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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은 콩밭에 Dec 24. 2023

(독서)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챈들러는 1939년 51세의 나이에 마침내 첫 장편소설 '빅슬립'을 출간했다. 


하지만 이 때의 리얼리즘은 피상적입니다. 잠재적인 감정은 과장돼서 불어나고 시간과 행위가 압축되면서 개연성이 뒤틀리죠.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난다 해도, 그렇게 빨리, 그렇게 빈틈없이 논리적인 구조로, 그렇게 밀접하게 결합된 집단의 사람들에게 일어나지는 않을 겁니다. 53쪽. 


사람들이 꺼리지 않고 어쩌면 의식조차 하지 않을,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그들의 마음을 투과하여 여운을 남기는 그런 무언가를 작품에 넣고자 했지요. 


나는 돈이나 어떤 특권 때문에 글을 쓰는게 아닙니다. 다만 사랑 때문에, 어떤 세계에 대한 이상한 미련 때문에 글을 쓰는 거죠. 사람들이 치밀하게 생각하고 거의 사라진 문화의 언어로 말을 하는 그런 세계 말입니다. 나는 그런 세계가 좋습니다. 194쪽. 


그는 삼십년 동안 내 심장박동이었어요. 소리의 가장자리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음악이었지요. 삼십년하고 열달, 이틀동안 그는 내 삶의 빛이었고 내 모든 목표였습니다. 223쪽. 


하드보일드란 헤밍웨이, 대실 해밋, 레이먼드 챈들러가 확립한 '스타일'로 불필요한 묘사나 감정을 배제한 문체들을 바탕으로 주인공(독자)의 시점을 1인칭으로 제한하여 사건을 전개해 나가는 구조를 가진다는 특징이 있지요. 하루키의 소설에서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하루키는 고교시절 챈들러의 '기나긴 이별'을 처음 읽고 그 '문체의 비범함에 그야말로 기겁하고 말았다'고 합니다. 


전업 작가라면 적어도 하루에 네 시간 이상 일정한 시간을 두고 그 시간에는 글쓰기외에는 아무 일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꼭 글을 써야 할 필요는 없어요. 내키지 않으면 굳이 애쓰지도 말아야 합니다. 그저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거나 물구나무를 서거나 바닥에서 뒹굴어도 좋아요. 다만 바람직하다 싶은 다른 어떤 일도 하면 안됩니다. 글을 읽거나, 편지를 쓰거나, 잡지를 훑어보거나. 수표를 쓰는 것도 안돼요. 글을 쓰거나 아니면 아무 일도 하지 말것. 학생들에게 얌전히 있으라고 하면 심심해서라도 무언가를 배우려고 하죠. 이게 효과가 있답니다. 


첫째 글을 안 써도 딘다. 둘째 다른 일을 하면 안된다. 나머지는 저절로 따라오게 마련입니다. 57쪽. 


작품은 아주 자유롭게, 거의 무심한 태도로, 그리고 자의식 없이 생산되는 겁니다. 62쪽. 


작가는 몹시 고된 직업이고, 어떤 식으로든 괜찮다 싶은 수입을 올릴 정도로 성공한 사람은 극소수예요. 글로 먹고살 가능성은 아주, 낮습니다. 나에게 플롯은 만드는게 아닙니다. 자라나는 거지요. 플롯이 자라나길 거부하면 그 작품은 버리고 다시 시작합니다. 70쪽. 


헤밍웨이가 쓰는 작품들은 감정이 메마른 송장들은 쓸 수 없는 것들입니다. 코널리가 쓰는 것들은 송장도 쓸 수 있고, 쓰고 있죠. 그런 것은 나름 장점이 있고, 어떤 건 아주 훌륭하기도 하죠. 다만 그런 글을 쓰기 위해 굳이 살아 있을 필요가 없을 뿐입니다. 1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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