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아저씨에게-니체와의 상담

그놈의 골프스윙 카톡 업데이트 그만 보고 싶다. - 니체와 소주 한 잔

by 지식브로커

카카오톡 업데이트, 짜증이 난다.

퇴근했는데 업무 단톡방에서 팀장이 내일 제출할 보고서 업데이트 했다고 첨부파일을 보낸다. '아놔. 이 자식. 이거 직장 내 괴롭힘이야.' 읽지도 않고, 그냥 닫으려는데 카카오톡 업데이트 프로필이 눈에 띈다. 슥 보니 고등학교 동창이다. 스크롤 넘기는 손가락이 멈칫한다.


'아, 이 놈. 마이 컸네. 학창 시절에는 나보다 공부도 못한 찌질이 과였는데. 자랑질 쩌네.' 대문짝만 한 명함, 은근히 보이는 외제차 키, 외국 수영장에서 나오는 뒷모습. 뭔가 사람 많은 곳에서 발표하는 모습. 마케팅 컨설팅사 대표. 캬 ㅅㅂ 누구는 팀장도 못 달아서 여기서 뺑이 치고 있는데 잘 나가네.'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들 프로필을 눌러본다. 이번엔 대학 동기다.


'와. 얘는 공부는 못했는데 역시 아빠 만나서 잘 사는구먼.' 학교 다닐 때부터 부자로 유명한 놈이다. 골프 스윙사진에 넓은 아파트 사진에. 아들 딸도 하나같이 이쁘고 밝아 보인다. 타고날 때부터 금수저라 그런지 얼굴에 그늘이 없고, 나보다 5살은 젊어 보인다.'


내 안의 여우가 얘기한다. 저 포도는 신포도야. '쟤는 금수저라 세상을 몰라. 나처럼 온갖 경험하고 굴러봐야 알지. 아빠만 믿고 있다 금방 망하는 거 아냐? 결혼도 대충 돈 보고 온 얘랑 한 거 아니냐고.'


마케팅사 대표인 친구에게는 이런 마음이 든다. '하아. 인생 뭐 같네. 마케팅 컨설팅사 대표? 블로그, 인스타 그거 대충 알바 계정으로 사진 몇 장 올리고 주절거리면 되는 거 아냐? 사기꾼들, 다 허상이야. 나처럼 새벽같이 일어나서 만원 지하철에 몸 싣고, 위아래 눈치 보며 꾸역꾸역 일하는 사람이 진짜지. 진짜 사는 거지.'


연락 끊긴 지 20년이 넘은 동창들을 속으로 씹는다. 내가 참 못났다는 생각이 든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불편한 마음이 왜 드는 거냐. 인생 억울하다. 왜 나는 이렇게 빡빡하게 사는데, 저놈들은 저렇게 대충 살아도 돈을 쓸어 담는 것 같지? 머릿속에는 온통 '저 새끼 나보다 공부도 못했는데', '나보다 게을렀는데', '빽 좋아서', '운 좋아서'. 온갖 짜증과 시기와 분노가 뒤섞여서 끓어오른다. ‘나처럼 우직하게 회사 다니는 사람이 진짜 승자’라고 스스로 다독여 보지만, 심장은 이미 알고 있다. 지금 이 순간, 통장에 찍힌 숫자는 저쪽이 압도적이라는 걸.


부러움? 그래, 솔직히 겁나 부럽다. 이 빌어먹을 세상은 왜 이렇게 불공평한 걸까.. 차라리 게임처럼 눈에 보이는 능력치 올리고, 퀘스트 깨면 돈 주는 세상이면 좋겠어. 이건 뭐, 노력해도 티도 안 나고, 누가 갑자기 나타나서 다이 빌어먹을 판을 다 엎어주면 좋겠다 싶더라. 그냥 이대로 늙어 죽을 때까지 회사나 다녀야 하나. 씨X.


부러움? 분노? 아니면 그냥 패배감? 도대체 뭘 위해 이렇게 살고 있는 거지? 내가 놓치고 있는 게 뭘까? 아니면 그냥 세상이 원래 이런 개판인 건가? 성실함이 무능함으로 조롱당하는 세상에서, 나는 어떻게 서 있어야 하는 거지?



