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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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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메이 Jun 15. 2022

나의 결심.

가볍게 팔랑이는 나.

교회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남편과 여행도 가고 데이트도 한다는 말을.

그런 여행이 얼마나 힐링이 되는지 열변을 토하는 말들.

그리고 한 마디. ' 요즘 힘겨워 보여요.'



지우 표현에 따르면 나는 하루 종일 눈을 부라리며 화가 잔뜩 난 채 멍 때리고 있었단다.


난 정말 왜 그런 하찮은 수준일까.


어릴 적 아빠는 밥을 먹으며 눈을 마주치거나 말을 거는 법이 없었다.

괜찮은 외모에도 비루한 다 떨어진 옷을 입고는 늘 화가 나 있었다.

나는 그런 아빠를 이해할 수 없었다. 가끔은 미웠다.



그리고 지금 내가 그러고 있다.

똑같이 우리 아빠처럼.

그 사실이 너무 슬프다.



누가 그러라고 한 것도 아닌데 나는 스스로 참고 있었다.

나를 위해는 십 원짜리 한 장도 쓰지 않고서는 계절에 맞는 옷 한 벌 사는 즐거움도 없이,

취미 생활도 하나 없이, 만나는 사람도 하나 없이, 입으로는 그럴 환경이 아직 아니야 하면서 나 스스로 즐거운 방법 하나, 내가 좋아하는 것 하나 모르고 꾸역꾸역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내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오늘처럼, 자기들이 좋아하는 것, 즐기는 것을 정확히 알고 그것을 즐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볍게 스치듯 말하는 그지없이 가벼운 지나가는 말 한 조각에 나는 마치 화산처럼 폭발해서는...


이제껏 내가 참아 오던 것, 아껴 오던 것, 잊은 채 살아오던 모든 것을 한 순간에 떠올리고는 그것을 그렇게도 억울해했다. 정말이지 누가 나보고 그렇게 살라고 한 것도 아닌데..

나 스스로 그렇게 꾸역꾸역 살아왔으면서 말이다.



우리 아빠도 그랬나 보다.

그렇게 여유가 없으니까, 환경이 안되니까 하며 꾸역꾸역 참고 사셨나 보다.

괜찮은 옷 한 벌 사러 갈 마음의 여유, 시간의 여유가 없었나 보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억울하고 화가 나셨나 보다.

그리고 그 얼굴은 그렇게 몇십 년을 굳어 조각상이 되었다.




나는 그렇게 되기 싫었다.

나의 화살은 애꿎은 남편에게 향했다.

정말 애꿎은 남편.

나에게 뭐든지 해주려는 남편.

착한 남편.

나에게 무엇을 금해본 적이 없는 남편.



괜히 내 옆에 있어서 남편은 내 우울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원인도 모르고 내 눈총을 받고, 나는 내가 이렇게 참고 사는 게 모든 게 남편 때문인처럼 억울해하며 눈으로 레이저를 뿜어댔다.



그리고는 나이 마흔이 되도록 내가 나 스스로를 즐겁게 여길 만한 무엇 하나 없다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이 억압되는 것 같은 상황을 억울해하며 샤워기를 틀어놓고 엉엉 울었다.



난 왜 이런 수준일까.

아빠와 오버랩되는 내가 싫어서 또 울었다.



그렇게 하루 종일 썽이 나서 가족들을 실컷 노려보고 나니

죄책감만 커진다.



눈이 동그래져서 내 눈치를 보는 큰아들 볼 낯이 없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우울해요?라고 묻는 남편을 볼 낯이 없다.




그리고 오늘 학교에 와서 나는 결심했다.

우리 남편을 가장 사랑하기로.

뜬금없이 나의 감정의 욕받이로 전락한 우리 남편이 가엽고,

또 내가 바라는 것은 나의 행복과 우리 가정의 행복이기에,

나는 결국 아빠와 다른 나의 모습을 찾아가기로 결심했다.


뭐든지 하라는 남편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로 했다.

그리고 정말이지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골똘히 생각하고 해 볼 거다.

나의 호사는 남편인데 그 남편이 하라는 것을 진짜로 해 보련다.




그리고 호사를 마음껏 누리련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남편을 사랑하련다.

나의 결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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