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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시환 Jan 03. 2022

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더 나아야 하니까

-영화 ‘밤쉘 :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제이 로치, 2019)-

*영화사 그램 배급작 리뷰 


세상을 바꿀 용기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더 나아야 하니까

 

사진 제공 : 네이버 포토 

1. 영화 제목과 포스터 

우선 영화 제목에 부제가 붙은 이유는 밤쉘(bombshell) 하나만으로 영화 내용이나 주제를 제대로 전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단어 bombshell의 뜻은 1. (불쾌한) 폭탄선언, 2. 깜짝 놀랄만한 소식, 3. 금발의 미녀 여성을 뜻한다. 영화 내용의 흐름을 살펴보면 1과 2의 단어의 사전적인 정의와 더불어 실제 사건 덕분에 미투(#metoo) 운동이 시작했다. 따라서 그레첸의 고소가 FOX와 세상을 놀라게 했고 이 덕분에 조금 더 나은 세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으니 단어의 뜻과 영화 주제를 모두 포괄하면서 관객을 집중시킬 수 있는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이 적절할 것이다. 또한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은 관객에게 낯설지 않게 혹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최대 권력을 날려버린 <빅쇼트> 제작진의 짜릿한 역전극’ 문구를 넣어 <빅쇼트>를 먼저 관람한 관객은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관람 전 영화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 반대로 영화 관람 후, <빅쇼트>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3분의 1씩 세 배우의 얼굴을 채운 포스터가 영화 속 주인공임을 알려준다. 포스터에서 눈 여겨 볼 것은 포스터에 세 주인공 얼굴의 절반만 넣은 것이다. 영화를 보면 메건 역을 맡은 샤를리즈 테론은 FOX의 황금시간대 앵커지만 과거에 로저 에일스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사실을 대부분의 직원은 모르고 그레첸 역을 맡은 니콜 키드먼은 고소 준비 기간을 숨기며 출퇴근을 했고 케일라 역을 연기한 마고 로비는 승진을 향한 욕심이 많지만 그 욕심이 어떤 화를 부를지 몰랐다. 따라서 얼굴 전체를 내세우지 않은 것은 세 주인공이 무언가 비밀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마지막으로 단어 bombshell의 3번째 뜻처럼 세 주인공이 금발의 여성으로 제목과 일맥상통한다. 


2. 실화 바탕

영화 ‘밤쉘 :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은 실제로 16년도에 미국 대표 보수 언론사 폭스(FOX) 전(前)직원 그레첸이 회장 로저 에일스를 성희롱으로 고소하면서 로저 에일스가 어떻게 무너졌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영화는 실화 내용과 허구를 구분 짓는 설명으로 시작한다. 그 뒤에 이어 메건이 출현하면서 16년도에 메건이 처한 상황을 보여주는 연출과 동시에 다큐멘터리처럼 메건이 직접 FOX의 건물과 건물 속 구성원, 구성원의 숨겨진 권력을 설명한다. 이렇게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드는 이 장치는 실제 이야기를 모르고 관람하는 관객들을 위해 전체적인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앞으로의 전개 과정 흐름에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또한 언론사 FOX의 세계를 이해하면서 영화가 보내는 근본적인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도록 한다. 실제 인물 메건 켈리와 그레첸 칼슨 외 허구 인물 케일라 포스 피실을 추가함으로써 허구 인물이 영화 속 사건을 겪으면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것이 관객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3. 여성이라는 정체성

영화에서는 많은 여성이 나온다. 승진이 코앞이지만 불합리한 요구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좌천 또는 해고된 여성, 승진을 위해 불합리한 요구에 응한 여성, 로저 에일스 성희롱 사건이 수면으로 떠오른 후, 로저를 옹호하는 여성들과 사건에 연대하고 맞서는 여성들, 로저의 행동을 알고 있음에도 묵인하는 여성들이 있고 메건처럼 황금시간대 뉴스의 앵커마저 불합리한 요구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영화 속에서 남성과 여성의 위치는 다르다. 로저는 게이인 직원을 받아들였지만 케일라의 동료, 제스는 계속 일하기 위해 레즈비언이라는 성지향성을 숨긴다. 많은 남성은 페미니스트라는 질문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그레천이 여성 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내거나 화장을 하지 않으면 지적을 받고, 메건은 여성 문제를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페미니스트냐며 세 차례나 질문을 받는다. 이렇게 영화는 취약성에 놓인 다양한 여성의 모습을 나타내면서도 영화가 결말로 흘러갈수록 여성이라는 정체성이나 페미니즘이 근본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분명히 말하고 점점 결속력 있는 연대의 힘을 보여 준다.       


사진 제공 : 네이버 포토 

4. 연대 

영화 ‘밤쉘 :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은 다른 영화에서 흔히 보았던 여성연대와는 조금 다르다. 주인공들이 '뭉쳐' 직접적으로 사건을 해결하지 않는다. 영화는 메건, 그레천, 케일라 순으로 한 명 한 명이 처한 상황을 보여준다. 셋이 마주하는 유일한 순간은 2층 로저의 집무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안이다. 그들은 서로 굉장한 친분이 있거나 경쟁에 놓여 있지 않다. 그레천의 고소로 메건은 자신의 과거와 로저 에일스 성희롱 사건을 돌아보게 되고, 메건이 사건을 조용히 파헤치면서 직장 내 사건 피해자 케일라를 만나게 된다. 눈에 띄는 점은 그들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모인 엘리베이터 장면이나 메건과 케일라가 사건을 제대로 인지할 때, 한 명 혹은 두 명이 만났을 때, Clear and Simple (feat. Caroline Shaw, Petra Haden & Susanna Hoffs) OST가 흘러나온다. 이는 세 사람의 암묵적인 ‘연대’를 나타난다. 영화의 결말 또한 인상적이다. 소송이 끝난 직후, 그레첸은 카페에 있고 카페 밖이 소란스러워 창가로 시선을 돌리는데 카페 밖에 있는 메건과 눈이 마주치는데, 그들은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서로를 조용히 바라본다. 이렇게 하나의 유리창을 두고 그렇게 가깝지도 않게, 멀지도 않게, 그레첸이 말했던 대로 그저 믿어주는 것, 그것이 바로 연대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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