천재 중의 천재와 소주 한 잔 하다.


그냥 동네 근처에 있는 호프집. 사람도 없다. 그나마 고른 싸면서 안주 많이 나오는 곳. 좋은 데 가서 마시고 싶은데 돈이 없다. 빨리 취하고 싶은데, 기다리던 친구는 안 오고 시간만 흐른다. 친구가 근처로 이사 왔다고 해서 만나기로 했다. 이 놈은 천재다. 조기입학해서 24살 때 이미 철학 석박사를 모두 끝내버리더니, 서울대 교수로 임용됐다. 다들 천재가 나타났다고 난리 법석이었지만, 정작 본인은 몸이 안 좋아 강의하다 쉬다를 반복했다. 학부 때부터 알아듣지도 못하는 비유를 하는 독설가로 유명했는데 좀 바뀌었으려나. 그때 문이 열리며 니체가 나온다. 손에는 작은 봉투가 들려 있다.


나: 야, 왜 이렇게 늦었냐?


니체: (미간을 짚으며) 아, 씨. 또 머리 깨질 것 같아서 약 좀 사 오느라. 이 빌어먹을 몸뚱이가 도와주질 않네. (네 맞은편 의자에 앉으며) 근데 네놈 얼굴은 왜 그 모양이야? 정말 걸어 다니는 시체(11) 됐네.


나: (픽 웃으며) 너였냐. 뭐... 너 아직도 아프냐. 앉아. 아 씨, 나는 정신이 아프다 ㅋㅋ 카톡 보니까 열받아서 잠이 안 와. 너 민준이 알지? 금수저면 조용히 살지 나보다 공부도 못한 놈이 돈자랑이여. 겸손을 몰라. 요새는. 세상 불공평하네. 이런 세상에서 뭘 해!


니체: 남 탓 오지네. 네놈 뭐가 중요한지(4)도 모르고 고작 그거냐. 세상은 원래 남 탓하고 불평하는 놈들과 그걸 이용하는 놈들 싸움이야. 저놈은 저놈대로 뭐라도 하려는 생각을 갖고(3) 돈 벌고 쓴 것뿐이지.


나: 뭐라도 하려는 마음 마음? 웃기고 있네. 이 구조가 문제라고! 날로 먹는 돈에 부모 잘 만나면 장땡이지.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가 잘 나가는 세상인데! 난 그냥 저 건물주와는 다른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노예지. 아무리 진심으로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다고!


니체: 진심으로 노력? 네놈은 시키는 대로 하는 걸 진심으로 노력이라고 착각하냐? 네놈이 말하는 '구조'도 결국 그런 힘(3)들이 부딪혀 기준(4)들이 만들어진 거야! 그 판을 바꾸고 싶으면 네놈 안의 진짜 네 힘(3)부터 써야지!


나: 짜식. 또 어려운 얘기 하네. 너도 노력충이냐. 진짜 내 힘? 그게 뭔데 대체! 눈에 보이지도 않아! 너야 회사 같은 데 다녀본 적 없으니 편하게 말하겠지. 내 당장 생활은 어쩌냐고!


니체: 생활? 그건 뭘 해보려는 그 꿈틀거림(3)의 가장 하찮은 형태일 뿐이야. 네놈 안의 진짜 살아있는 느낌을 걸고, 네놈만의 네 인생 기준(4)을 새로 만들어내는 게(8) 중요하단 말이다! 네 인생 그대로 좋다고(7) 할 수 있을 때까지.


나: (답답해하며) 내 인생 그대로 좋다고? 그거 정신 승리 아니냐. 인생 기준을 어떻게 새로 만드냐. 우리 이제 40대야. 손에 잡히는 게 없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거(9)만 커진다.


니체: (한숨) 하아... 속 터지네 진짜. 네놈 꼴을 보고 있자니 아무것도 하기 싫은 거(9)에 포기하는 거(9), 속으로 썩는 거(1)까지... 완전 네 인생 망치는 거 종합세트네. 좋다. 그럼 이것만 생각해 봐.


