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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은 콩밭에 Nov 23. 2023

(독서)세계시민주의전통, 고귀하지만 결함있는 이상

마사 누스바움

‘존엄성에는 위계가 없다’는 단 한문장으로 기억하고 싶은 책. ‘세계정부’ 단위의 정치를 상상할 때 으레 전제되지만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호혜와 평등, 상호존중, 유대, 규범, 도덕의 가치를 키케로, 그로티우스를 언급하며 정의한다. 지금, 왜 국가단위를 넘어서서 세계시민으로서 인간 존엄을 사유해야 하는지 시대담론과 엮어 논증하는데, 다 읽고 나서도 여전히 학문적인 얘기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론 당위로서 ‘정의’를 이렇게 체계적으로 상술하는 것이 학자의 역할이라는 생각도 들게 함.    

  

****마사 누스바움처럼 힙하진 못하겠지만 이렇게 지적이고 아름답게 늙고 싶다는 생각을 감히 해봤다. 저서도 정주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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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른 인간과 상호작용하지 않고는 번창할 수 없는 생명체다. 평화롭고 호혜적이며 지성에 따라 조직된 공동의 삶을 살아야 한다. *초국가적 집단들은 다원적이고 탈-중앙집권적이며 대체로 강압보다는 설득에 초점을 맞춰어야 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173쪽.      


*세계시민주의란 세계 공동의 시민권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사는 곳이 어디든 우리 모두는 전 세계라는 단위에 속한 시민인 코스모폴리테스이며, 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시민권이다(키케로, 그로티우스) *이기주의와 파벌주의로부터 떨어져 나와 한층 높은 차원의 애착과 원칙의 세계에 참여하라고 요구한다. 

     

*국가간 관계를 지배하는 것은 힘과 사리사욕. 권리는 국가주권의 산물이며, 국경 너머까지 미치지 않는다. 이것을 권리의 국가근거적 시각이라고 부르자. 153쪽. 그로티우스는 인권이란 전정치적이라고 주장한다. 국가보다 먼저 존재해왔고 국가가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권리 주장을 멈추지 않는 인간의 현실이 인권의 근거이기 때문이다. 154쪽.      


*국가는 인간 자율성의 효율적인 도구이자 사람들의 목소리에 답할 책임이 있는 가장 큰 단위이기에 규범적으로 중심적이다.      


*C국에 빈곤과 가난이 널리 퍼져 있다고 해보자. 그 원인이 부국인 A와 B가 잉여자원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연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며, 그로티우스에 따르면 그들이 가진 것 중 상당부분이 사실은 C국의 고통받는 시민들에게 정당하게 귀속된다. 이 때 C가 A와 B를 침략한다면, 그 전쟁은 A와 B의 부당한 공격으로부터 촉발된 정의로운 전쟁일까.      


*국제인권법의 무력함이나 무용성.     


*철학이 공적인 삶에 필수적이며, 철학자들에게는 공공선에 복무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키케로)     


*특정한 지역에 태어난다는 것은 어떤 사람의 권리와 기회를 결정짓는 한가지 요소다. 예컨대 타국의 성, 인종, 종교적 위계를 다룰 때 우리에게 어떤 의무가 발생하는지, 우리의 자원을 특정한 방식으로 사용하도록 요구하는 유독 긴급한 의무가 있을 수 있는지 물음으로써 다양한 차이나 그와 연관된 불의도 고려해야 한다. 계급, 종교, 인종, 성별, 성적 지향성의 차이는 모든 국가에 있는 모든 사람의 삶의 기회에 속속들이 영향을 끼친다. 42쪽.      


*존엄성은 지위나 신분과 아무 관련이 없으며, 지위나 신분에 대한 대단히 격렬한 거부를 핵심적인 도덕적, 정치적 가치로서 동반한다. 모든 인간은 중요한 측면에서 서로 평등하며, 인간을 관습적으로 서열화하거나 차등화하는 방식들은 결과적으로 엉뚱한 고집이자 치명적인 오류다. 95쪽.       


