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놀이 변천사
#1. 포켓몬 카드 모으기
1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부터 포켓몬 카드 모으기에 빠졌다.
포켓몬 만화를 본 것도 아니였는데 친구들이 카드를 모으기 시작하니 자기도 덩달아 모았고 희귀템을 찾기 시작했다. 나는 끝없는 소비성 카드 모으기의 욕구는 누구도 완전히 만족시킬 수 없다고 생각하고 심드렁 했지만 남편은 1호와 한 마음으로 카드를 모으기 시작했고 비싼 카드도 가끔은 턱턱 사주고, 열심히 검색해서 해외판을 사주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비싼 값으로 팔리는 카드를 남편이 알아낸 해외배송으로 조금 더 값싸게 사 온 날 1호는 무척 기분 좋아했지만 오지랖을 부리며 자기가 그 카드를 못 가져서 그런지 1호의 해외판 카드를 보고 가짜라고 우기는 얄미운 1호 친구들을 보며 나도 속이 상하기도 했다.
희귀템을 다른 친구에게 뺏겨오기도 하고 아무튼 꽤나 포켓몬 카드를 모으며 놀았다. 덕분에 우리집은 예쁜 쓰레기가 굴러다니며 꽤나 더러워졌다. 지금은 쳐다도 안 본다.
#2. 실뜨기
1호가 2학년에 들어가고 학교에서 실뜨기 실을 받아왔다. 어떻게 하는줄 모르더니 유행이 되었는지 나와도 곧잘 하자고 해서 내가 아는 몇 가지를 가르쳐주었다. 나는 그게 끝인줄 알았는데 또 다른 여러가지 방법이 있는지 나도 모르는 방법을 배워와서는 나를 무한의 감옥에 빠뜨리기도 하고, 이제는 내가 모르는 방법으로 나 보다 더 실뜨기를 잘한다. 무한의 감옥을 빠져나가는 방법이 있는데 1호는 아직도 나에게 그것을 가르쳐주고 있지 않다. 귀여운 녀석.
#3. 딱지치기
2학년 교육과정에 종이 딱지접기가 있는지 1호는 종이로 딱지를 접어댄다. 처음에는 예쁜 색종이로 접더니 친구들이 점점 더 크고 빳빳한 종이로 접어오는 모양이다. 어느 날은 울상이 되어 돌아오더니 1호가 이름붙인 '토실이 딱지'라는 씨디 커버로 접은 딱지에 자기의 딱지가 다 따먹혔다고 한다. 할머니가 접어주신 신문지 딱지, 포장지 딱지도 모드 그 토실이 딱지에게 따먹히고 말았단다. 그 소리를 듣고 남편은 택배 박스로 광천도시락 딱지를 접어 주었다. 왕따시만하게 큰 것으로.. 1호는 오매불망 복수의 날을 기다렸다. 간절히 무척 간절히도 토실이 딱지를 따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날! 기쁨에 차서 돌아왔다. 토실이 딱지를 땄다는 것이다. 하지만 광천 도시락 김 딱지는 따먹혔단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토실이 딱지의 명성만 듣고 상상했을 때는 꽤나 근사한 딱지를 상상했었는제 실상 보니 그저 조금 두꺼운 종이로 접은 허름한 딱지이다. 내 보기엔 아빠의 광천 도시락 김 딱지가 훨씬 우와~소리 날 만한 딱지인데..
그래도 그 딱지를 가지고 토실이 딱지도 따고 1호가 복수했다고 기분도 좋으니 그렇게 아이들이 노는 모습이 예뻐보인다. 덩달아 2호도 딱지 삼매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