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 머물 숙소에서 조식이 제공된다. 첫 이틀간 석식 같은 조식을 먹었다. 그리고 삼일 째 쉬었다.
뭐든 한 입씩 맛보고 싶은 그 순간에는 이 음식을 한 달간 먹게 될 것이라는 것을 잠시 잊었다.
한 달 살기는 여행과 확실히 다르다.
마치 어제도 그제도 이곳에 살던 사람처럼 여유를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 그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지 말고 숙소 앞을 어슬렁 거리고, 여러 가지 말고 하루에 한 가지 정도만 한다.
나머지는 그냥 집에서 사는 것처럼 방을 정리하고 필요한 물건을 챙겨보고 소박한 장을 보는 등이면 충분하다.
베트남에 처음 도착한 날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나니 벌써 6시가 넘었다. 저녁식사를 하고 간단하게 숙소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것은 길을 건너는 법이었다.
오토바이가 가득하고 신호는 없었으며 아무도 보행자를 배려해 주지 않았다.
한 달 먼저 이곳에 출장 차 와있던 남편이 한마디 했다.
"믿음으로 발을 내디뎌야 해! 갈 수 있다! 믿음으로 발을 내딛을 때 홍해가 갈라진 것처럼!"
갑자기 무법천지 오토바이 앞에서 홍해까지 나와서 웃음이 빵 터졌다.
그리고 금방 깨달았다. 정말 그 수밖에 없구나. 믿음으로 발을 내디뎠고 놀라운 리듬으로 보행자 사이사이를 피해 오토바이들이 지나갔다.
갑자기 뛰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한다. 걷는 속도에 따라 앞뒤로 슝슝 오토바이들이 지나갈 예정(?)인데 갑자기 뛰게 되면 타이밍이 엉킨다는 것이다.
긴장한 아이도 한껏 손을 높이 들었다. 그래도 아무도 멈춰주지는 않는다.
그래, 우리는 문화를 경험하는 중이지.
믿음으로 발을 내디뎌 길을 건너기를 서너 번 해보니 제법 용기도 생기고 나름 타이밍을 보는 법도 생겼다.
가볍게 한 블록 산책이 그날의 전부였다.
다음 날,
한국에서 다니던 교회가 이곳 베트남에도 있었다. 택시를 불러 타고 찾아갔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래! 여차하면 여기 도움을 구하자.
아이에게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물었더니 이층 버스를 타고 싶다고 했다. 좋은 생각이었다.
어제 작게 돌아본 한 바퀴 동네를 오늘은 버스를 타고 크게 돌아본다.
그게 끝. 그렇게 하나면 충분하다. 한 달 살기에 핵심은 하루에 여러 가지를 우르르 몰아서 하지 않는 데에 있다고 본다.
하루에 하나만 한다 해도 사이사이 새로움들이 가득 차게 된다.
교회 끝나고 잠깐 교회 근처를 산책하며 땀을 한바탕 흘리게 되는 일이나, 숨을 돌리기 위해 카페에 잠시 들어가 땀을 식히는 일, 점심을 챙기기 위해 근처 맛집을 찾아가 새로운 음식을 주문해 보고, 택시를 잡아 타는 새로운 시스템도 익히는 시간이 있다. 우리가 타지에 나와 있음은 분명하다.
아이는,
에너자이저 같지만 사실 약하다. 조금 더 산책하고 싶었지만 아이는 "힘들어~"를 연발했고 더움과 에어컨의 반복에 콧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수영장에 풀어놓으면 하루 종일도 놀 것처럼 굴지만, 체력을 잘 조절해줘야 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에너자이저처럼 까불거리지만 아이들은 아직 우리보다 훨씬 흐물거린다.
여행을 가면 8시간씩 걷기도 하는 남편을 생각하면 황새와 뱁새 수준이다.
한 달 살기 중 아이가 아프게 되면 너도 나도 힘들어진다. 엄마 아빠가 아프면 그건 큰일이다.
천천히 행동하고 욕심은 내일로 미루는 것, 그것을 해 보자고 한 달이나 되는 시간을 들이는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