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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시환 Oct 12. 2021

Belong to (스포일러 포함)

영화  <더 랍스터> (2021 재개봉,  요르고 란티모스 감독) 


*스포일러가 포함된 글입니다! 상당수 영화의 내용이 들어가 있으니 원치 않는 분들은 피해 주시길 바랍니다*




참으로 이상한 영화다. 45일 안에 짝을 찾지 못하면 원하는 동물로 변해 살아갈 것이냐, 아니면 평생 혼자 외톨이로 살아가느냐 선택해야 하는 이분법적인 세계관에서 영화는 사랑의 본질을 묻는다. 호텔은 완벽한 짝을 찾는 공간이며, 매일 직원의 성적 자극을 견디고, 매일 같은 옷을 입어야 하고 양성애자라도 동성애자와 이성애자를 선택해야 하는 제약이 많은 반면, 호텔 밖은 독립적이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지만 실용적인 대화 외 사랑을 절대로 할 수 없어서 평생 외톨이로 살아가야 하는 호텔 밖(숲 속)이라는 두 공간이 나온다. 두 공간 속에서 데이비드의 사랑은 어떻게 될까? 또한 극단적인 두 공간이지만 공통적으로 사랑에 관한 질문을 던져본다. 


첫째로, 완벽한 짝이란 무엇일까? 아니 완벽한 짝이라는 것이 있을까? 

호텔은 매일 같은 옷을 입고 혼자 생활하면서 외적인 조건을 통일해 내면을 중시하는 공간으로 보인다. 어떤 공통점을 찾으면 바로 커플이 되고 같은 방을 쓰면서 2주, 요트로 넘어가 2주에서 완벽한 짝으로 잘 지내면 도시로 넘어가 살 수 있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호텔 입주 당시 조건 중 하나인 45일 안에 짝을 찾지 못하면 원하는 동물로 변해 살아가야 한다. 호텔 안에서 데이비드의 절친한 친구, 존은 동물이 되기 싫어 일부러 코피를 자주 흘리는 행동을 해 코피를 자주 흘리는 여성과 짝을 맺게 된다. 또한 데이비드는 감정이 없는 여성과 짝을 맺게 되지만, 여성에게 그가 감정이 있다는 걸 들켜 데이비드는 호텔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다. 영화를 보면서 하나의 의문점을 갖게 된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고 이상형이 있을지라도 사람이라면 단점이 있길 마련이다. 연인이 되는 데 있어 많은 공통점이 필요하고 연인관계를 유지하기도 하지만, 달라도 연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극 중 인물들을 알지 못한다. 하나의 공통점이 둘의 오롯한 세계이면서, 공통점이 없다면 그 세계는 해체가 된다. 완벽한 짝이란 모든 것이 다 맞아떨어져 노력할 필요가 없길 바라지만, 사람과 사람은 서로에게 상호보완이 되고 타인을 견디는 일이다. 완벽한 공통점이 없다고 해서 쉽게 끊어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쉽게 단절이 된다면 그것은 쉬운 사랑일 뿐이다.  


        

둘째, 사랑은 생존이 아닐까?  

숲 속에서는 ‘거사’를 계획한다. 숲 속에서 외톨이들이 무리를 이뤄 호텔의 지배인과 그의 파트너, 완벽한 커플로 거듭나기 직전인 존과 존의 파트너의 거처에 침입한다. 외톨이들은 그들의 사랑에 빈틈을 만드는데......


1) 외톨이의 무리는 호텔 지배인의 파트너에게 총을 겨눠 지배인을 15점 만점에 얼마나 사랑하는지, 둘 중 누가 혼자 더 잘 살 수 있는지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파트너는 15점 만점에 14점을 줄 정도로 사랑하지만, ‘살기 위해’ 연인보다 자기가 혼자 더 잘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외톨이의 리더는 그에게 총을 쥐어주고 연인을 죽이라고 명령하지만 알고 보니 총에는 실탄이 없었다.  