니체: 야... 상상해 봐. 네놈 지금 이 네 인생 망치는 거 같은 꼬라지... 네놈 인생이 앞으로 평생 똑같이 반복된다(6)고 치자. 단 한 순간도 안 바뀌고. 네놈의 아무것도 하기 싫은 거(9), 네놈의 후회, 열등감(1), 저놈의 잘난 모습까지 전부 평생 똑같이 반복된다(6)고. 그래도 괜찮겠냐? 네놈은 지금 이 순간을 네 인생 쪽팔려 하지 않고(7) 다시 살아낼 수 있겠냐고.


나: (숨을 멈춘다. 얼굴이 창백해진다.) 우린 죽는데 뭔 소리야?


니체: 아니, 일단 그렇다고 생각만 해보라고!


나: 흠. 지금 인생이 똑같이... 반복된다고?


니체: 그래!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네놈은 지금 이 끔찍한 삶을 네 인생 쪽팔려하지 않고(7) 기꺼이 다시 살아낼 수 있겠냐고 묻는 거다!


나: 솔직히. 그건 싫지. 지금이 반복된다면 끔찍하다. 야 근데그렇게 얘기했을 때 후회가 없는 사람이 어딨냐?


니체: 싫다고? 크하하! 그렇다면 포기하는 거(9)에서 깨어나! 걸어 다니는 시체처럼 썩어가면서 평생 똑같이 반복될(6) 수는 없잖아. 네놈 안의 진짜 네 힘(3)을 써. 네 인생 그대로 좋다고(7) 기꺼이 다시 살아낼 만한 삶을 새로 만들어(8).


나: 내 말은, 그게 쉽냐고.


니체: 잠깐만. 화장실 좀 다녀오자. 네놈 얼굴 보니 갑자기 배까지 아프네. 아무것도 하기 싫은 거(9)는 전염되나 씨.


(니체가 자리에서 일어나 호프집 화장실 안으로 들어간다. 나는 평생 똑같이 반복된다(6)는 말의 충격과 아무것도 하기 싫은 거(9)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아 몰라 귀찮아. 휴대폰에서 알람이 울린다. 게임앱에서 알려준 보석 보상시간이다.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꺼내 익숙한 게임 앱을 누른다. 화면 속에서 몬스터 때리면서 현실의 불안함을 잊는다.)


(얼마 후, 니체가 편의점 화장실에서 나온다. 문 앞에서 네놈이 폰 게임에 몰입해 있는 모습을 보고는 콧수염을 만지며 걸어온다. 그의 얼굴에 실망과 짜증이 뒤섞여 있다.)



니체: (네 어깨를 툭 치며) 야... 네놈 에너지(3)를 여기서 쓰고 있었냐. 하찮은 거 붙잡고 시간 죽이는 거?


나: (화들짝 놀라며 폰을 숨기려 하지만 늦는다) 아, 뭐. 들켰네. 그냥... 시간 죽이는 거지 뭐. 네가 이 삶이 반복된다는 무서운 얘기를 해갖고. 게임이나 평생 반복했으면 좋겠다(6)


니체: 시간 죽이는 거? 크하하! 평생 똑같이 반복될(6)까 봐 무섭다고? 그래서 하찮은 거 뒤에 숨어 네놈 진짜 네 힘(3)을 썩히고 있었단 말이야! 네놈 안의 더 위로 가려는 심장(3)이 고작 남 따라 하는 거에 만족한단 말이야!


나: 하찮은 거라니! 그래도 이거 하면서 스트레스도 풀리고... 나 레벨도 좀 높은 편이라고!


니체: 레벨? ㅋㅋㅋ 게임 속 레벨이 네놈의 네 운명(7)을 바꿔주냐? 네놈이 거기서 힘(3) 좀 쓴다고 진짜 살아있는 느낌을 다 느꼈다고 할 수 있나? 그건 진짜 살아있는 느낌의 짝퉁일 뿐이야! 진짜 살아있는 신호는 이 예측 불가능한 현실에서 네놈의 더 위로 가려는 강력한 의지를(3) 보여줄 때 터져 나오는 거다!


