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필살기가 있다뉘!!
올해로 10살 되는 1호가 어느 날 해맑게 나에게 말한다.
" 엄마의 필살기는 바로 말로 제압하기야!"
" 오잉? 말로 제압한다고? 누가? 내가?"
" 응, 내가 하고 싶은 게 있어도 갑자기 단호한 목소리로 명령을 해. '~ 할 것 다 하고 OO 해~! ' 하면서!"
순간 그런가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난다.
" 엄마, 마리오 놀이하자. "
" 할 것 다 했어? 할 건 다 하고 놀아야지. 하고 놀자."
" 엄마, 같이 간식 먹자.. 오늘 학원에서... 뭐라.. 뭐라... 종알.. 종알..."
" 1호야, 먹고 OO해라. OO 해야 한다."
매사 이런 식이니 1호가 그리 느끼는갑다 싶어 웃기기도 하면서도 나름의 엄마로서 변명거리가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그런 내 모습을 아는지 모르는지 1호는 덧붙인다.
" 엄마 필살기는 말로 제압하기. 엄마의 일반 공격은 뭔지 알아? 바로 굳은 표정 짓기야. 이렇게."
하면서 내가 못마땅할 때 눈살을 찌푸리고 쳐다보는 표정을 흉내 낸다.
이쯤 되면 정말 나 별로인 엄마인갑다.
육아서에 나오는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알아주고 요구를 수용해 주는 엄마와 점점 멀어지고 있다.
그래도 뭐 어쩔 수 없다. 나는 나의 육아 태도를 바꿀 생각이 별로 없는 듯하다. 대신 요즘 그렇게 브롤스타즈를 하더니 게임 속 각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일반 공격과 필살기를 나에게 대입해 말하는 것을 보고 이 게임 중심적 사고를 오히려 쬐금 걱정하고 있었다. 에휴, 그놈의 게임하면서.
옆에 듣고 있던 일곱 살 2호가 한 마디 거든다.
" 형아, 엄마의 가젯(가젯은 또 뭔가? 뭔가 게임 용어인 것 같은데..ㅠㅠ)은 갖다 버리기야!. 내가 만든 마른 밥풀도 갖다 버리고, 우리 장난감도 맨날 갖다 버리려고 하고!"
ㅠㅠ
방학을 맞아 안 쓰는 장난감을 야금야금 버리고 있는 요즘, 밥 먹을 때마다 밥풀 몇 알을 떼어서 손가락으로 요리조리 굴리며 더럽고 딱딱한 밥풀을 만들어서 옷에도 붙여놨다가 식탁에도 붙여놨다가 오래되어 딱딱해진 것을 발견하면 기뻐하며 그걸로 손톱의 때도 파는(우엑, 더러워!) 둘째 2호까지 야무지게 형아 편이다.
나는 필살기 있는 엄마다.
그 필살기가 지금까지는 꽤 통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통할지 모르겠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