    

2) 데이비드는 요트에서 저녁 식사하고 있는 존의 가족에게 존의 비밀을 밝힌다. 존은 코피를 자주 흘리는 연인과 완벽한 짝이 되어 예비부부로 지내고 있다. 하지만 데이비드는 사실 존이 코피를 자주 흘리지 않고, 코피를 흘리기 위해 자해를 하거나 가짜 피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하고 요트를 떠난다.

      

가장 사랑하는 연인이 자기 자신을 선택했을 때, 가장 완벽한 짝이라고 믿었던 연인이 거짓말을 계속 해왔다면 그럴싸한 진실한 사랑은 거짓과 의심으로 점철되고 매일 조금씩 어긋나 버린다. 내가 믿었기에 말할 수 없는 배신감은 아무도 위로해줄 수 없을 것이다. 사랑을 믿는 이에게, 사랑을 가장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에게는 가장 최고의 복수다. 한 번으로 아주 크게 끝날 고통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자신을 좀먹는 사랑, 그들의 사랑의 종착지는 불신. 그런 그들의 관계를 원했다면 외톨이 무리의 거사는 성공한 셈이다. 

     

3) 숲 속에서 데이비드는 자신처럼 근시를 갖고 있는 완벽한 사랑, 완벽한 짝을 만난다. 숲 속에서는 사랑을 나누는 것이 금기시되어 데이비드와 그의 연인은 수신호를 만들어 자신의 마음을 서로 바쁘게 표현한다. 하지만 외톨이의 리더는 그들의 사랑을 알고 있었고, 근시인 데이비드의 연인인 근시 여인은 시력 교정 수술에 속아 장님이 되고 마는데, “내가 아니라 그가 될 수 있었잖아요!”라고 리더에게 말한다. 


사랑은 존중, 희생과 양보라는 어쩌면 존엄하고 동등한 것으로 비추어지지만, 사실 사랑은 내심 숨기고 싶었던 이기심을 가리고자 지어낸 말이 아닐까. 위태로운 공간에서 나누는 사랑이란 불안과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서로에 대한 믿음만으로 진실된 사랑이 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위태로운 공간이기에 그 사랑이 과연 진실되고 완전하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불안은 쉽게 전염이 되어 다른 사람들도 쉽게 불안하게 만든다. 그렇게 데이비드와 근시 여인의 관계는 금이 간다. 근시 여인은 자신이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이고 데이비드는 이제 근시 여인이 완벽한 짝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데이비드는 근시 여인과 사랑에 있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사진 제공 : 네이버 영화 포토


영화의 결말은 의미심장하다. 근시 여인은 자신처럼 장님이 되길 원하는 데이비드를 기다리면서 점점 화면이 어두워지며 바닷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결말로 보아 두 가지 해석을 할 수 있는데, 첫 번째로 데이비드는 근시 여인처럼 눈이 실명되어 같이 바다로 도망을 갔거나 두 번째로 영화 초반에 데이비드가 자신의 짝을 찾지 못하면 랍스터가 되겠다고 말한 것으로 보아 결국 식당을 도망쳐 나와 랍스터가 되어 혼자 살아가는 것으로 암시할 수 있다. 위의 두 영화 포스터를 보면 서로 안고 있지만 실상 서로의 그림자를 안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들의 사랑은 완벽하고 완전한 것이 아닌 근시라는 공통점, 겉모습만을 사랑한 것이 아닐까. 제목 <더 랍스터>로 이미 이 영화의 결말이 정해졌을 지도 모른다. 데이비드가 랍스터를 선택한 이유는 바로 100년 가량의 수명과 혼자서 살 수 있고 평생 번식을 할 수 있기에, 처음부터 데이비드에게 사랑은 버림 받지 않기 위한, 혼자가 되지 않기 위한 생존이었다. 


학부 때 신철규 시인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그는 사랑을 belong to라고 표현했다. 사랑은 자기 자신과 타인 사이에 속하는 일, 타인에게 향하고 타인에게 속하고자(belong to) 하는 마음과 혼자가 되고 싶은 이 과정을 견디는 일이라고 말했다. 나는 연인과 하나가 되고 싶지만 결국 하나가 될 수 없다고 암시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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