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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은 콩밭에 Jan 04. 2024

(독서)타인의 고통에 대하여

수전 손택

역설법을 쓰는 문장이 많아 이해가 어려웠다. 핵심이 중반부 이후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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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대상화한다. 사진은 어떤 사건이나 인물을 소유할 수 있는 그 무엇으로 변형시켜 버린다. 그리고 사진은 일종의 연금술로서 현실을 투명하게 보여준다고 높이 평가받는다. (125쪽)


아름다움은 발작적인 것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아름다움은 아무 것도 아니게 될 것이다. 라고 앙드레 브르통은 선언했다. (45쪽)


고통받는 육체가 찍힌 사진을 보려는 욕망은 나체가 찍힌 사진을 보련느 욕망만큼이나 격렬한 것이다. 수세기 동안 기독교 예술은 지옥의 묘사를 통해서 이 두가지 기본적인 욕망을 모두 충족시켰다. (65쪽)


고통을 받아들인다는 것과 고통을 증명한다는 것에는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64쪽)


대중에게 공개된 사진들 가운데 심하게 손상된 육체가 담긴 사진들은 흔히 아시아나 아프리카에서 찍힌 사진들이다. 저널리즘의 이런 관행은 이국적인(다시 말해 식민지의) 인종을 구경거리로 만들던 1백여년 묵은 관행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다. (112쪽)


전쟁은 탈선이며, 비록 얻기 어렵긴 하지만 평화는 규범이라는 확신이다. (114쪽)


전쟁 사진에서 아름다움을 찾는다는 것은 무정하기 그지 없는 일이다. 그러나 참화의 풍경도 풍경은 풍경이다. 황폐함 속에는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공격을 당한 뒤 몇달간 폐허로 남아 있던 세계무역센터의 사진들이 아름답다고 말한다면 천박해 보이거나 죄받을 일을 저지른 듯 보일 지 모르겠다. (116쪽)


감히 그렇게 말하는 대담무쌍한 사람들은 대개 그 사진들이 '초현실적'이라고 말하곤 한다(이 병적인 완곡어법 뒤에는 아름다움에 대한 불명예스런 관념이 똬리를 틀고 있다). 그런데도 그 사진들은 아름다웠다. (116쪽)


사진은 그 무엇이 됐든지 간에 피사체를 변형시키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할 만큼 어떤 이미지를 아름답게(혹은 끔찍하거나 견딜 수 없을 만한 것으로, 그도 아니면 꽤 견뎌낼 만한 것으로) 만들수도 있다. 116쪽. 


세계의 비참함을 직는 데 일가견이 있는 사진작가, 세바스티앙 살가도는 아름다운 것의 비진정성에 맞선느 새로운 캠페인의 주요 표적이 되어왔다. (120쪽)


사람들이 육체가 분해되고 고통받으며 훼손되는 광경에 당연히 흥미를 느낀다고 생각한 것 같다. "내 확신에 따르면 사람들은 현실의 불행과 타인의 고통을 보면서 얼마간, 그것도 적지 않은 즐거움을 느낀다. "(147쪽)


불행에 대한 사랑, 잔악함에 대한 사랑은 연민만큼이나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것이다. (147쪽)


조르쥬 바타이유 "이 사진은 내 삶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호아홀하기 그지 없으면서도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이 이미지, 고통의 광경을 담은 이 이미지는 평생 나를 사로잡았다."(147쪽)


고통을 희생에, 희생을 정신적 고양에 결부시킨다. 고통을 고쳐야 할 무엇, 거부해야 할 무엇, 사람을 무력하게 만드는 무엇으로 여기는 현대의 감수성에는 낯설기 그지 없는 관점이다. 


실제로 현대 문화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체가 절단되는 것 같은 장면에 충격을 받는다기보다는 오히려 그런 장면을 즐기고 있다. (중략) 어떤 전쟁도 그 전쟁이 도저히 멈출 수 없는 것 처럼 보인다면 사람들은 그 전쟁이 가져온 참사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153쪽)


예컨대 우리는 완전히 무감각해져버리는 셈이다. 문화가 잔혹한 행위들을 찍어놓은 사진들의 도덕적 힘을 무효화해버린다는 무슨 증거가?


1800년 워즈워스는 '서정가요집'의 서문에서 "매일 국가적 사건들이 발생하며, 모두 획일적인 직업을 가진 탓에 기이한 일들을 열망하게 되고 이 열망을 급속한 정보 전달이 매 시간 충족시켜 주는 도시로 사람들이 점점 더 모여들고 있다는 사실이 야기한 감수성의 붕괴를 고발했다. 


사람들이 지나치게 자극을 받게 되면 "정신의 분별력이 무뎌질" 뿐만 아니라 "정신이 미개하다고 할 만큼 무감각해지는 상태에 빠지는 결과가 빚어진다는 것이다. 159쪽. 


상스럽고 소름이 돋을 만한 이미지가 무차별로 확산된다면 윤리를 지켜나가며 생생한 감수성으로 각각의 경험에 반응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견해는, 이런 이미지의 확산을 보수적으로 비판한 견해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170쪽. 


우리가 타인과 공유하는 이 세상에 인간의 사악함이 빚어내느 고통이 얼마나 많은지 인정하고, 그런 자각을 넓혀나가는 것도 아직까지는 그 자체로 훌륭한 일인 듯 하다. 세상에 온갖 악행이 존재하고 있다는 데 매번 놀라는 사람, 인간이 얼마나 섬뜩한 방식으로 타인에게 잔인한 해코지를 저지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증거를 볼 때마다 끊임없이 환멸을 느끼는 사람은 도덕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아직 성숙하지 못한 인물이다. 


우리가 이미지로 재현된 진현실과 실제 현실의 참담함 사이에 얼마나 큰 거리가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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