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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우wow Aug 30. 2024

선생님! 그냥 우리 아이 잘라주세요!

식빵피자빵


중2 지맘대로 하는 병. 지금 절정을 이르고 있는 우리 집 아들이 있다.

그간 휴대폰 관리가 제법 되고 있었다.

어떤 어플로 엄마가 관리하는 방식인데 엄마와 아들이 룰을 정하고 그에 벗어나면 바로 모든 걸 잠글 수 있다.

아들은 모든 걸 잠그는 걸 피하려고 엄마와의 룰을 지켰다. 그것은 저녁 6시 되면 휴대폰을 안방에 가져다 두는 것이었다.

엄마인 나는 웬만하면 모든 걸 잠그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러고 싶지 않았고, 아이가 저녁 6시 되어 휴대폰을 가져다 놓고도 더 하고 싶어 하긴 했다.

그러던 중2 아이의 생일달에 일이 생겼다.

그것은 8월. 아이는 8월에 생일이 있다. 8월 1일부터 이 모든 게 먹통이 되어 버린다는 걸 나만 몰랐다.

아이는 그날만 기다렸다. 친구들과 늦게까지 소통하고 게임하고 싶었겠지.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 이해는 모든 걸 스스로 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스스로 한다는 것은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과 학원숙제에 아무 이상 없이 기존에 잘해왔던 것처럼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8월 1일부터 난리가 났다.

방학이었던 8월 1일부터 온통 하루종일 폰을 내려놓지 않고 숙제도 하지 않았다.

난 휴대폰 관리 어플로 아무리 설정을 변경해도 아이는 휴대폰이 안된다고 나에게 오지 않았다.

모든 게 되는 모양이구나..

사람이 하루아침에 휴대폰중독이 될 수 있는 것일까?

하고 싶었던 하지만 엄마가 허락하지 않으면 다운로드할 수 없었던 어플까지 모조리 다운로드가 되어버리는 날이기에 아이는 하루종일 바빴나 보다.

항상 반성하고 이해하는 건 내 몫.

내가 너무 못하게 했었나?

하고 싶은 걸 너무 억제했나?

하루종일 후회하고 반성했다.

하지만 아들의 휴대폰 중독스러운 행동은 방학이라 아침 9시에 일어나던 아이가 오후 3시나 되어야 일어난다는 사실로 정점에 이르렀다.

휴대폰을 지맘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 후로 모든 게 난리가 난 건 그때부터다.


학원이 4시인데. 이제 일어나서 숙제하고 밥 먹고 샤워하고. 늦는다.

학원에서 연락이 온다.

[죄송해요]

난 항상 죄인. 죄송하다..라는 말이 이제 식상해서 다른 말로 바꿔야 한다. 멘트를 미리 생각한다.

[자꾸 이런 일이 생기네요. 제가 좀 더 타이를게요.]

다음엔 뭐라고 말하지.? 할 멘트가 없다. 안 되겠다. 학원 갈 시간이 지났는데 오늘도 역시 샤워 중이다. 이런 적이 없는데.

학원선생님이 전화 오기 전에 미리 문자를 보낸다. 자수해서 광명 찾기 콘셉트.

[아이가 학원 가기를 조마조마하며 기다리고 있지만 말을 듣지 않네요.]

그다음 학원 가는 날도 또 늦는다. 어쩌지.. 이리저리 왔다 갔다 초조한 건 이 엄마. 과감하게 문자를 보낸다.

[선생님, 학원에서 우리 아이를 잘라주세요.]

학원에서는 숙제를 제대로 해 오지 않거나, 자체시험에서 커닝을 하는 아이를 종종 퇴원시키는 아이들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래서 우리 아이도 퇴원조치 해달라고 말해버렸다.

이런 엄마 없겠지. 저 엄마 왜 저래 이러겠지. 어쩌겠는가. 맨날 늦게 가는 걸 고쳐야지.


그렇게 늦게 학원에 도착한 아들이 전화가 왔다.

“엄마, 카드 가져오래요. 환불해 준대요. 어떻게 해요?”

“응 가져가, 네가 책임지려고 늦게 간 거잖니. 한두 번도 아니고.”

“엄마, 어떻게 좀 해주세요.”

“그럴 때만 엄마니”


나도 단호하게 말했다. 갑자기 아들과의 통화 너머로 학원원장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요한아, 이리 와봐.”

엄마와 통화를 하는 걸 눈치 채신 학원선생님은 우리 아이를 상냥하게 부르셔서 타이르는 걸로 끝내셨다.

확 잘라버리시지.

그 뒤로도 반성 없는 중2 아들은 계속 학원에 지각을 했다.

이유 없이 반성만 하던 엄마는 아이를 차로 데려다 주기에 이르렀다.

겉으로는 못하고 혼자 속으로만

‘말 더럽게 안 듣는다 너’

라고만 외칠뿐이다. 싸우기 싫으니깐. 난 엄마니깐.


사랑의 다른 말은 기다림이라고 한다.

조건 없는 기다림.


유명 가수의 노래 가사에도 나오듯..

영원한 건 절대 없어.

영원한 건 절대 없는 법.

우리 아이의 사춘기도 영원하지 않을 테지.

조금 더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며 더 부드럽고 다정하게 키워보기로 한다.

학원에서 돌아 올 아이를 위해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준비했다.


식빵피자빵 만드는 법
준비물

식빵 2장
스파게티 소스
옥수수 통조림
소시지
모차렐라치즈
파슬리
체다치즈

식빵을 우선 한번 가볍게 구워 수분을 뺀다.
한쪽면에 스파게티소스를 바른다.
체다치즈 한 장을 올린다.
옥수수통조림을 얇게 펴서 올린다.
소시지를 얇게 써서 올린다.
모차렐라 치즈를 올린 후 파슬리 톡톡
오븐 10분 또는
전자레인지 2분 후 완성


아이가 학원에서 돌아왔다.

”이젠 늦지 않게 제시간에 학원에 가자 “

“응”

“이거 네가 좋아하는 거잖아. 엄마가 만들었어.”

빵집에서  거 아니에요? “

무뚝뚝하게 말하려던 아들이 본인이 좋아하는 간식을 보더니 다소 부드럽게 대답을 한다.

먹는 모습을 보니 엄마 곁에 24시간 붙어 애교 부리던 불과 얼마 전이 떠오르며 아기같이 보인다.

이렇게 예쁘게 엄마테만큼은 정말 잘하던 때가 있었는데…

혼자 생각하다 보니 지금 이 시간이 안타깝다.

“아들, 예전에 착하던 아들로 다시 돌아와. 엄마가 기다리고 있을게.”

나의 속마음을 고스란히 말했다.

“고마워요.”

내가 생각했던 대답은 단순 “네”였는데 아들은 고맙다고 한다.

그 말 하나에 감동을 한다.


내일 당장 학원에 또 늦을 텐데…

우선은 잠시 휴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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