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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시환 Aug 19. 2021

기억의 불완전성

원 신연 감독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과 감독판 비교 분석

*학부 <문학과 영상>이라는 수업으로 원작과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를 비교 분석한 비평 과제입니다. 

*원 신연 감독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Memoir of a Murderer, 2016)’과 감독판 ‘살인자의 기억법: 새로운 기억(Another Memory,2016)’ 비교 분석 



사진 출처 : 네이버 포토


1. 오프닝과 엔딩 시퀀스터널과 망각

극장판과 감독판 오프닝 시퀀스는 동일하다. 김 병수(설 경구)는 터널을 지나온다. 그는 짧은 머리를 하고, 흰 운동화를 몸에 지니고 있다. 눈의 경련이 시작되며 영화의 제목이 화면에 뜬다. 하지만 두 영화는 오프닝 시퀀스 이후 첫 장면과 엔딩 시퀀스가 다르다. 극장판에서는 병수는 길을 잃어버려 파출소에서 딸 은희(설현)을 기다리고, 감독판에서는 병실에 누워 있는 병수와 형사를 보여준다. 두 영화에서의 첫 장면은 영화의 전개방향이 다름을 보여준다. 극장판에서는 은희와 병수와 관계를, 감독판에서는 병수에 중점을 두고 서로 다른 결말을 맞이한다. 극장판에서는 병수는 태주를 계속 쫓을 것을 보여주며 끝난다. 하지만 감독판에서는 반전을 통해 관객들의 기대지평을 무너뜨린다. 태주가 범인이라고 생각했던 형사와 관객들은 결말에서 관객들은 배신감과 큰 혼란을 느낀다. 또한 터널은 망각 혹은 지나온 병수의 시간을 의미하고, 긴 머리의 병수는 터널을 지나면 머리의 길이가 짧아진다. 이는 병수의 새 출발을 의미하고 모든 사건이 해결 된 이후에 앞으로의 병수와 태주의 관계, 병수의 삶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여지를 남긴다고 볼 수 있다.      

   

2. 흰 운동화구원과 망각 사이

극장판보다 감독판에서 (거꾸로 신은운동화의 상징성이 더 두드러진다. 이는 서사의 복선이자 결말을 향한 개연성이다. (감독판) 병수가 파출소에서 은희를 기다리는 장면, 병실에서 병수의 실내화, 결말에서 병수가 흰 운동화를 벗고 신발을 거꾸로 두는 장면은 병수의 기억이 뒤죽박죽이 되었다는 의미다. 결말에서 형사가 병수에게 “치매는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한다면서요다른 사람 공격도 하고자신도 잊고.”라는 말을 하는데, 각 장면에서 병수가 그렇다. 병수는 안 병만 소장(오 달수)과 친하지만, 파출소 장면에서는 소장의 이름을 잊어버리고, 병실에서는 병수가 태주를 죽인 것을 기억하지 못한 채 “그 놈을 그때 죽였어야 했는데.”라고 말한다. 터널을 지나 병수는 신고 있던 흰 운동화를 벗고 거꾸로 두며 모든 일은 태주가 아닌 병수가 한 일로 밝혀진다. 또한 김치 국물로 범벅된 흰 운동화는 병수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아버지의 살해를 시작으로 ‘청소’라고 불리는 연쇄살인을 하게 되었고, 더 나아가 조 연주(황 석정)과 딸 은희(설현), 민 태주(김 남길)를 죽인다. 어린 병수는 흰 운동화를 감싸 안았지만 누이는 자살을 한다. 살인을 하기 전 그의 세계로 회귀를 희망하지만, 그가 알츠하이머에 걸리기 전까지 그는 회귀를 할 수 없었다. 마침내 그는 가까운 것부터 먼 기억을 잃어 나중에는 자신마저 잊게 되어 아무것도 모르는 무(無)의 상태를 이르게 될 것이다. 즉, 그는 아버지의 살인부터 지금껏 자신이 저지른 죄를 망각함으로써 구원을 받게 되고, 한편으로는 또 다시 새로운 살인을 시작하는 계기가 된다.      


3. 영화 속 여성 캐릭터창녀와 성녀의 이미지

극장판과 감독판 모두 병수와 태주의 대립 구도가 주요하다. 강화시에서 일어난 연쇄살인의 진짜 범인은 누구인지, 알츠하이머에 걸린 병수의 기억이 망상 혹은 사실인지를 알아내는 것이 영화의 목적이다. 그래서 목적을 알아내기 위해 영화 속에서 소비되는 여성 캐릭터는 조 연주(황 석정), 은희(설현), 마리아(길 해연)이다. 이들은 ‘창녀’와 ‘성녀’의 이미지로 나눌 수 있는데 조 연주는 창녀은희와 마리아는 성녀로 설정되었다. 극장판과 감독판 모두 조 연주는 병수를 유혹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시 강의에서 연주는 병수를 바라보고, 수업이 끝난 김 병수에게 계속 말을 건다. 연주와 병수가 차를 타고 도로를 달리는 장면에서 연주는 병수에게 “그런데 우리 어디로 가는 가죠?” 대사 후 병수를 그윽하게 바라본다. 그다음에 연주는 차에서 쫓겨나는데, 욕을 하며 “내가 너무 성급했나?”라고 혼잣말을 한다. 그러나 연주는 극장판과 감독판에서 태주와 병수에 의해 살해당한다. 연주는 병수와 태주의 관계의 긴장적 대치를 위한 역할이다. 반면에 은희는 병수의 부성애를 일깨워 주고 태주를 향한 살인욕구의 동기를 부여한다. 극장판과 감독판에서 병수는 은희를 사랑하고 태주로부터 지켜주고 싶어 한다. 병수는 태주를 살해 후 “나는 살인자로 태어났지만 너는 내 딸이 아니라서 괜찮다.”며 자신처럼 살지 않아도 되는 은희를 안심시킨다. 또한 후반부에서 병수가 알츠하이머에 걸려 자신의 기억을 믿지 못하고, 모든 일을 자신이 했다고 생각했을 때도 유일하게 믿어준 사람이 바로 은희였다. 마지막으로 마리아는 병수의 누이로 직업은 ‘수녀’다. 원작과 다르게 누이로 설정된 이유는 모성애와 구원 때문이다. 폭력적인 가정에서 자라고 아버지를 살해한 병수를 누이가 보살피고, 병수를 위해 기도를 하고, 병수에게 이제는 잊어버려도 된다고 위안을 주는 존재이다. 결국 세 명의 여성들은 모두 태주와 병수를 위해 희생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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