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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메이 Jan 09. 2023

인과응보

째려봤더니 심하게 찔렸다.

온 가족이 독감에 걸렸다.  따로 격리하는 생활을 하지 않았기에 마지막 차례는 나이겠거니 당연히 생각했다.  며칠 후 아니나 다를까 몸이 으스스하고 오한이 들었다. 열이 나고 가슴이 답답했다.

독감과 코로나라도 검사를 해주고 수액을 주는 중형 병원급 응급실을 찾아갔다.


나는 이미 며칠 간 증상이 없을 때부터 다른 개인 병원에서 독감 검사를 하고 있었고 두 번 다 결과는 음성이었다. 세 번째 찾은 병원.  가슴이 답답한 호흡기 증상이 있어서 특별히 큰 병원으로 왔다.


"어떻게 오셨어요?"

"온 가족이 독감에 걸렸어요. 독감 검사를 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바로 어제 코로나와 독감 검사를 했지만 음성이었습니다. 하지만 열이 나니 독감인 것 같아요." 

난 백 프로 독감을 확신하며 그저 빨리 페라미플루 수액을 한 대 맞고 싶을 뿐이었다.


간호사는 나를 격리실로 안내한다. 그리고는 해 달라는 독감 검사는 안 해주고 코로나 검사를 한단다. 

일순간 나는 '왠 코로나 검사? 독감 검사나 해주지. 코로나는 어제도 음성이었다니까!'라는 눈빛으로 간호사를 노려보았다. 

노려보려고 노려본 것은 아니었으나 나도 모르게 그런 눈빛이 자동 발사되었다. 그런 눈빛이 나도 모르게 용수철처럼 튀어나간 후에야 속으로 후회의 마음이 들었다.

'여긴 개인병원이 아니니 매뉴얼이 있을 텐데. 분명 코로나 검사가 먼저겠지. 저 간호사는 그저 매뉴얼대로 하는 것일 텐데.. 자기 일 열심히 하다가 괜히 고약한 환자에게 엉뚱한 눈총이나 받네. '싶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코로나는 음성. 간호사도 내 고약한 눈빛을 의식했는지 코로나 음성 후에야 부연 설명을 한다.

" 일단 코로나 검사를 먼저 해봐야 해서요. 왜 오셨어요?"

" 독감 검사를 받고 싶어서요."



격리실에 30분을 갇혀 지낸 후에야 독감 검사를 다시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결과는 A형 독감 확진.

수액을 맞고 싶다고 했다. 간호사가 베드를 하나 내주었다.  그리고 페라미플루를 놓아주기 위해 나에게 왔다. 아까 나에게 코로나 검사를 한 간호사님이었다. 나는 아까 내 따가운 눈총이 내심 마음에 걸려 미안한 마음을 숨기고 내 팔을 순순히 간호사님께 내어주었다.

그리고 순한 양이 되어 간호사님의 지시에 따라 힘을 주었다 빼었다 했다.


바늘이 들어갈 때 아팠지만 특별히 이를 악물고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아까의 내 눈빛이 미안해서.


" 앗, 어쩌죠. 안에서 터졌습니다. 다시 할게요. 죄송해요."


주사 바늘이 내 혈관에 제대로 꽂히지 않았다. 나는 이상하게 오히려 기뻤다. 그리고 환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괜찮아요. 천천히 하셔요. 제 혈관이 잘 보이지 않나 봅니다." 마치 빚을 갚는 기분이였다.


"아니에요. 잘 보이는데.. 왜 이러지.. 한 번만 다시 해 볼게요. "


두 번째 시도, 속으로 나는 아까 내 따가운 눈빛의 벌을 이렇게 받게 되는 건가 잠깐 생각했다. 따끔했지만 입술을 꽉 깨물고 아무렇지 않은척 참았다.


" 어머나, 또 터졌습니다. 정말 죄송해요. 이러지 않는데.. 정말 죄송해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보고 안되면 잘하시는 선생님 불러드릴게요. "


나는 오히려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더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괜찮아요. 정말 괜찮으니 마음 편히 하셔요. "


"아.. 이러지 않는데 오늘 이상하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많이 아프시죠?"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인과응보라고. 


세 번째 시도, 드디어 주사 바늘이 내 혈관에 무사히 안착했다.


"됐습니다."

"이예! 감사합니다."


나는 오버하여 기뻐하고 감사해했다.


그리고 내 혈관으로 들어가는 주사액을 보며 생각했다.

세상만사 이런 건갑다. 인과응보.


나도 모르게 째려봤더니 무려 세 방이나 바늘에 찔렸다. 

여유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본능이 남에게 스트레스가 되지 않고 우아함과 예의로 기쁘게 해주는 사람이 되고프다.


언제쯤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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