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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은 콩밭에 Jan 29. 2024

(독서)고통 구경하는 사회

김인정

오늘날 가장 심대한 탐사의 주제, 독자들이 적대시하며 가장 경멸하는 고발보도의 대상은 바로 언론이 아닐까. 기자로서 품어야 하는 질문, 가져야 하는 부끄러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 기자로서 기자업계에 일하면서 숙고해야할 '메타인지'를 기르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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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가 고통의 스펙터클에 일정 분량의 시간을 할애하기를 애호한게 먼저였는지, 대중이 뉴스 안에서 일정한 양 이상의 고통을 보기를 원한 게 먼저였는지 알 수 없다. 어느 분야에서건 수요와 공급은 서로를 북돋고 창출해낸다. 고통의 필터이자 고통의 확성기가 된다는 선천적 모순에 휩싸여, 기자들음 매순간 저울질한다. 어떤 고통을 보여줄 지, 이 보여주기가 윤리적인지, 혹은 어떤 고통을 가릴지, 이 가림이 윤리적인지에 대해.  


고통의 저널리즘이 안방에서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볼거리로 전락해 남의 고통을 무례하고 폭력적으로 소비하는 유해한 저널리즘이 될지. 


숭고한 사람. 범박한 기준. 연민의 대상으로 소비. 생몰, 애도.


문제는 온라인 공론장이 생각만큼 균질하거나 투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는 사회문제를 토론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밈을 공유하고 웃음 코드와 감정을 나누려고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혼탁한 장소에 가깝다. 기자가 온라인 커뮤니티 특유의 문법을 속속들이 이해하고 파악하고 있지 않은 한, 커뮤니티의 글을 기사로 번역해 오는 과정에서 과장과 오독의 위험성이 생긴다.

=충분한 검증과 숙고 없이 게시글이나 댓글을 함부로 인용하는 사례도 있고, 출처와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는 상태에서 익명의 사용자들이 과잉대표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댓글이라는 몸을 갖춘 실증적 예를 찾게 되는ㄴ데 자극적이거나 기자 잆맛에 맞는 반응을 무작위로 고르는 경우도 있다. 논란이라는 말을 반복해 논란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기사를 양산하기에 좋은 조건을 두루 갖췄다. 인기 게시물, 익명 댓글, 화제성 있는 아이템 선별, 인터넷의 범용성과 접근 가능성, 다양한 사용층은 온라인에서 대의민주주의보다 훨씬 더 완벽하게 민의를 반영하는 토론이 펼쳐지고 있다는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 


맥락을 제거한 채, 화해를 강요하는 일이 아니라, 지워진 맥락을 복구하는 작업이다. 갈등의 맥락을 재배치해 더 나은 언어를 설계하는 일이다. 갈등이 있다고 외치기보다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묻고 대화가 이뤄지도록 공론장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만일 네가 동양인 여성만을 취재하고 내가 백인 남성만을 취재할 수 있따면 그건 너무나 지루하고 상상력이 부족한 세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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