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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은 콩밭에 Sep 17. 2023

(독서)두 사람이 걷는 법에 대하여_변상욱

성공학에 대한 비판 부분이 가장 인상적. 저널리스트면서 사회학 전공자로서의 시선을 오랜 시간 품으며 숙성해온 벼리고 벼린 정신이 글줄에 다 담겨있는게 좋았다. 목소리가 익숙해서인지 읽다보면 음성지원. 


독자에게 가닿는 에세이를 쓰려면, 이 정도의 공력과 글발과 관록과 치열함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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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의 허구성은, 인간의 본질이 관계와 의존이고, 사회의 본질은 구조와 변동이기 때문. 그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 공동선에 이르러야 한다는 취지. 각자도생식의 성공철학과 자기계발론의 범람은 더 크고 심각한 문제를 가리고 그 문제를 해결할 우리의 노력을 잠재울 수 있다. (60쪽)


내가 원하는 삶은 무기력하게 생기가 꺼져가는 그런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방법은 하나 뿐이다. 훈련과 훈련이다. 복잡한 기술에 연연하거나 초조해하다 제풀에 꺾이면 이루지 못한다. 기초가 궁극에 이르면 그것이 절대의 경지다(39쪽)


악은 특정한 상황에서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인간의 행태. 본원적인 것이 아니다. 


제대로 생각하지 못하는 생각의 무능성, 아니면 아니라고 설명하지 못하는 말의 무능성. 상대의 입장이 되어보지 못하는 관점의 고착. 이 세가지가 묶이면 '사유'하는 능력이 없어진다. 사유란 자신이 하는 일이 어떤 의미를 가지며 어떤 배경과 맥락 속에서 여기까지 왔고 어디로 갈 것인지 따지는 사고 작용이다(158쪽)


움직여야 한다. 구체적으로 움직이면 구체적인 답이 나온다. 웅크린 채로 쥐어짜듯 괴로워하고 아파하면 아픈 사람이 된다. 


스즈키 순류 선사. 지혜를 찾는 것이 지혜이다. 나는 맹목적인 낙관보다 끈질긴 긍정을 추구한다. 


파훼법. 운동 경기나 게임 따위에서 상대편의 전술이나 전략을 깨뜨리어 무너뜨리는 방법. 

우분투. 이청조.


데코로. 궁리하고 연구하고 확인하며,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고 리허설을 반복하는 지겹도록 고독한 작업

스프레차투라. 꾸안꾸. 몹시도 어려워 보이는 연주나 작업을 능수능란 태연자약하게 하는 것. 가장된 무심함. 

아페타치오네. 자기의 우월함과 재주를 남들 앞에서 뽐내고 싶은 과도한 열망. 


도랑이 되기보다는 샘이되세요 라는 짧은 한마디를 만난 것이다. 단단한 바가지가 되어도 어디에 놓이느냐에 따라 삶의 의미가 달라지니까. 


언젠가 전해 들은 한 편의 우화는 이념과 사상, 실존에 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어느 동물원에 커다란 사자 우리가 있고 꽤 많은 사자들이 모여 살았다. 오래된 동물원이다 보니 동물원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자들이 다수였다. 사자A는 질서와 통제가 중요하다며 자율관리 체제를 만들고 동물원 측에 협조해 잘 먹고 잘사는 길을 고집했다. 사자B는 인간이 지배하고 길들이는 걸 거부해, 틈을 봐 관리사들을 공격해 체제를 뒤집어보려했다. 순응하며 사는 무리들을 질타했다. 사자C는 쇠창살로 된 사자우리는 잠시 머무는 곳이고, 본향은 따로 있으나 죽어서 은총으로 갈 수 있다 믿어 연일 찬송가를 부르고 기돌도 하고 닭다리를 아껴 헌납도 한다. 사자D는 인간이 매달아준 타이어를 갖고 텐션 높이며 놀다 지치면 물속에 뛰어들고 별 고민 없이 살았다. 사자E는 동물원에서 산다는 건 무엇인지 곰곰이 성찰하고 고고하게 굴다가 별 수 없이 식사 시간이면 내려가 닭고기 한 조각이라도 구해 먹었다. 


어느 무리 속에 어떤 삶을 이어갈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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