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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은 콩밭에 Nov 10. 2023

(독서)오리엔탈리즘의 역사

살림

베트남 K원조 취재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취재원을 온정적·시혜적으로 바라보지 않겠다는 원칙이었다. 우리보다 빈곤하거나, 낙후된 지역에 산다고, 불완전하거나 결함을 가진 존재로 묘사해선 절대 절대 안된다고 생각했다. 이국적이라고 이질적인 것은 아니며, 열악하다고 해서 수동적인 건 더더욱 아니니까. ‘후진국’이라는 표현을 누군가에게 들었는데 그 단어에 뜨악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사에서 그런 시선이 아예 없었다곤 말을 못하겠다. 기사는 문학이 아니니까. 직설적으로 하고싶은 말, 주장하고 싶은 바가 명확해야 하고 대립 구도, 행위자/피해자 구도를 그려야 하니까.


여전히 뭔가 모르게 답답한 부분이 아직 남아있다. 반 라오콘 마을이란 곳을 주체(기자)였던 내가 제멋대로 관찰하고, 설익게 탐구하고, 성급하게 정의내리고, 그 세계를 얼기설기 재구성한다는 느낌을 받아서인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취재원을 에드워드 사이드가 말한 ‘우월성을 입증시켜주는 부정적 특질의 담지자’, ‘열등한 보완체’, ‘대립적 타자’로서 느끼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뭔가 남는 불편감은 뭐지.


친절과 환대로 맞아줬던 그 맑음과 투명함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조지 오웰 만큼은 아니지만, 세계시민으로서의 빈곤·불평등을 뜨겁게 사유하게 한 그 포인트에 대해서도. 내가 누리는, 입는 것 먹는 것 자는 곳 모든 것에 대해서 부끄러움을 느끼게 했던 대목들도.


'왜 호티담 할머니는, 우연찮게 베트남 소수민족으로 태어나 전기도 안드는 곳에서 평생을 빛도 못 보며 살아야 할까'

'왜 나는 대도시의 풍요 속에 살면서도 이렇게 불평불만에 신경증이 많나'

'왜 이렇게 세계는 빈곤과 불평등으로 가득 차 있나'


뭐 이런 질문이 남았다고 해야할까. 오리엔탈리즘 관련 책을 더 읽으면서 사유해보기로 했다. ‘타자에 대한 담론’의 뿌리, 모델을 읽을 수 있는 책이어서, 개도국에 다녀오면 꼭 이 책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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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자기 스스로를 재현할 수 없고, 재현되어져야 한다. 


유럽과 서양에 의해서 발견되고, 기록되고, 서술되고, 정의되고, 상상되고, 생산되고, 어떤 면에선 '창안되어진' 동양에 속하는 용어. 동양에서는 서양에 대한 이러한 대항역할(카운터파트)이 존재하지 않는다. 동양을 들여다보고, 방관하고, 바라보는, 사실상 동양을 관찰하고, 동양을 설명하고, 해석하려고 하는, 아웃사이더로서의 서양을 가리킨다. <쿠던, 오리엔탈리즘 정의> 13쪽. 


*대극적인 타자. 서양인에게 동양은 동경의 대상, 영감의 원천, 불완전함과 결함을 보완하고 반영하는 거울. 반면에 알 수 없는 신비와 위협을 내재하고 있는 혼돈과 정체의 세계로서, 이성과 합리성과 과학의 힘이 가해져 깨어나기 전까지 과거의 정체된 감옥에 갇혀있는 이방지역. 8쪽. 


*관능성, 전제적 경향, 도착적 심리, 부정확한 습관, 후진성. 사이드는 본질주의적 성격 자체를 비판한다. 오늘날 그 누구도 유대인이나 흑인에 대해 그러한 본질주의적 타성어를 감히 사용할 수 없어서다. 20쪽. 


*서양은 동양에 비해 스스로를 역동적이고 창의적이며, 팽창적인 문화로 자부했으며, 그 자체로 서양의 제국주의적 자만심의 근거가 되었다. 사이드는 이슬람과 아랍에 대한 유럽인의 태도를 비판함과 동시에 모든 '타자에 대한 담론'의 분석을 위한 모델로 그의 저서를 제시한다. 이국적이고, 이질적인 대상, 괴상하고 후진적이며 관능적이고 수동적인 특성을 지닌, 그래서 서양에 의해 지배되고 교정되어야 할 열등한 타자로 보는 의식으로서 이것은 거의 변함없이 서양인들의 무의식 속에 내면화되어왔다. 


*식민통치에 유용한, 실재하지 않는 열등한 이미지를 창조했다. 부정적 이미지는 점차 본질적이고 비역사적인 것으로 박제되었다. 이옥순, 우리안의 오리엔탈리즘. 


*불교는 '섭생법의 체계' -니체. 


*식민적 지배와 착취의 대상. 열등한 보완체, 대립적 타자, 우월성을 입증시켜주는 부정적인 특질의 담지자. 뿌리깊은 양면성. 객체로서 타자로서 주체에 의해 관찰되고, 탐구되고, 정의되는 수동적인 입장. 


*오리엔탈리즘. 서양이 동양이란 대상에 대해서 나타내는 반응들의 총체. 동양을 지배하고, 재구성하며, 동양에 대해 권위를 갖기 위한 서양의 지배 담론. 동양(오리엔트)에 대해서 가르치거나, 저술하거나,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오리엔탈리스트. 


*서양이 동양이라는 상대적인 '타자의 이미지'를 설정함으로써 서양 스스로의 자아 이미지를 정의하는데 오리엔탈리즘이 도움을 줬다는 점이다. 사이드는 모든 시대, 모든 사회에서 자아 정체성을 구축하려면, 상대자, 타자의 존재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다문화주의, 탈식민주의, 담론 이론, 포스트모더니즘에 지대한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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