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발 삶아줄게"
그걸 네가 어떻게 해?
남편은 의외로 날 의심했다.
"나 요리유튜버야~잊었어?"
하긴. 날이 더워 집에서 요리를 안 한 지 두 달쯤 된듯하다.
더워서 11월이 되어야 이 족발을 삶으려고 했지만 내가 먹고 싶은 마음이 더 컸나 보다.
"의심하지 말고 조금 기다려봐 금방 만들어줄게"
남편은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소파로 종종 달려가 앉아 폰을 보며 기다리기로 마음먹은 자세를 취했다.
1. 족발 핏물을 빼는 대신 한 번 끓여서 찬물에 씻어낸다.(앞다리족발 2.2kg)
2. 다시 압력밥솥에 15분 삶는다.
3. 뜸을 기다린다.
4. 뚜껑을 열 필요 없이 다시 10분 삶는다.
5. 뜸을 기다린다.
6. 이런 과정을 총 4번 한다.
난 내 머릿속 내비게이션으로 이런 과정을 살폈다.
첫 물을 버리고 씻은 후
족발을 넣고 물은 반쯤 넣고
월계수잎 4장
팔각향 5알
된장 2큰술
카누 커피가루 1인용 1봉지를 같이 넣어 삶는다.
그렇게 한 시간쯤 지나서 김이 모락모락 족발을 꺼내 도마 위에서 잘라내는 나를 본 남편은..
"오잉? 진짜 족발이네?"
"이리 와서 한 점 잡솨봐요"
후다닥 달려오는 남편은 영락없는 아이 모습으로 달려온다.
"당신은 좋겠다. 부인이 족발도 해주고"
"응 좋지~"
2.2kg 족발은 이런 크기 2개와 작은 것 한 개가 함께 배달되어 왔고,
압력밥솥으로 삶는 게 제일 중요한 포인트이다.
어느 시장의 족발달인처럼 칼로 뼈와 살을 분리하는데 절대 아마추어처럼 보여선 안된다.
칼을 어느 정도 집어넣었을 때 뼈가 느껴진다면 아무도 모르게 살짝 뒤로 후퇴해 살만 잘라내기를 해야 한다.
후퇴할 때도 너무 뒤로 가게 되면 뼈에 살이 남아있을 수 있으니 이럴 땐 초예민녀처럼 아주 살짝만 후퇴해야 한다.
깻잎에 족발 한 점을 올리고 청양고추와 함께 먹는 맛이 최고다.
9월 첫날,
약간의 쌀쌀함이 나의 피부를 자극하는 이 느낌이 좋다.
아직 한 낮은 덥지만 새벽과 밤엔 선선해졌다.
이 여름 고생 많았다.
그러다 아침부터 찍혀있던 부재중 전화가 마음에 걸린다.
난 늦잠을 잤고 무음이었던 전화기엔 시어머님이 전화를 두 통이나 하셨다.
하지만 다시 전화를 걸진 않았다.
요즘 자주 그러신다.
그래서 전화를 걸어서 "전화하셨어요?"
그렇게 물으면 "잘 못 눌렀어"
라고 하신다.. 믿기지 않지만 치매시다.
그런데 하필 며느리에게 전화 걸기에 꽂히셨다.
마음이 아프다. 건강한 분이셨는데...
이 늦은 여름에 족발도 목에 잘 안 넘어갈 만큼 가슴이 묵직하게 답답하고 멍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