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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가 맛있어서 먹는 거였다.
내가 모르는 것
by
글짱
Apr 17. 2024
내 손은 짧고 뭉뚝하다.
그래서 늘 감추고 싶은 콤플렉스였다.
못생긴 손이 조금이라도 예뻐 보이라고
나름 꾸민다고 반지를 끼어봐도
바라보는 시선에는 링 사이로 튀어나온 살 때문에
반지를 욱여넣은 느낌이었다.
매번 10만 원씩 하는 네일 아트를 받아도
짧은 손톱에 올라앉은 매니큐어는 합성인 듯
부자연스러움이 보는 눈을 불편하게 했다.
누가 콤플렉스가 뭐냐고 물어보면
단연 손에 꼽히던 못난이 내 손
그런데 신기하게
그 짧고 뭉뚝한 못난이 손이
어른이라 불리는 시간부터
진심을 전하는 글을 쓰고
엄마만 바라보는 자식의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사람을 돌보고 치료하는 일로 생계를 유지시킨다.
어릴 때 감추고 싶은 부끄러움이고
볼품없이 나약한 손이었는데
어른이 되면서 밥 벌이 하는 일에
먹고사는 일에
가꾸고 치장하는 일에
못나고 콤플렉스 덩어리 손이
가장 솔직하고, 가장 위대하고, 가장 보람된 일을 하며
내 삶을 짊어지고 책임으로 이끌어 간다.
"내 손이 나를 살게 할 줄이야"
이처럼
인생은 내가 알지 못하는
감추고 싶은 것이 감추고 있던 능력 발휘하고
더 이상 콤플렉스가 아닌 삶이 전부로 자리할 수 있고
억척스럽지 않은 자연스러움으로 재능이 되기도 한다.
이런 게 어른으로 영글어 가는 과정이라면
나도 내가 모르는 것이 발견되고
나도 내가 모르는 능력이 발휘되고
나도 내가 모르는 재능이 피우는
나도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끄집어내어
스스로 증명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움츠리고 있는 당신"
"지금 당신의 삶을 너무 불안해하지 마라"
"아직 당신만 모를 뿐"
"당신의 능력은 충분히 빛나고 있을지 모른다."
출처-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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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플렉스
야채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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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육아가 끝나면 각자 집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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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밤은 헛되지 않았다.] 22년 출간 [우리는 육아가 끝나면 각자 집으로 간다] 25년 4월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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