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아들
"제주도 가자"
"언제요? 갑자기요?"
"우리 지난주에도 부산여행 그날 당일날 결정해서 갔잖아"
"맨날 너무 급하게 정하잖아요. 그래서 언제 가는데요?"
"2주 뒤로 예약했어"
"말도 안 돼요"
우리는 그렇게 파워 P를 자랑하며 급여행을 즐긴다.
여행용 가방도 이참에 새로 사자. 하며 주문해서 온 게 여행 가기 2일 전.
가방 싸야 하는데..라는 고민은 입으로만 할 뿐. 정작 가방은 출발 전날 밤에 모두 완료.
이렇게 게으르지 않았는데 이렇게 된 이유는 아이들이 다 커버려서이다. 어릴 적엔 아이의 무엇하나라도 놓쳐서 안 가져가면 불편할까 봐 2주 전부터 가방을 쌌었다.
이젠 큰 아이들은 바빠서 못 따라가고 중학생 아들만이 아빠와 엄마를 따라 여행한다.
여행 첫날
"일어나 요한아, 비행기 타러 가야지"
"장난하지 마요"
졸린 아들은 지금 엄마가 깨우며 말하는 게 장난처럼 느껴지나 보다.
"장난이라니, 우리 제주도 가기로 했잖아"
"아 맞다!!"
벌떡 일어나는 아들은 그야말로 머리는 떡이 지고 그 잘생긴 얼굴도 베개에 눌려 난장판이다.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본 시각은 새벽 4시 30분
우리는 준비를 마치고 김포공항으로 가다가 여유 있게 맥도널드 드라브스루로 커피와 맥모닝을 사서 아침으로 대신했다.
우리는 그렇게 여유를 부렸다.
왜일까.
주차장에 들어서자 자리는 거의 꽉 차서 공항입구에서 아주 먼 곳에 주차를 하게 됐다.
6시 25분까지 탑승인데 6시 10분이다.
이젠 슬슬 부지런을 떨기 시작했다.
뛰어!
아까 맥모닝에 커피의 여유를 부리던 우리 셋은 어딜 가고 전쟁터에서 폭격을 피하듯 새 캐리어의 바퀴를 마구 굴려 달리기를 시작한 것이다.
"캐리어 바퀴 터지겠어 살살 끌어"
"그런 게 어딨어 늦었단 말이야 뛰어!"
우리는 그렇게 공항에 들어갔고 또 한 번 오금이 저린 순간이 왔다.
내가 준비할 것과 남편이 준비할 것이 나뉘어있는데, 나는 가방 싸는 모든 걸 내가 한다. 각자의 옷, 속옷, 세면도구 등등 뭐 하나 놓치지 않고 모두 내 책임이다.
남편은 전날 큐알코드 발권하기, 미성년자 자녀는 신분증이 없으니 등본 떼기. 주차장 주차비 확인하기.
공항에 입성하자마자 나는 물었다.
"등본 떼라고 한 거 가져왔어?"
"어 뗐고 사진 찍어왔어"
"뭐라고? 사진?"
"어. 그게 왜"
"안돼!"
남편은 나의 대답에 뭔가 불길한 징조를 느꼈는지 급하게 안내원 쪽으로 달려갔다.
거기서 무언가를 얘기하더니 급하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다.
등본 떼러 가는 거다.
진짜 이상한 사람..이라고 한마디를 그 공항 넓은 곳에서 나는 아주 작게 외쳤다.
우리는 20인치 캐리어 두 개를 기내용으로 들고 타기로 하고 겨우겨우 비행기에 탑승했다.
"휴..."
하루가 벌써 오전 7시도 안 됐는데 피곤하다.
8시에 비행기에서 내려 렌터카를 빌리고 그랜져라는 자동차에 앉아 그제야 호텔 입실시간을 확인하니... 오후 3시 입실 가능하단다..
그럼 관광을 왔으니 관광지를 검색하자.
검색해서 가는 곳마다 "안 내려 차에 있을래"를 반복하는 중학생 아들과의 스펙터클한 제주여행..
오늘은 여기까지만 일러바치고 릴랙스 하러 가기로 하겠다
릴. 렉.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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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릴... 렉... 스..
모든 풍경이 힐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