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루 밀러
이 책의 결론을 좋아한다.
멍개와 따개비, 박테리아, 문어, 폐어, 인간을 우와 열이 있는 계층구조로 보지 않는 것. 범주나 서열, 위계를 함부로 나누지 순서매기지 않는 것. 피조물 고유의 생명성, 종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자연 전체의 존귀함을 생각하라는 결론. 그런데 인간공동체에선 너무나 익숙하지 않으며 특히 한국 사회의 인습에는 퍽 낯선 이 신선한 결론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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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테리아에서 시작해 인간에게까지 이르는, 객관적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향하는 신성한 계층구조.
"넌 중요하지 않아"라는 말은 아버지의 모든 걸음, 베어무는 모든 것에 연료를 공급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 너 좋을대로 살아" 아버지는 수년 동안 오토바이를 몰고, 엄청난 양의 맥주를 마시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암울한 현실일 수도 있는 것들이 아버지에게는 오히려 인생에 활력을 가득 불어넣고 아버지가 크고 대범하게 살도록 만들었다. 나는 평생 광대 신발을 신은 허무즤아자 같은 아버지의 발자국을 따라 걸으려고 노력했다. 우리의 무의미함을 직시하고 그런데 무의미함 때문에 오히려 행복을 향해 뒤뚱뒤뚱 나아가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