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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메이 Apr 14. 2023

엄마에게 뽀뽀하는 열 살 아들.

하루에 세 번 이상.

1호는 어릴 적부터 예민한 편이었다. 색깔과 촉감에 민감하고 그 예민함은 아직도 이어져 고기의 기름덩이나 너무 달거나 너무 느끼한 음식은 손도 안 대고, 이불의 수놓은 부분과 같은 촉감을 통해 안정감을 갖고, 냄새나 표정 변화에 민감하다.  남이 입댄 컵이나 식기류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그것이 가족이라 할지라도 용납하지 않는다. 가끔씩은 그런 행동이 새침데기 같아서 뭐 그러나 싶을 때도 있는데 아무튼 그렇게 예민남인 1호가 요즘은 나에게 입술을 오롯이 모으고 하루에 세 번쯤 내 얼굴에 대고 뽀뽀를 해준다.


뽀뽀를 자연스럽게 하며 스킨십을 했던 관계라면 별스러울 것이 없을 텐데 어릴 때부터 1호는 서로의 침이 묻는다 하여 자기는 물론 나에게 뽀뽀를 하지 않았을뿐더러 내가 자기에게 뽀뽀를 할라치면 양손으로 자기 입술을 감싸두르고 못하게 하기 일쑤였다. 어쩌다 뽀뽀를 허락한다해도 입술은 절대로 허락하지 않았고, 침이 묻는다는 이유로 내 입술을 바짝 마르게 하고 입술을 내밀지 않은 채로 자기 볼에 살짝 입 있는 부위를 가져다 대는 것만을 내가 아주아주 강렬히 원할 때 마지못해 허락했던 꼬마였다.


그런 1호가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서도, 학교를 다녀와서도, 잠을 자기 전에도 자기가 먼저 와서 내 양쪽 뺨과 콧등 위, 어떨 땐 눈 위에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입술에 뽀뽀를 해준다.

와우~ 나는 사실 속으로 왜 이렇게 변했지?라고 생각하며 한껏 의아해하지만 1호의 원래 모습을 아는 나는, 또 곧 있음 불현듯 찾아올 남아의 사춘기를 예상하고 있는 나는 이때를 한껏 누리기 위해 오버하여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1호가 그린 가족화 : 엄마는 이빨이 저렇게나 뾰족하고 눈이 저렇게나 하늘높이 치솟아 올라있는 상어인데..


며칠 전에 1호가 그린 가족화이다. 가족을 물고기로 표현해 보는 것이었는데 엄마가 너무 무섭게 표현되어 있어서 선생님께서 "엄마가 무섭니?"라고 물어봤더니

"엄마가 잔소리가 많으세요. 아빠는 양처럼 순하셔요."라고 대답했다는 1호가.



요즘 매일 나에게 뽀뽀세례를 퍼붓고 있다.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증상인가? 그렇담 저 그림은 뭔가.. 알쏭달쏭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뽀뽀를 퍼붓고 있으니 나는 저 상어그림을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며 나는 여전히 집에서 악역이지만 1호에게 필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거라고 자조해 본다.


어쨌든 나에게 뽀뽀를 해주는 열 살짜리 1호가 참 사랑스럽다.

부디 조금만 이 예쁜 짓이 오래가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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