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겨울만 되면 듬성듬성 자른 무를 와그작와그작 씹어대는 사람이다.
그것도 땅속깊이 파 묻혀있던 무의 흰 부분이 아니라 뜨거운 가을 햇빛을 봐서 예쁜 초록색이 된 부분의 무만 먹는다.
"맵지 않아?"
"매운맛에 먹는 건데?"
남편은 결혼생활 22년 겨울 내내 나를 신기한 사람처럼 쳐다보며 묻는다.
그러다가 최근엔 하나만 줘봐~ 라며 먹어보기도 한다.
우리 애들 셋은 더 재밌다.
어릴 적부터 무를 먹는 엄마를 보고 자라서인지 무 먹는 엄마를 보면 "무 주세요"
특히 아들이 강력한 경쟁상대이다. 끝까지 따라서 먹으니 말이다.
매운맛이 나는 11월 김장무를 그토록 와그작 먹는데 나부터 먹긴 했었지만 따라먹는 애가 더 신기하다.
여름 내내 맛없는 무를 뭐 보듯 쳐다보다가 첫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면 무가 맛있어진다.
"무 주세요"
또 무 사러 다니는 시기가 왔다.
요즘 배추값부터 너무 올라버려서 무가 한 개에 3,000원씩 한다.
난 다발로 사다가 잘라먹는데. 너무 비싸.
올해 무를 처음 산 날, 무채김치를 했다.
비벼먹고 볶아먹고 생채로 먹다가 오늘 무를 2개 다시 샀다.
이번엔 깍두기다.
우리 집에 온 무의 자태.
아직 깨끗한 제주무 찾기는 힘든 시기인가 지저분한 겉은 감자칼로 다 벗겨버렸다.
원래 껍질이 맛있는 건데.
깍둑썰기를 한다. 작게 썰어본다.
초록 부분은 슬라이스로 잘라 내입으로 쏙 넣어 와그작 씹어본다.
'아, 이 맛이야.!'
맛있게 깍두기 만드는 법
깍둑 썬 무 2개(크기 중간)
꽃소금 한 스푼
멸치액젓 4스푼
고춧가루 6스푼
마늘 2스푼
매실진액 6스푼 (혹은 설탕 3스푼)
쪽파 10 뿌리 5센티로 잘라서 준비
양념을 왼손으로 뒤섞고 오른손으로 뒤섞어 골고루 버무려준다.
하나 집어 먹어보니 매콤하니 맛있다.
오늘 소고기 뭇국 끓여 깍두기와 함께해 봐야겠다.
아직 나의 무의 갈증해소는 100퍼센트 되지 않았다. 한 달 뒤 11월 중순이 되어야 더 맛있는 무가 될 테니.
여름 내내 기다린 인내심으로 더 기다렸다가 더 맛있는 무를 먹어보리라.
무를 생으로 먹으면 몸의 열이 식는다.(차가운 성질)
반대로 뜨겁게 끓인 무를 먹으면 몸에 열이 생긴다.(뜨거운 성질)
또 하나,
무를 생으로 먹고 트림을 하지 않으면 산삼보다 좋다고 한다. 하지만 99프로 트림을 하게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