네”

“슬픈 일이 있어서 마음이 힘들어”


엄마와의 애착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거나 심하게는 애증의 관계로 변질되어 있는 관계를 상담해 보면 서로에 대한 오해가 깊은 경우가 주를 이룬다.

부모 자식 간의 오해는 감정의 교류가 적은 경우에 주로 발생한다. 어떤 현상에 대해 서로가 느끼는 생각이나 감정을 나누고 공감대를 만드는 일을 놓쳐버린 것이다. 현상을 해결하는 것에 집중해 각자의 방법으로 애를 쓰지만 서운함이 쌓이는 관계가 되기 쉽다.


집안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자주 집에 혼자 둬야 했던 한 어머님은 습관처럼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

“어쩔 수 없지 상황이 이런데. 너도 이겨내야지!”

그 말에 혼자 집에 있던 어린아이는 아무 말 못 하고 견뎠지만 엄마가 미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대로 사이가 점점 멀어졌다.

엄마는 굳세고 강인하게 상황을 헤쳐나갔지만 아이와 마음을 나누며 감정을 공유하는 것을 놓쳤다.
엄마는 엄마대로 애를 썼지만 아이는 불안함, 서운함, 원망이 쌓여만 갔다.

이런 경우 관계의 회복을 위해 대화를 다시 시작해 봐도 초반에는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계속해서 해왔던 일, 행동, 사건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이다.
서로의 감정과 솔직한 생각을 부드러운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너무나 어색하기 때문이다.

- 내가 그래도 밥은 항상 다 차려놓고 나가지 않았냐.
- 그때 사정이 이래 이래 해서 어쩔 수 없지 않느냐.
- 사실 그때 내 몸도 이만큼이나 안 좋았다.

이런 이야기는 그때도 알고 지금도 아는 사실이지만 이 사실의 확인이 관계를 따듯하게 이어가 주는 것은 아니다.

“사실 엄마가 너를 혼자 두는 게 마음이 너무 안 좋아.
너무 미안해. 그런데 지금 상황이 정말 어쩔 수가 없구나.
엄마도 최선을 다할 테니까 너도 조금만 이겨내 줘.
정말 고마워”

엄마의 마음을 솔직하게 나누고 아이의 마음을 감싸 안아 주며 함께 삶을 이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완벽한 상황이란 건 없다.

엄마가 전업주부이든 워킹맘이든, 장난감이 다양하든 몇 개 없든, 어떤 유치원을 보내고 어떤 교육을 시키든 사실 아이는 어디서나 즐겁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엄마와 정서적 교감만 잘 이루어지고 있다면 말이다.


그러니 가끔은 두 손을 탈탈 털고 천천히 고개를 한 바퀴 돌리며 우리의 긴장을 풀어내자.

가장 사랑하는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다는 이유로 완벽한 육아를 위해 온몸에 힘을 잔뜩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고 마음을 내려놓자.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오늘 나의 기분과 생각을
종알종알 아이에게 이야기해 주는
그런 엄마라면 완전히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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