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은혜를 입고 산다

사무실에서 만난 사람들의 온기

by 감격발전소

주말을 보내고 사무실로 출근을 했더니 책상 위에 웬 핫팩 하나가 놓여 있었다.

옆 동료에게 이게 어디서 난 거냐 물으니,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가 두고 가셨단다.

“으잉? 청소 아주머니가?”


손으로 비벼 열을 올리는 핫팩이 아니라 붙이는 핫팩이었다. 작년에 다녀온 건강교육에서 사람은 배가 따뜻해야 좋다는 말을 들었던 게 떠올라 얼른 포장을 벗겨 배에 떠억 붙였다.


햐. 하루 종일 배가 뜨끈뜨끈한 것이 ‘엄마 손은 약손이다’라는 문장이 내 몸에 찰싹 내려앉은 것만 같았다.


그날 이후 화장실에 들를 때마다 저분이 혹시 ‘핫팩 아주머니’일까 싶어 슬쩍 얼굴을 살폈고, 용기를 내어 다가가 물었다.

저.... 선생님께서 핫팩 주신 거예요?


아주머니는 부끄러운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배에 붙였더니 너무 좋았다고 웃어 보이자 그 말이 그렇게 기쁜지 내가 보낸 웃음보다 갑절은 더 큰 미소로 화답하셨다. 그날 이후로 깨끗한 복도를 지날 때마다, 물기 하나 없는 화장실 세면대를 볼 때마다 그분의 노고와 마음 씀씀이가 함께 떠오른다.



다음 날 아침.

청소 아주머니와 대화를 나눈 뒤라서였을까. 매일 아침 건강음료를 배달하시는 아주머니의 모습도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보냉가방을 어깨에 짊어지고 건물 전체를 오르내리며 음료를 나누어 주시는 분.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늘 무료 시음팩을 나눠주시는데 어김없이 하나가 아닌 세 개를 손에 쥐여 주신다.

“어이쿠, 세 개나요?”


시음팩을 받아 든 사람은 황송해하면서도 오늘은 어떤 맛일까 은근히 기대하며 꿀꺽꿀꺽 목을 넘긴다. 오늘은 내 옆자리에 새로 발령받아 온 동료가 그녀의 신규 고객이 되었다.


한쪽 어깨엔 보냉가방을 멘 채 사람들과 눈을 맞추기 위해 허리를 굽혀 음료를 건네는 그녀의 모습을 다시금 바라본다.




오늘은 오랜만에 사무실에 구두를 닦는 아저씨도 찾아왔다.


구두 닦으실 분 없습니꺼!


목청 큰 목소리에 사람들이 웃으며 고개를 든다. 사람은 신발이 얼굴이라며, 신발이 편해야 몸도 안 아프다고, 이건 수십 년 해보니 다 안다며 여러 사족을 붙인다.


오래 그를 보아온 동료가 “아이고, 목소리 좀 줄이소. 다들 일하는데.” 하며 타박하자 아저씨는 호탕하게 웃으며 “하하, 내 목소리가 좀 컸습니꺼.” 하고 받아친다.


오늘은 한 여성 동료가 구두를 맡겼다. 아저씨가 구두를 수거해 간 뒤 비용을 묻자 4,000원이란다.


오후에 잠시 건물 밖으로 나갔다가 구두닦는 아저씨의 터전을 마주한다.

반들반들 윤을 내주는 구두솔과 타월을 바라보며 그가 받는 4,000원의 값어치를 생각한다.




어제 아침, 오랜만에 화장실에서 청소 아주머니를 다시 만났다. 이제는 안면이 트여 편하게 묻는다.


“이번에 새로 오신 거예요?”


아주머니는 수줍게 웃으며 말하신다.

“네, 지난달에 처음 왔어요. 호호.”


그래서 핫팩을 돌리신 거였구나 하니 “첫 월급 받아서 제가 쏜 거예요.” 아주머니는 담담하게 답하신다.


그 어떤 이에게라도 첫 월급의 의미는 아주 클 텐데,

어찌 값으로 따질 수랴 있으랴 싶어

마음 한켠이 뭉클해진다.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며 서로 덕담을 나누고 자리를 마무리했다.


오늘 하루를 돌아보니

나는 누군가에게 특별한 말을 하지도,

큰 친절을 베풀지도 않았는데 이상하게 마음은 계속 따뜻했다.


아마도 오늘 하루는 내가 애써 살지 않아도 사람들의 온기에 기대어 무사히 지나온 날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또
은혜를 입고 산 하루가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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