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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과 탈출

「희극의 파편」20. 한국 민담 - 고래 뱃속에서 中

by 재준

「희극의 파편」은 단편, 장편 희곡 중 재미있는 한 장면을 선별해 그 감정적 여운과 미학적 장치를 분석하고 현대적 맥락에서 다시 사유해보는 비평적 에세이 시리즈입니다. 말은 거창하지만 그냥 특정 장면이나 대사를 가지고 이리저리 뜯어보면서 독자와 함께 놀아보는 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희극의 파편」 스무 번째 작품은 한국 민담의 '고래 뱃속에서'입니다.

(출처: 임동권 문학박사)


간단한 내용은 이러합니다.





고래는 이 세상에서 제일 큰 동물인만큼 사람은 물론 어지간한 배도 큰 고래인 경우 통째로 삼킬 수 있다고 합니다.


옛날 어부들이 고기잡이를 하다가 고래가 나타나 바닷물을 들이삼키는 바람에 고래 뱃속으로 말려들어 가게 됩니다.


부담없이 가볍게 한번 읽어보시고 가세요^^







웃긴 건 고래의 뱃속에는 먼저 들어간 사람들이 노름판을 벌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중에선 어느 옹기장수들이 있었는데 지게에 옹기짐을 받쳐놓고는 열심히 노름에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마침 게임이 잘 풀리지 않던 어떤 한 사람이 구석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무심코 담뱃대를 고래 뱃살에 지져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고래가 바로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갑작스런 뜨거움을 못 견디고 크게 요동치는 것입니다.



거대한 고래가 뱃살을 뒤틀어대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뒹굴기 시작하고 옹기짐은 쓰러지고 노름판도 엉망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와중 옹기짐이 쓰러지면서 그릇이 깨져 고래의 살을 찌르고, 간장 된장이 엎질러져서 고래는 더욱 아파 더 날뛰기 시작했습니다.




고래가 아파한다!


뱃속 사람들은 이때다 싶어, 그릇 깨어진 조각으로 고래의 뱃살을 냅다 찢기 시작하여 가죽을 찢어내고 밖으로 무사히 나올 수 있었다고 합니다.



놀다가 위기 탈출 성공




어떤가요? 고래가 둔해보이는 것도 웃기고, 흥의 민족이라고 고래 뱃속에 들어가서도 노름을 하고 있는 우리 조상님들이 웃기기도 해서 이 민담을 선택했습니다.ㅎㅎ


「희극의 파편」은 독자가 가볍게 마주할 수 있도록, 그저 장면을 꺼내어 놓기만 합니다.


적용 질문입니다.


1. 고래 뱃속에서도 도박판은 왜 벌여져야 할까요?


2. 사람들이 탈출하는 그 과정은 온전히 우연인가요?


3. 삶의 현실, 두려움을 견디기 위해 무엇을 반복하고 있나요?


4. 그 행동이 내 삶을 구원시키나요?


5. 위기가 삶의 기회인가요?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나요? 그럼 나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희극의 파편」은 ‘이상하게 오래 남는 순간들’을 의도적으로 골라내고, 붙잡고, 말로 돌려줍니다.



절망이란, 반드시 투쟁할 필요가 있는데 자신이 투쟁해야 할 이유를 알지 못하는 것이다.


-알베르 카뮈



오늘의 제 간식입니다.


형이 일본에서 사온 메론빵, 감자튀김 과자, 녹차 초콜렛 등등..



오늘은 축구하는 날이고, 일본 간식이나 치킨을 먹으면서, 도박판을 벌이던 한국인들의 흥을 떠올릴 법도 하다.

내 뱃속에는 거지들이 노름을 하고 있고, 절망을 웃음으로 비껴가는 내 DNA 안에는... 안에는, 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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