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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은 콩밭에 Nov 23. 2023

(독서)하얀 가면의 제국

박노자

*미시적 집단이 체제에 잠재적인 위협이 되는 비범한 인간들을 평범하고 무방한 수준으로 끌어내림으로 인해서 체제 전체는 그만큼 안정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미시 집단과 타협을 가장 잘하는 둥글둥글한, 개성이 없는 사람들일수록 출세가 잘 되는 사회는 궁극적으로 장래가 밝을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미시적 타협주의, 권위주의의 절대화가 사회발전의 가능성을 가로막는다는 것이 그의 이론이다. 105쪽. 


*비인간성의 원천인 자본주의와 근대국가, 계급사회를 극복하기 위한 비폭력투쟁이 그것이다. 


*서구중심주의라는 전 지구적으로 울려퍼지는 제국주의의 행진곡이 '동양비하론'과 함께 동질적 공간으로서의 '서양'의 개념화-인류학, 문학론에서 이야기하는 '옥시덴탈리즘'-라는 화음을 기본으로 한다는 것이다. 동양의 퇴보성, 퇴영성, 태생적 전제주의 그리고 서양의 진보성, 시민적 성숙, 태생적 자유주의적 성향을 서구의 주민들이 진리로 인식해야 서구의 제국주의적 세계 지배가 역사적 논리로 비치기 때문이다. 


*'포지티브 옥시덴탈리즘', 즉 '서양'을 흠모, 맹종의 대상으로 만든 서구 신화다. 서양의 자유분방함이나 서양의 평등주의, 서양적 가치나 시민정신을 이야기한다. 296.297쪽.


*16세기 서구가 세계적 약탈과 식민화를 통해서 세계적 자본주의 체제를 구축하기 시작했을 때, 대표적인 농업 위주의 관료국가인 러시아와 조선은 그 새로운 역사가 전개되는 중심지에서 상당히 떨어져있었다. 지리적으로 서구와 더 가까운 러시아가 이미 17세기말~18세기초부터 서구 절대왕권의 제도를 이식해야 했던 것과 달리 훨씬 먼 조선은 19세기 말이 돼서야 문명개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 것이 차이라면 차이지만, 둘다 국가가 중심이 되어 빠른 속도로 압축적인 서구 따라잡기 코스를 거쳐야만 했다는 것은 가장 중요한 공통점이었다. 306쪽. '위로부터'의 서구 따라잡기 식 근대화에 몰두한 만큼 핵심적인 공통점도 당연히 있었다. 양쪽 경우에는 국가가 한편으로는 무자비판 폭력으로 민초의 저항을 무력화하고 공포와 복종의 분위기를 조장하며, 한편으로는 군사주의와 관제 민족주의/국가주의를 내면화시켜 개개인의 나를 우리속에 함몰시켰다. 307쪽. 


*신문이란 공적 정보 유통의 장인 만큼 대중들과 전문적인 지식을 나누는 하나의 통로로 마땅히 이용될 수 있지 않는가. 학연, 혈연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나로 하여금 레닌이즘과 학벌주의, 혈연주의가 과연 한 사람 안에서 공존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계급사회에서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학술과 종교는 있을 수 없다. 사회 참여를 부정하며 '순수'를 내세우는 학술, 종교란 많은 경우에 체제 옹호적인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착취와 포격을 기반으로 하는 체제 옹호는 결국 학술, 종교의 인도주의적 본질을 크게 훼손한다. 


*제1세계와의 불평등한 무역으로 늘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무기 장사로 떼돈이나 벌고 있었던 미국, 유럽, 소련의 사주와 후원으로 몇십년 동안 내란을 겪고 있었던 에티오피아의 절망과 아픔은 인간성을 파괴하는 현 체제의 산물이다. 그 절망과 아픔이 에티오피아의 국경을 얼마나 쉽게 벗어날 수 있는지, 그래서 타 지역의 주민들에게 얼마나 큰 충격과 슬픔을 줄 수 있는지, 내란 때 정신이 미쳐버린 '어린이 군인'이 노르웨이에서 저지른 행동은 잘 보여준다


*외국 상인들에 반대해 동학의 새로운 종교적 이상과 유교의 전통적인 '보국안민' 정신으로 전국적인 의거를 일으킨 동학군은, 역사를 병영형 국민국가에 복속시키려는 박정희 정권의 어용 사학자들에 의해서 '근대 지향적인 민족투사'로 변모했다. 동학 농민운동은 근대적인 국민국가가 아닌 윤리적 정치를 구현해야 하는 왕조국가를 지키려고 했으며, 동학의 이념이 단순히 좁은 민족이 아닌 바로 온 세상의 억조창생의 구원을 정점으로 했다는 사실을 박정희의 이념가들은 철저히 무시했다. 


*학이시습, 살티코프-시체드린, 알렉산드르 지노비예프, 막스 하벨라르-에두아르드 데커, 물타툴리 기념관, 네메르스도르프. 유길준의 '한반도 중립론', 브루스 커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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