나: 야… 현실은... 진심으로 노력해도 안 되는 게 너무 많잖아. 게임처럼 딱딱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부딪힐수록 아무것도 하기 싫은 거(9)가 심해지고... 결국 나도 무기력 상태다.(9) 자기합리화(9)도 지치고.


니체: 포기하는 거(9)? 자기합리화(9)? 그건 네 진짜 네 힘(3)을 포기한 루저들이나(10)들이나 하는 거지. 네 인생 망치는 거(9)야! 네놈 안의 진짜 살아있는 느낌을 스스로 죽이는 거라고! 열등감(1)에 찌들어 썩지 마! 평생 똑같이 반복되기(6) 싫으면.


나: 그럼 어쩌라고! 어떻게 해야 그 끓어오르는 뭔지 아냐?(3) 그걸 쓸 수 있냐고! 모르니까 너랑 앉아있는 거 아니야!


니체: 모른다고? 그럼 새로 만들어(8)! 네놈이 네 멋대로 하는 거(3)라고 게임이라도 한다고 했지? 좋다! 그럼 차라리 네놈의 힘(3)을 게임에 대해 써봐!


나: 게임에 대해? 뭘 어쩌라고? 그냥 시간 죽이는 거 말고?


니체: 그래! 하찮은 거 붙잡고 시간 죽이는 거 말고! 네놈 머리를 써서 게임을 분석하고 평가해. 너 아까 민준이보다 공부 잘했다면서? 네놈의 기준(4)을 담아 리뷰라도 써보든가. 하다못해 네놈 생각을 새로 만들어(8) 유튜브라도 만들어보던가!


나: (황당) 뭔 소리야. 내가 레벨은 높지만 최상위는 아냐. 그리고 나보다 더 분석 잘하는 사람도 넘쳐난다. 내가 그런 거 해서 뭘 한다고. 조회수 100도 안 나올걸.


니체: 크하하하! 남 따라 하는 거 타령 또 하네! 새로 만들어내는 거(8)는 남과의 비교가 아냐! 네놈 안의 진짜 네 힘(3)을 끌어내 네놈만의 네 진짜 의미(4)를 만드는 거라고. 남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있든 말든 그게 네놈이 네 끓어오르는 뭔지 아냐?(3)를 쓰는 것과 무슨 상관이야! 내 말은 네놈이 그나마 네 뜻대로 결정하는 거(3)라고 느끼는 그걸 가지고 새롭게 뭘 좀 만들어보란 말이다(8)!


나: (반박 못하고 생각에 잠긴다) 내가... 네 뜻대로 결정하는 거(3)라. 새로 만들어서?(8)... 남 신경 쓰지 말고...?


니체: 그래! 네놈이 더 뭘 하고 싶고 좀 잘나고 싶은 마음(3)이 시키는 대로 해! 그게 네놈의 네 운명(7)으로 가는 길이야. 노예라고 안타까워하는 직장이나 남 따라 하는 거 속에서 에너지(3) 낭비하지 말고! 진짜 살아있는 느낌을 온몸으로 느껴봐! 걸어 다니는 시체로 썩을지, 네놈 스스로 네 인생 기준(4)을 새로 만들어(8) 그걸 긍정하고 극복하는 놈이(5) 될지... 선택은 네놈에게 달렸다. 이제 남 탓이나 하거나(2)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면서(9) 네 인생 망치는 거(9) 집어치워! 평생 똑같이 반복되기(6) 싫으면.


(니체가 소주잔을 들어서 건배를 하자고 한다.. 그의 눈빛은 매섭지만, 네 안의 잠재력을 꿰뚫어 보는 듯하다. 그의 시선이 따갑다. 압도적인 힘(3)이 전달되는 것 같다.)


니체: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노예처럼 남 탓(2) 하면서 열등감에(1) 비난이나 평생 똑같이 반복할지(6), 주인처럼 네 멋대로(3) 네 운명(7)을 네 인생 쪽팔려하지 않고(7) 새로 만들어(8) 진짜 살아있는 느낌을 새겨 넣을지... 평생 똑같이 반복되어도(6) 괜찮을 삶을 만들지... 선택해 봐라.


냉수 같은 소주가 목젖을 흐른다. 정신이 좀 드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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