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혈당을 잡아보세요

어쩌다 보니 다이어트

by 와우wow

“엄마, 나 당뇨 아냐?”

“갑자기?”

처음엔 스무세 살 딸아이가 요즘 음료를 너무 많이 마셔서 당뇨 걸린 거 같다며 징징대서였다.


나는 그런 딸을 위해 당뇨측정기를 샀다.


25,000원이면 바로 확인 가능하니 그까지 몇 푼 돈을 써서 확인시켜 주마 하고 당뇨측정기를 구입했고 딸은 기꺼이 피 한 방울을 허락했다. 혈당은 정상.


안심하지 말고 앞으로 음료를 끊어라.

라고 몇 마디 잔소리를 했다.


하지만 그에 따른 나비효과는 엄청났다.


정확한 날짜는 9월 9일.

나는 매일 아침 공복유지시간을 늘리려 가까운 카페에 가서 커피 한잔과 책을 읽었다.

요즘 추리소설에 빠져서 엄청난 책을 읽은 것 같다. 윌라가 다 읽어 주고 난 듣기만 했지만.

난 낮 1시에 집에 들어왔다.

공복시간이 길어서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난 라면물을 올리고 오동통한 라면 하나를 끓였다.

어느 순간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는 자주 라면이든 스파게티를 먹었다.

주말이면 남편과 맛집 칼국수집에 가서 종종 줄을 서서 맛있는 칼국수를 먹었다.

빵집에 들러 아주 맛있는 빵을 냉동고에 쟁였다.

그날도 나는 라면을 먹고 나름 운동이라고 달렸다.

내 손목시계에서 울리는 내 심박수는 소위말하는 M5 zone이다. 180 심박수를 보며 흐뭇해한다.

나 열심히 운동도 했으니 라면 먹은 건 모두 사라진 것이다.라는 나만의 힐링멘트.


그러다 문득 딸아이 때문에 사다 둔 당뇨측정기가 떠올랐던 것이다.

식후 2시간 혈당을 재는 것이 중요하다던데 마침 오후 3시네.

나는 투명약통에 넣어둔 당뇨측정기 기계와 바늘침, 소독제를 꺼내 손을 소독하고 바늘침으로 내 손가락 끝을 찔러 피 한 방울을 만들었다.

기계에 꽂은 시험지 끝부분에 내 핏방울을 가져다대니 3,2,1 하면서 카운트가 나온다.

단 3초 만에 내 몸속 혈당을 알려준다니 신기해할 틈도 없이 내 결과치가 놀랍다.

200!


200이라니?

나는 검색에 들어간다.

식후 2시간 후 혈당 정상수치.

140 이하여야 한단다.

그런데 왜 난 200일까?

내 볼은 이미 씨뻘개진 상태로 당황함을 표했다.


나를 찔러댄 침과 소독제를 쓰레기통에 뭉쳐버리고, 측정기를 저 깊은 선반에 밀어 넣어 내 혈당수도 함께 감춰버리고 있다.


그날부터다. 내 혈당관리.

나는 5일 전에 건강검진을 받았다.

남편회사에서 해 주는 건강검진이라 모든 검사를 했다.

그 안에 공복혈당도 있었다. 94였다.


공부를 했다. 혈당공부.

공복혈당이 정상이어도 당뇨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뇨 전단계. 인슐린저항성. 뭐 말이 많이 나왔다.

그 뒤로 나는 혈당박사가 될 만큼의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우선

1. 탄수화물을 끊었다.

내가 좋아하는 면, 빵, 밥을 모조리 끊고 현미, 귀리, 렌틸콩을 섞은 밥을 했다. 그것도 하루 딱 3스푼만 먹을 수 있다.

2. 단백질을 꼭 먹었다.

삶은 계란, 두부, 돼지고기사태 삶은 것을 돌아가며 먹었다.

3. 양배추를 먹었다.

