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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우wow Jul 09. 2024

이게 뭘로 보여?

비 오는 날 기름에 지글지글

"이게 뭐게?"

"닭다리라 하기엔 검은색 뭐야?"

"이히히"

"생선은 아닌 것 같고"


비가 주룩주룩 어디에서 모아놓은 물인지 하루종일 비구름은 내리고 내려도 끝이 없다.


몇 날 며칠 계속해서 비가 내리면 장마, 비가 내리다가 온도가 식으면서 비가 그쳤다가 다시 온도가 뜨거워지면 비가 내리는 걸 반복하면 우기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장마전선 영향을 받아 장마라지만 우기화 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3대 여름 특징

1. 더위

2. 습도

3. 벌레


나는 이 세 가지 중 세 가지 모두를 싫어해서 계절 중에 여름을 제일 안 좋아한다.


더위도 못 참아서 여름 내내 안방 에어컨 켜고는 안 나온다. 밥 할 때만 잠깐 주방으로 나와 전쟁 같은 요리를 한 후 요리가 끝나면 곧바로 후퇴한다.


습도는 끈적임을 경멸해 거실에서도 뽀송한 슬리퍼 필수, 조금이라도 땀이 나면 샤워를 하는 통에 하루에 서너 번 샤워한다.


벌레는 송충이 떨어지는 시기가 되면 아예 바깥출입을 안 한다. 나가야 될 때가 있으면 조심히 나갔다가 송충이가 한 마리라도 보이면 구청 녹지과에 전화를 해서 벌레들의 퇴치를 부탁한다. 그리고 꼭 내 눈에만 뜨인다는 사실.


그런 여름은 매번 오고야 만다.

이번 여름도 아주 습하고 더울 예정인 듯 맹렬히 덥다가 계속 비가 내린다. 그렇게 되면 벌레들은 자동으로 따라오는 코스다.


월요일 아침.

모두를 내보냈다. 만세를 부른다.

주말 동안 즐거웠다. 제발 학교. 회사로 가라 좀 가.

그런데 대학생이라 방학을 한 큰딸이 자고 있다.

만세를 너무 섣불리 해버렸다. 만세 취소.

자취방으로 오늘 가겠다고는 했지만 아침부터 깨워 보내기엔 섭섭하다.

우선 아파트 지하로 내려가 혼자 아침운동으로 걸었다

7 천보를 찍고 들어오자 몸이 땀으로 범벅이다.

딸이 문소리에 깼는지 방에서 눈이 덜 뜨여진 채로 나온다.

"엄마가 맛있는 거 해줄게"

“지금 안 배고픈데요”

“그럼 푹 쉬다가 자취방은 내일 가는 거 어때?”

“냉장고에서 뭔가 썩고 있는 것 같고요 비도 오니 청소도 해야 곰팡이가 안 생겨요”


가봤자 혼자 할 것도 없으면서 자꾸 자취방으로 가려고 한다.

서운하면서도 만세를 부를 수 있는 타이밍에 살짝 좋기도 하다.

자취방으로 가고 나면 엄마 밥이 그립겠지 하며 싸줬던 음식들 절반은 못 먹고 버린단다.

먹을 시간도 없고 가끔 사 먹기도 해서 그렇단다.

그래도 자꾸 싸주게 되는 건 모자라는 것보다는 낫겠지 하는 엄마 된 마음이다.


이제 1년쯤 돼 가는 딸의 자취는 매번 보낼 때마다 눈물을 흘렸다.

가까운 지하철에 내려주고는 잘 가!라고 말하고 내려줄 때마다 똑같은 복받쳐오는 서러움으로 눈물을 흘렸다.

잘 되라고 자취방을 만들어 줘 놓고 눈물바람이라니.

그 눈물은 1년이 다 되어가도 항상 똑같다.

갈 땐 아쉽고 오면 반갑고. 이걸 1년이나 하고 있다.


오늘은 딸아이가 가서 프라이팬에 살짝 구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 것이다.

아침부터 걸었더니 땀이 범벅된 이 상태 그대로 음식을 한 뒤 샤워를 해야겠다.

당면 500그램 물에 불리기

우선 당면 500그램을 물에 불렸다.

당면은 삶기 전에 물에 불리면 삶는 시간이 단축되고 편하다.

이걸 모르고 매번 그냥 냅다 끓는 물에 부어 삶기부터 했던 때가 있다.

이 모든 노하우는 백종원선생님 덕분이다. 우리나라에 모르는 사람 없는, 또한 많은 사람을 요리 잘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준 백주부님^^

삶은당면 양념하기


그리고 삶아진 당면을 채반에서 물기를 뺀 후 한 김 식혀준다.

그리고 간장 종이컵으로 반컵, 설탕 3스푼, 깨 2스푼, 굴소스 2스푼, 후추 톡톡톡, 청양고추 6개 송송 썰어 넣어준다.

그다음,

물에 적신 라이스페이퍼 두장을 2센티만 겹쳐 넓게 펼쳐놓고,

그 위에 김밥용 김 반으로 자른 후 올린다.

그 김 위에는 양념된 당면을 올린다.

그리고 김밥처럼 둘둘 말아준다. 라이스페이퍼가 물에 젖어 접착은 충분히 잘 된다.

그런 식으로 여러 개 둘둘 말아 넓은 접시에 간격을 두어서 놓는다.

기름에 튀기지 말고 약간의 기름으로 굽듯이 굴려준다.

라이스페이퍼가 하얗게 변하다가 노릇해지면 잘 구워진 것이다. 타지 않게만 잘 굴려주는 게 포인트다.

완성된 김말이는 식초 1 : 간장 2를 섞어 소스로 만들어 찍어 먹거나 떡볶이를 만들어 소스에 찍어먹으면 아주 좋다.

라이스페이퍼라서 바삭하고 쫀득한 식감이 밀가루옷을 입혔을 때와는 차이가 엄연히 다르다.

딸을 불러 완성된 김말이를 보여줬다.

“엄마 이게 뭐야?”

“이게 뭐게?”

“닭다리라 하기엔 검은색 뭐야?”

아직 눈이 덜 떠지는지 눈을 꿈뻑꿈뻑거리며 이게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쳐다본다.

“이히히히”

딸이 몰라하는 것 같아 난 더 신이 난다.

“생선은 아닌 것 같아, 집에서 기름냄새가 아주 맛있게 났거든”

“눈 잘 떠봐 이거 김말이잖아”

“와.. 신난다. 엄마가 해주는 김말이 오랜만이다. 이렇게 더운데 어찌했대”

나는 맛있게 먹는 딸아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예쁜 통을 하나 꺼내 김말이를 담았다.

”집 가서 심심하면 살짝 프라이팬에 구워서 먹어 “

”떡볶이 만들어서 찍어먹을게. “


김말이 준비물

당면 500그램
라이스페이퍼
김밥용김

당면양념하기 : 간장 종이컵 반컵
설탕 3스푼
깨 2스푼
굴소스 2스푼
후추 톡톡톡
청양고추 6개



오늘도 여전히 장마라 비가 내린다.

딸의 한 손엔 우산을 들려주고 또 다른 한 손엔 김말이를 곱게 싸서 들려줬다.

자동차로 지하철 역에 내려주면서 나는 오늘도 아쉬운 듯..


”잘 가.내 딸. 또 와……“


하고 울컥해 버렸다.


영원히 내 곁에서 엄마엄마 할 것 같던 내 자식이 나와 떨어져 독립하는 과정이 참으로 길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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