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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우 Jan 15. 2024

얘들이 연년생이예요?

워킹맘 성장일기

"얘들이 연년생이예요?"


점심식사를 하러 간 식당에서 주인아주머니가 물으셨다.


 “아뇨, 3살 차이예요”  


“아, 키가 비슷해서~  에그... 오빠가 덜 컸구만! ” 


밥 잘먹고 나오는데 이게 무슨 황당한 시추에이션인가 싶었다. 온 몸에서 '빠직' 소리가 울렸지만 혹여나 아이가 들을 새라 서둘러 가게를 빠져나왔다. 


이후 놀이터에서 아이들의 그네를 밀어주고 있는데 오만가지 마음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우쉬, 거기서 한마디 했어야했는데!!!!!

어떻게 애를 앞에 세워두고 그런 말을 하냐고 마구 화를 냈어야 했는데! 

어후 분통터져!! ”


나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의 크기만큼 아이의 그네를 세차게 밀었고,

하늘 끝까지 오르는 그네에 아이는 깔깔깔 함박 웃음을 멈출 줄을 몰랐다.

아이들 그네를 밀며 혼자 분노했다 자책했다 한참을 씩씩거리다 겨우 마음을 가라앉히고 내게 물어보았다. 


‘아줌마에게 쏘아붙이고 나왔다면,

나 과연..속이 시원하니 후련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그렇지 않았을 것 같았다.........




아주 조심스러웠지만 당사자인 아들에게 마음을 물어보기로했다.


“아들아, 엄마가 하나 물어보려구.  1분이면 돼." 

(뭐가 됐든 뭘 오래 물어보면 그리 싫어한다)


“아까 식당 아줌마가 너랑 동생이랑 키 차이가 없니,  니가 키가 안 컸니 막 그랬잖아. 

그때..기분 나쁘지 않았어?” 


“아니? 기분 안 나빴는데?” 


“엉? 그게 어떻게 기분 안 나쁠수 있어?”


“평소에도 그런 말 많이 들어서 아무렇지 않아” 


"............................ (너무 짠해서 순간 말이 나오지않았다)"


“그럼 말야, 식당 아줌마가 그런 말 할 때 

‘왜 우리 아들한테 그런 말을 하냐’고  엄마가 매운 말 한마디 하지 않아서 섭섭하진 않았어?”


“아니~ 만약 거기서 엄마가 화냈으면, 

나 너무 부끄러웠을것 같애..” 


충격이었다. 


난 당연히 아이가 '쫌 그랬다'며 서운함을 표할 줄 알았다.


 “그럼…엄마가 그 상황에서 뭐라고 말했으면 네가 기뻤을까?” 


“우리 아들 잘 크고 있는데요?! 그 한 마디면 끝!!”


“진~짜?!! 그 말 한마디면 된다구? ” 


“응! 딱 그 한마디면 돼!  단순하게!!” 


꽤나 놀랐다. 

그 어떤 의문도 존재하지않는 그 명쾌함에. 

(‘잘 크고 있는데 뭐라하노?   되도 안한 말은 패스~’라는 자세랄까?!) 



이제껏 엄마로서, 어른으로서 아이의 마음을 감싸주고 지켜주는데에 힘을 쏟았는데, 

다음 스텝을 밟아야할 차례가 왔단걸 온 몸으로 느꼈다. 


'따스한 정서적 지지자를 넘어서서 확신에 찬 지지자로 포지션을 옮겨야 하는구나!'

되도 안한 말은 가뿐히 즈려밟는 쿨한 지지자도 겸하면서 말이다.


“아들아, 짜식 많이 컸구먼! (눈물 찌익-) 

네 덕에 오늘 엄마가 5cm는 더 큰 것 같애 (지금 155cm니까, 하루만에 160cm 됐다아! ㅋㅋㅋ) 


엄마 있잖아,  

네 삶에 물음표가 아닌 느낌표를 던지는 사람이 될게 ! 

의문이 아닌 확신을 주는 사람이 될게 ! 


그러니 엄마랑 오래오래 놀아주라, 알았지?


엄마가 정말 많이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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