*우리에게 지역적 소속이 없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우리 자신이 연속적인 동심원, 자아 주변의 원, 직계 가족, 방계 가족, 이웃과 지역단체, 도시, 나라, 인류라는 전체 원, 세계시민으로서 우리가 띠고 있는 임무는 “그 원들을 어떻게든 중심으로 끌어당겨” 모든 인간을 우리의 동료 국민, 시민, 기타 등등처럼 만드는 것이다. 103쪽.     

 

*우리는 죽을 것이므로, 우리에게만 특정적인 모든 것이 결국은 지워지리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가족, 도시, 성별, 아이들, 그 모든 것이 잊힐 것이다. 그러므로 사실 그런 애착을 포기하는 것은 별 대단한 일도 아니다. 남아 있는 것은 진실, 정의, 세상의 도덕적인 질서뿐이다.      


*우리는 좋든 싫든 한 지역 혹은 국가에 속한 개인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세계의 인류, 더 나아가 인류를 둘러싼 자연계까지 포괄하는 더 큰 세계에 단단히 얽혀 그 세계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는 점을 명백하게 인지하고 있습니다.     


*지각이 있는 존재들은 모두 잘살기 위해 애쓰고, 이런 모든 형태의 노력은 경이감, 존경심,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보다 몇가지 면에서 낫지만, 모든 면에서 나은 건 확실히 아니다. 수많은 동물들이 인간보다 힘이 세고 빠르다. 시각, 청각, 후각이 뛰어나다. 월등한 공간지각력을 가진 동물도 있다. 인간이 다른 생명체들에게는 없는 몇가지 유형의 도덕적 평가를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종이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끔찍한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다.      


*정의라는 이념은, 세계전체로 확장된다는 점에서 수평적인 것만이 아니라 심해 저 깊은 곳과 하늘 저 높은 곳까지 벋어나가고 수 많은 다양한 동물들을 포괄한다는 점에서 수직적이기도 하다.       


*국제기구와 국제규약은 본질적으로 세계를 설득하려는 규범적 선언이다. 국제법과 국제규약은 형성되어가는 합의를 표현할 수 있다. 그러고 나면 각국의 시위자들이 국내의 정부에 압력을 가할 때 이들을 활용할 수 있다. 국제규범 문서들은 설득력있는 규범의 원천으로 머물며 헌법 제정, 입법, 사법적 해석 등을 포함한 국내 정책을 통해 강제되는 편이 더 적절하다. 이 문서로부터 추가적인 추동력을 부여받고, 이런 문서로 이어진, 국제공동체의 주장과 설득력 있는 분위기에 영향을 받으면서 말이다.      


*우리는 인간의 약점과 한계에 대해, 정의를 그토록 달성하기 어렵게 만드는 인간 삶의 여러 힘들에 대해 현실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공포, 혐오, 분노, 시기 등을 설명해야만 한다. 우리에게는 집단적 배타성과 집단의 예속, 여성혐오와 인종 차별주의, 수많은 다른 형태의 낙인과 선입견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근본 악이란 문화 이전에 우리의 본성에 고질적으로 들어 있는 악이다.    

  

*민족국가는 보통 우리가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가장 큰 단위로서 대부분의 경우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의 고향이다. 우리는 자신이 속한 국가에 자긍심을 느끼고, 우호적인 방식으로 우리나라와 다른나라를 비교하는 성향이 생긴다. 자기것에 대한 과대평가는 종종 ‘불의’하다. 그는 곧 이 논점을 확장하여 애국주의가 다른 국가들에 대한 악의적인 명예훼손으로 방향을 틀곤 한다고 말한다. 211쪽.

      

*우리는 상호의존적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휘발유는 공동의 대기에 영향을 끼치고, 출산에 관한 우리의 결정은 세계인구에 영향을 끼친다. 소비자로서 내가 내리는 무수한 선택은 희귀한 천연자원을 통해 부를 얻고 세계적인 이점을 활용해 자국민을 폭압하는 독재자들을 돕게 한다. 이처럼 지속적이고 복합적이며 종종 숨겨져 있는 인과적 상호작용의 세계에는 도덕적으로 안전한 입장이란 없다. 기업과 그 하위 부분들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고려할 때 인간은 자신이 연루한 관계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이런 도덕적 연결로부터 깨끗이 떨어져나갈 수 없다.  

    

*유대. fellowship. 앵거스 디턴(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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