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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우wow Jul 19. 2024

혼밥 어디까지 가능하세요?

맛집 찾기 대작전

3~4년에 한 번씩 남편은 지점을 이동한다.

이동할 때마다 2~3일 전에 이동하라는 통지가 온다.

그렇게 되면 이동하게 되는 지점의 주차장이나 점심식사는 어떻게 하는지를 알아본다.

어떤 곳은 주차비가 비싸고 어떤 곳은 주차를 무료로 할 수 있는 감사한 곳도 있다.

30년 넘게 다닌 이 직장에서 여태껏 점심식사는 지점에 딸려있는 식당에 상주하는 식당여사님이 점심을 준비해 주시고 남편은 월급에서 날짜를 계산해서 자동이체로 빠져나가게 해서 식대를 드렸다. 어떤 곳은 여사님이 아주 맛깔나게 해 주시고 어떤 곳은 여사님이 어제 나온 반찬을 또 주시기도 했다고 한다.

무얼 주든 맛있게 먹는 남편은 언제 한번 반찬투정이라는 걸 해 본 적이 없다.

내가 해준 반찬 또한 감사하게 드신다.

그런데 6개월 전 남편은 식당이 없는 지점으로 이동하고 말았다.

엄연히 말하자면 식당은 있지만 상주하는 여사님이 계시지 않았다.


“그럼 어떻게 해? 점심 어떻게 먹어? “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나가서 회사 근처 식당에서 알아서 밥을 먹나 봐”

“그럼 혼자 나가서 혼밥 해야 해?”

“그러게. 혼자 어떻게 먹지.”


소심한 남편은 점심 걱정하는 표정이 보였다.

직업 특성상 직원들이 모여서 나가 밥을 먹을 수 없는 일이라 더 그렇다.

“그럼 지점 안에 식당은 있으니 식탁이 있을 것 아냐. 내가 도시락 싸줄까? “

“도시락? 그거 힘들잖아”

“아냐. 나 잘 쌀 수 있어. 내가 싸줄게”

“그럼 고맙지”


나는 머릿속을 빙글빙글 굴려 어떻게 도시락을 싸야 할지 고민했다.

그리고는 도시락통을 꺼내고 수저와 수저통까지 미리 꺼내 다 세척해 두었다.

계란말이밥


밥 + 소금 간 + 김가루+ 참기름을 넣고 섞는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계란 3개를 풀어 넓게 익히다가
밥을 한쪽에 넣고 계란 말듯이 말아준다.
불은 꼭 중불 + 약불로 해야 계란이 부드럽다.

돼지고기다짐육볶음

돼지고기 다짐육 300그램을 프라이팬에 볶는다.
양파 반 개를 작게 썰어 넣어 같이 볶는다.
간장 2스푼, 설탕 반 스푼, 마늘 반 스푼, 생강 반 티스푼, 고춧가루 2스푼

김치볶음

잘 익은 김치를 작게 썰어준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김치부터 볶는다.
참치액 1스푼, 설탕 반 스푼, 고춧가루 반 스푼을 넣고 볶아준다.
마무리는 깨로 예쁘게 완성한다.





이렇게 3일을 도시락을 쌌다.

힘들지 않았고 남편이 싹 비운 도시락통을 가져오면 기분 좋았다.

하루종일 내일 도시락 뭘 싸지? 고민하는 게 나름 즐거웠다.


“내일은 도시락 안 싸도 돼”

“왜?”

“지점장님이 보쌈 쏘신대”

“우와. 좋다.”


남편은 그렇게 그날은 보쌈을 아주 맛있게 먹고 왔다.

“그럼 내일은 도시락 싸면 되지?”

“…”

“왜?”

“그게 사실은…”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남편은 소심하다.

사무실 안쪽에 딸려있는 식당에서 가져온 도시락을 펼쳐 먹으려 하면 물을 마시거나 점심을 먹고 쉬려고 하는 사람들이 그 식당에 오간다고 한다.

오가는 직원들마다

“도시락 싸 오셨어요?”

“우와 맛있겠다”

“오늘은 뭐 싸 오셨어요?”

하나 둘 말을 걸어오는 통에 밥을 먹을 수가 없다고..

“그래서 그분들이 말 걸면 하나씩 주라고 샌드위치도 넉넉 싼 건데”

“그래 맞아 하나씩 나눠주기도 했는데 그게 밥 먹는데 참 민망해”


나는 남편의 성격을 알기에 이해했다.

그래서 난 우리 아이들과 검색에 들어갔다.

“얘들아, 아빠 회사 근처 밥집 찾기 하자”

“밥집이요? 무슨 말이에요?”

“아빠 이젠 회사 근처에서 밥 사 드셔야 해. 그러니깐 맛집 찾아주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다른 곳으로 가야 하니깐 다섯 군데 이상 찾아야 해.”

“아빠 내가 돈가스집 찾았어요!”

“아빠 나는 아빠가 좋아하는 순댓국집 찾았어요.”


우리 가족은 그렇게 아빠가 회사 근처에 갈 만한 맛집을 여러 군데 찾아주었다.

남편은 그 뒤로 자꾸 말을 거는 직원들을 피해 나가서 혼밥을 한다.

혼밥을 하러 가서는 꼭 사진을 찍어 보내온다. 다정한 남편이다.

가끔 특별한 날은 직원들과 삼겹살로 점심을 먹기도 하지만 웬만하면 혼밥이다.

그런 데다가 점심 잘 드시고 배가 아픈 날도 있다.

왜 배가 아프냐 물으면 식당에 사람이 많아 부쩍거리는 곳에 가게 되면 급하게 먹고 나오는 바람에 배가 아프다고 한다.


그렇게 식당이 없는 지점으로 옮기고 6개월 뒤,

매일 아침 출근을 준비하는 나는 남편에게 이렇게 말한다.

“어디가~”

“나? 밥 먹으러”

“회사 가는 거잖아. 웬 밥“

“나 오늘은 뭐 먹을까 고민하면서 밥 먹으러 가는 거야”

“이젠 신나는구나. 좋아?”

“응. 완전 신나. 오늘 주꾸미 먹을 거야.”

난 그러면 항상 이렇게 말한다.

“이따 12시에 주꾸미 집 앞에서 만나.”

“응 12시 알았어”

우리는 그렇게 한 번도 같이 만나 밥 먹은 적 없으면서 능청스레 대화한다.


12시쯤 띠링하고 카톡이 온다.

남편의 점심 메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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