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은사님을 만나러 나간 주말 오후,
침대에 누워 얼핏 낮잠이 들려는 찰나 지우가 소리쳤다.
"엄마, 변기가 막혔어."
가보니 커다란 두루마리 휴지를 변기에 떨어뜨려 놓았다. 변기 물이 뚝뚝 흐르는 두루마리 휴지를 휴지통에 버리고는 한바탕 소리쳤다. " 물건 좀 조심히 다뤄!"
그리고 다시 침대에 누웠는데 "엄마, 변기 물이 넘치고 있어!"
가봤더니 목욕하며 물총으로 두루마리 휴지를 맞춰 눅눅하게 젖은 그것을 지우가 잡으려다 퐁당 빠졌고, 그리고 물을 내렸고, 그것이 막혀 변기가 폭발하고 있었다.
하염없이 밖으로 넘치는 변기를 보니 짜증이 난다.
아이들 저녁을 챙겨 먹이고 스승의 날을 맞아 담임 선생님께 편지를 카드를 써 보자고 했더니 선생님께서 카드며 선물이며 들고 오지 말라고 했다는 말과 함께 편지 쓰기를 거부하는 아들을 보니 짜증이 난다.
" 네가 귀찮아서 그런 거잖아! "라고 했더니 "어~ "라고 대답하는 아들을 보니 미운 마음이 들어 "나도 그럼 너 생일에 이제 카드로 사랑을 표현하지 않아야겠다."라는 수준 낮은 대답을 하고 있는 나를 보니 또 짜증이 난다.
어질러진 집안을 보니 또 짜증이 난다.
깔끔하고 예쁘게 정리된 곳에서 살고 싶은데 물 먹고 뚜껑 하나 제대로 못 닫아 놓는 아이들 모습이, 먹은 것 가지고 논 거 전부다 배설물처럼 흘리고 다니는 아이들 모습이 짜증이 난다.
이런 것도 가르쳐야 할 것 같은데 이런 것도 못 가르친 게 내 탓 같아 짜증이 난다.
잠들기 전, 엄마는 화를 자주 내고 짜증을 내어서 아빠보다 싫다는 아이들의 말을 듣고 있자니 아빠가 없는 고작 몇 시간도 아이들을 평화롭게 만들어주지 못하는 나 자신이 한심해 보여 짜증이 난다.
그냥저냥 다 내 부족함 같은데 내 부족함을 보고 있어야 하고, 견뎌야 하는 이 상황이 짜증이 난다.
나는 왜 이 모양일까?
나이가 마흔을 넘었는데도 출렁이는 마음 하나, 상황 하나 내 마음대로 주도하지 못하고..
이제는 내 기분을 전파시키는 영향력이 가족으로 커졌는데 거기에 내 부족함이 반사되어 나에게 보일 때마다 참을 수 없이 무기력해지고 짜증 난다.
나는 오늘 짜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