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설터 산문
문학이 꾸며낸 허구지만, 그 안에 진실이 있다는 관점, 특히 문학의 윤리에 대해 담담하게 서술한 대목이 인상적이다. 책에 메모한 것도. 삶은 내러이터가 없지만, 이야기는 무대 위의 내러이터가 있다. '탄탄하고 팽팽하다'는 표현도.
제임스 설터가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여자 작가인 줄 알았다. 그리고 그의 소설 가벼운 나날을 거의 10여년 전에 아주 힘겹게 읽었던 기억도 난다. 원서의 문체를 이해할 정도는 되야 찬사할 수 있는 작가란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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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즉 우리가 살아가고 얘기하고 지켜나가는 관습적인 삶이 있어요. 그리고 다른 하나의 삶-생각과 환상과 욕망의 삶-드러내놓고 얘기하지 않는 삶도 있어요. 나는 그걸 깨닫고 있어요. 그래서 그에관한 작품을 쓰려고 하는 겁니다.
나는 자신의 삶을 나에게 이야기해주는 사람과 한 방에 있고 싶어요. 그 이야기에는 과장이 있고 거짓말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나는 본질적으로 진실인 이야기를 듣고 싶거든요. 나는 삶과 죽음의 올바른 길이 있다고 믿어요.
나는 과거에 무슨 일이 일어났으며 그것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이었는지 생각하고 그걸 되살려내는 데 기쁨이 있다고 생각해요. 거기에 전반적인 진실의 문제가 있어요.
단편은 무엇보다도 흡인력이 있어야 해요. 산만해지고 졸려요. 첫 줄, 첫 문장, 첫 문단, 그 모든 게 우리를 끌어들여야 해요. 경이로움, 완전한 느낌을 줘야 해요.
모든 걸 군 생활에 바쳤고, 대가가 만만치 않았죠. 그건 바로 이호과 같았어요. 단지 그 둘은 계속 갈수 없을 뿐이죠. 나는 이전의 생활과 이혼해야 한다는 걸 알았으나 그 점이 행복하지는 않았어요.
시카고, 세인트루이스, 피츠버그, 뉴욕 같은 많은 도시들의 복잡다단한 현실과 거친 상업주의의 세계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가 쓴 작품은 그가 살아온 삶과 아주 비슷하고 그가 겪은 도시, 술집, 식당, 사창가, 성공과 실패,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과 아주 흡사합니다. 중요한 것은 질서에 대한 그의 전망이고 뚫기 어려운 사회계층을 뚫고 올라가서 자리를 잡고자 하는 밑바닥 삶에 대한 그의 지식이에요.
인간 행동에 대한 냉철한 지식에 걸맞는 면밀한 관찰 습관을 키워나갔습니다. 글솜씨와 이야기에 대한 감각 또한 신문기자 생활의 장점이지요. 소설 속의 많은 인물들, 혹은 대부분의 인물들은 당연히 현실에서 가져온 인물들입니다.
기억에 스며들고 사실상 기억을 구성하는 즉각적인 심상으로도 여기는 것 같아요. 심상은 엄청 빠르고 순식간에 다른 심상을 대체할 수 있어서 만약 심상이 물리적으로 존재한다면 어안이 벙벙하겠지요.
작가는 자신이 보거나 듣거나 느낀 하나하나의 것들을 자신의 소재로 지니고 있어야 하며, 연기 나는 거대한 경험의 쓰레기더미를 조사해야 하는 것이다. 연기와 먼지로 숨이 막힐 것 같은 그 쓰레기 더미를 파헤치고 뒤져서 마침내 버려진 몇 개의 귀중품을 찾을 때까지 말이다.
작품은 시대와 장소를 드러내 보여준 다음, 점차 그 시대와 장소가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입니다. 장에 관해서 많은 것들이 들어있습니다. 각 장별로 특이사항과 세부 내용을 거기에 푸시핀으로 꽂아두었습니다.
소설 쓰기는 외교정책을 수행하는 것과도 같아서 몸 상태가 어떻든 매일 쓸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고 매일 작업해야한다고 했어요.
마지막 문장을 미리 갖고 있는거지요.
그는 고등학교를 마치기 전에 학교를 그만두었습니다.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서 그랬노라고 내게 말하더군요.
'오 계속 얘기해줘', 남편인 왕으로 하여금 다음에는 무신 일이 일어날까 하는 궁금증을 계속 유지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면밀히 관찰할 줄 아는 작가입니다. 디테일이 전부인 것입니다. (셰어라자드의 이야기)
글쓴이의 편향, 도덕적 입장이 직접적으로 노출되어선 안된다.
나는 때때로 어떤 사람을 생각하며 그런 마음으로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남들에게 존경받기 위해 사랑받기 위해 칭찬받기 위해 널리 알려지기 위해 글을 썼다고 하는 것이 더 진실할 것입니다. 결국 그게 유일한 이유입니다.
요컨대 그 곳에는 멋진 구석이라곤 전혀 없는 가난이 있다. 비좁고 밀집되고 남루한 가난이 있다. 실제 오물은 없다 해도 모든 것이 더럽고 얼룩져 있다. 누더기나 넝마는 없지만 모든 것이 썩어서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지경이다. (악취 같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