양배추를 채 썰어 올리브유에 볶은 후 참치액 한 스푼을 넣고 마지막에 들깨가루를 뿌려준 음식.

4. 아침을 꼭 먹었다.

그간 공복유지 했던 것을 깨고 아침 점심 저녁을 꼭 먹었다.

5. 운동의 개념을 깼다.

운동은 헬스장이라는 개념을 깨고,

무언가를 먹으면 2시간 동안 걷거나, 서 있거나, 집안일을 해서라도 앉아있지 않았다.

6. 간식이 떠오를 땐.

플래인요거트 무가당을 유청을 빼서 그릭요거트로 만들어 두고 블루베리 10알과 함께 하루 한 번만 먹었다.

견과류 아몬드, 캐슈넛, 피스타치오, 호두 중 한 가지 좋아하는 것을 하루에 20그램 먹었다.


그렇게 한 달 관리를 했더니

몸무게가 6kg 빠졌다.

하루에 2~3번 혈당체크해서 140을 넘기지 않았다.


그리고 보건소에 전화를 걸어 혈당검사 예약을 했다.

내가 9월 9일 라면을 먹고 잰 200이라는 혈당은 분명 무언가를 알려주는 것이리라.

내가 한 달 동안 관리 한 후 당화혈색소 검사를 해서 알아내겠다.라는 의지였다.


10월 10일 보건소 예약일.

나는 비 오는 길을 뚫고 보건소로 향했다.

손 끝에서 피를 세 군데로 나누어 빼고는 5분을 기다리라고 하셨다.

5분이면 한 달 동안 노력한 내 결과를 알 수 있다.

결과를 본 보건소 직원은 칭찬을 해주시기 시작하셨다.


내가 여태 왜 살이 안 빠지나 했더니 혈당다이어트를 했어야 했던 것이라는 것을 공부해서 배우게 됐다.

탄수화물과 단순당을 먹으면 혈당이 치솟는다. 그러면 시간이 지나고 난 후 혈당은 떨어질 터. 그렇게 되면 급속히 내려오는 혈당덕에 허기짐이 온다.

하지만 혈당이 적당히 올라간 음식을 먹으면 내려오는 것도 순탄케 내려와 허기짐이 덜하다.

이 중요한 사실은 알고는 살았지만 어떻게 뭘 해야 하는지를 몰랐다.


매 끼니 삶은 고기와 양배추를 먹었다. 무언가 부족하면 도시락김 한 봉지를 추가했다.

이젠 남편도 식사 중에 나를 위해 김 한 봉지를 꺼내준다.


나의 혈당관리로 식구들이 밥을 다 먹고 난 후엔 모두 거실에 서서 일어나 있다.

아무도 소파에 앉지 않는다.

좋은 효과였던 것 같다.

그뿐만이 아니라 냉동고에 빵을 아무도 먹지 않는다.

밤늦게 라면 하나 먹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없다.

혹시라도 먹으려고 하면 1시간 운동하고 잔다는 약속을 한다.


정말 맛있게 굶지 않고 해 낸 나의 혈당다이어트를 모두에게 알려주고 싶다.

양배추볶음부터 하나하나 알려주어 건강한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양배추 볶음 준비물

양배추 한 통
올리브유
참치액
탈피들깻가루



양배추는 1센티 두께로 얇지 않게 썰어준다.

올리브유 2스푼을 넣고 양배추를 볶아준다.

절반정도 익어 투명해지면 참치액 한 스푼을 넣어준다.

두세 번 뒤섞어주어 간이 배면 마지막으로 탈피된 들깻가루 2스푼을 넣어 섞어준다.

통에 나누어 담아 냉장고에 보관한다.


내가 혈당관리하면서 어떤 음식은 의외로 혈당을 올리는지 안 오르는지를 하나하나 기록하여 혈당에 관심이 많은 분들께 공유하고자 한다.

sticker sticker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족발을 삶아요..이 늦여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